▲ 신임기사회장 최규병 9단, 프로와 팬의 접촉기회 늘리겠다 |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바둑계 전반에 퍼졌다. 과감한 변화를 추진해야 겠다 생각했다." 최규병 9단이 제29대 한국기원 기사회장에 선출됐다.
241명의 프로기사 중 175명이 참가한 가운데 11월 1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2009년 정기 기사총회에서 최9단은 결선투표 끝에 가는 접전 끝에 91표를 획득, 64표를 얻은 양건 8단을 27표차로 제치고 제29대 기사회장에 당선됐다. 최9단은 1차 투표에서도 79표로 최다투표수를 얻었었다.
최규병 9단은 회장 당선 후 “기사회 차원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한국 바둑을 유지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세대간 소통 문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기사회가 오후 8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1,2차 투표가 오랜시간 진행됐다. 약간의 흥분이 남은 상태에서 최규병 9단과 한국기원 3층 사무국에서 다른 인터넷 기자들과 간략한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번 기사회장 선거는 역대 선거중 최다인원이 참여한 선거였다. 175명의 투표했으니까, 실제로 투표권이 있는 프로들은 거의 다 온 거 같다. 프로기사들이 기사회장 선출에 이렇게 큰 관심을 기울인 적이 많지 않았던 거 같다. 이유가 있는지? "후보가 많이 나왔다. 4명이나 나오니 관심이 커졌다. 또 많은 프로기사들이 현재를 바둑계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평소 아쉬운 점도 많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이게 선거로 표출이 된 것이다."
◀ 당선 감사 인사와 포부를 밝히고 있는 최규병 회장
- 프로기사는 전세대에 걸쳐있다. 최창원 6단(37년생)부터 박정환 4단(93년생)처럼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기사들까지 있어, 세대간 이해와 요구가 다르다. 고른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되셨는데, 이런 세대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는 기사회장으로서도 조정이 매우 힘들것 같다. "프로기사회는 어느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전세대를 아우른 행정이 펼쳐져야 한다. 세대간의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이다. 소통은 양방향이며 세대간의 다양한 의견을 받을 것이다. 기사회는 프로기사로서의 직업적 긍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권익과 복지, 프로기사들에게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별 수는 없다. 진정한 소통은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를 취할 때만이 가능하다. "
- (재)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통합하려고 한다. 통합단체가 되면 프로기사, 그리고 기사회와 기사회장의 위치가 바둑계에서 더욱 중요해 질 것 같다. "프로기사회는 친목단체이면서도 바둑계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집단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중심을 잡을 줄도 알아야 하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바둑계에도 이해단체들이 많이 생겼다.그런 단체들과의 관계, 한국기원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프로기사회는 그런면에서 한국기원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하겠지만, 한국기원과는 또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바둑계 전체를 조망하는 중심(中心)의 역할을 할 것이다. "
- 이번에 기사회장에 출마하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다. "나이가 있고, 연륜이 깊은 분이 기사회장을 맡아야 한다는게 평소 지론이었다. 나이가 상당히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평소 생각보다는 이른 나이에 기사회장을 나오게 됐다. 이미 말했듯이 현재가 바둑계의 위기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풍토가 바둑계 전반에 퍼졌다. 이런건 누군가가 돌파해줘야 한다. 프로 개개인이 각자의 책임에 충실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봤다. 과감한 변화를 추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제가 젊은세대와 나이든 세대를 아울러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임기동안 추진하고자 하는 약속같은것이라면? "구체적인 수치를 대고 어떤 공약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능력도 안됀다. 예전에 프로기사들의 일자리나 단수당등에 있어 수치와 '퍼센티지(%)'로 약속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약속을 내걸 자신은 없다. '보급'이라는 측면에서의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려 한다. '프로와 팬'이 접촉하는 기회를 늘릴 것이고 그 기회들을 제도화 할 것이다. 이런 제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임기동안의 목표다. 2년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모델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사들이 승부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그렇게 실천할 것이다.
-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한다. 긴 시간 진행된 투표라 힘드셨을 것 같다. "꼭 그런 건 아니다. 하하. 기사회장이 별로 좋은 소리를 못 듣는 자리다. 또 상대후보였던 양건 8단도 나름대로 많은 표를 받았다. 그 부분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이다."
1963년 전북 부안 출신인 최규병 9단은 75년에 입단해 99년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 최9단은 99년 제1회 맥심배에서 우승했으며, 94년 박카스배, 2000년 제11기 기성전에서 준우승하는 등 각종 본선 무대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특히 한국리그에서 영남일보 감독을 맡아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제27대, 28대 기사회장은 조대현 9단이 연임한 바 있다. 기사회 감사는 박상돈 7단이 맡았다.
▲복도까지 늘어선 줄, 투표할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프로기사들이 계단까지 줄을 서고 있다. 투표에 관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표출됐다.
▲4층 본선대국실 주변. 대부분의 기사가 모두 투표에 참여
▲4층 기사실에 마련된 간이 투표소
▲4명의 후보가 출마한 기사회장 선거, 투표용지까지 마련됐다.(1차투표)
▲마지막 결선투표. 최규병 9단과 양건8단의 대결로 압축됐었다.
▲진지하게 답변해 주고 있는 최규병 9단
★ 역대 기사회장 1대 : 67년 배상연 2대 : 68년 조남철 3대 : 69년 배상연 4대 : 70년 김봉선 5대 : 71년 김인 6대 : 72년 김인 7대 : 73년 김인 8대 : 74년 김인 9대 : 75년 윤기현 10대 : 76년 윤기현 11대 : 77년 강철민 12대 : 78년 윤기현 13대 : 79년 윤기현 14대 : 80년 윤기현 15대 : 81년 윤기현 16대 : 83년 양건모 17대 : 85년 홍종현 18대 : 87년 이봉근 19대 : 89년 김수영 20대 : 91년 양상국 21대 : 93년 정수현 22대 : 95년 천풍조 23대 : 97년 김덕규 24대 : 99년 한철균 25대 : 2001년 한상열 26대 : 2003년 한상열 27대 : 2005년 조대현 28대 : 2007년 조대현 29대 : 2009년 최규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