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에버랜드 에피소드 완결편] 을 마지막으로 올려봅니다.
선물이 되는 사람
너는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선물이었단다.
하늘이 나를 위해 주셨다고, 감히 말하고 싶구나.
네가 나에게 이토록 소중한 선물이 되어주었듯이,
너도 많은 이들에게
선물이 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 윤석화의《작은 평화》중에서 -
배고픈 점심식사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놀이시설에 갈 때는 먹고 마시는 문제가 제일 골칫거리입니다. 사가지고 가자니 돌아다니는 데 불편해서 분명히 나 같은 사람이 몽땅 들고 다니느라 고생해야 할 것이고, 막상 안 사가고 가자니 가격이 비싸거나 별로 먹을 게 없어서 문제입니다. 결국 에버랜드 안에서 사 먹기로 하고 점심거리를 안 사갔습니다. (전적으로 깡반장의 결정임)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일부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뭘 먹으면 좋을지 이리저리 살펴보기로 하고, 나머지는 평화롭게 점심 먹고 있는 사람 옆에 서서 빨리 일어나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으며 자리를 확보하기로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에버랜드에는 우리가 먹을 만한 거 진짜 없습니다. 점심은 반드시 싸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부정한 떡볶기(오징어가 들어감) 두 접시와 오뎅 두 그릇을 사 들고 자리로 돌아왔고, 깡반장과 동현형은 다시 햄버거를 구하러 멀리 떠났습니다. ‘돌아올 때까지 절대 음식에 손대지 말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굶주려있는 불쌍한 영혼들... 모두들 무기 하나씩 들고 있습니다.)
사람들 지나다니는 중간에 앉아 일곱 명이 떡볶기와 오뎅을 앞에 모셔 놓고 뭐 제사지내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언제 이 사람들이 돌아오나 시계만 계속 쳐다보았습니다. 햄버거 사러 갔던 사람들. 한 30분 정도 지나서 돌아왔죠 아마. 그동안 지나가던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보았을지, 우리를 얼마나 불쌍하게 보았을지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점심 먹는 건 아마 5분이 채 안 걸렸을 겁니다.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옆의 사람 눈치 보며.. 그저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한 일념으로 말이죠. 암튼 그때 전 배고팠습니다. 깡반장님~! 해명하세요!
돌아오는 길에서...
에버랜드에서는 저녁 7시쯤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나오자마자 바로 마트에서 쌩라면 몇 개를 사서 뿌셔 먹었습니다. 점심이 얼마나 부실했으면 이 사람들 나이가 몇 살인데...
그리고 아침에 올 때 힘들게 왔던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돌아올 때만큼은 깡반장이 절대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봉쇄했습니다. 그래서 분당에 있는 서현역까지 좌석버스를 타고 와서 거기서 저녁식사를 다 같이 하고, 그 후에 지하철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서현역에 도착하자, 아홉명의 지친 걸인(?)들은 화려한 네온사인에 번쩍거리는 높다란 빌딩숲을 헤매며 정신없이 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널찍하고 깔끔한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곳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식당에서 먹은 시원한 냉면, 뜨뜻한 갈비탕, 푸짐한 양푼비빔밥은 부정한 떡볶기, 오뎅, 뿌신 라면, 햄버거들로 가득 찬 우리들의 느끼하고 거시기한 뱃속을 말끔히 씻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시뻘건 깍두기를 파송송 들어간 뽀얀 갈비탕 국물에 첨벙 담구어 허연 밥알과 함께 떠먹으니 그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복정(福井)
집으로 가기 위해 서현역에서 막 출발하려는 분당선 지하철에 허겁지겁 올랐습니다. 처음 타보는 노란색 지하철이었습니다. 밥을 먹어서 다들 기운이 좀 났는지 지하철 안에서는 수다 떠느라 바빴습니다. 이제 힘든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편안히 잘 생각 하니까 모두들 긴장이 풀렸나봅니다. 그러나 다 끝난 줄만 알았던 4.10 에버랜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뮤지컬 “꿈의 사람 요셉”에 나오는 “새로운 시작, 주님의 축복”(?)이었습니다.
한 15분쯤 갔을까..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상하게도 한 명이 비는 것이었습니다. 허걱.. 누가 없나 살펴보니까 분명히 서현역까지는 같이 있었는데 K군이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K군에게 전화를 하니, 서현역에서 혼자 화장실 갔다가 나왔는데 지하철 하나가 떠나는 마지막 모습이 보이더니 우리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15분이나 지났는데 연락도 안하고... 다들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잊었습니다.
저의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깡반장이 우리 모두 피곤하고 시간도 많이 늦고 해서 우리는 먼저 가고 K군이 혼자 알아서 집으로 가도록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감동스럽게도 깡반장의 기다리자는 말 한마디에 피곤하지만 우리 모두는 K군이 올 때까지 복정역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감동스러웠던 것은 K군은 먼저 간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고 혼자 오려고 했던 것입니다. 맞죠? 진태형! ㅋㅋㅋ 연락하면 기다릴까봐...
우리들은 지하철 문이 열리는 위치에 두 줄로 섰습니다. 드디어 다음 지하철이 도착하고 지하철 문이 열리자 에버랜드 정문마트에서 산 쿠우(Qoo)음료수를 가슴에 고이 안은 K군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마치 인천공항에서 천명선교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을 맞이하는 것처럼 그 동안 수고 많았다는 격려와 함께 그를 따뜻하게 맞이하였습니다.
바로 그 장면, 그 모습... 꼭 영화에 나올만한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모두들 피곤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그 모습, 과연 “새로운 시작, 주님의 축복”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그곳이 바로 분당선 복정역이었던 것입니다.
복정(福井)의 뜻을 아십니까?
Naver에서 검색해 보니까, 복정(福井)이란 원래 ‘복 우물’ 즉, ‘복이 있는 우물’이란 뜻이랍니다. 글쎄요... 지금 생각하면 그날 우리는 복정역에서 우정이란 ‘복’을 한 바가지 길어 올렸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 좋은 건 계획에도 없는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난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여행을 통해서 동행한 사람들과 함께 기막힌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나중에 복정역 지하철 승강장에 거대한 Qoo음료수와 함께 기념비를 세워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기억하고 싶습니다.
또 한가지,
집이 의정부여서 서현역--(분당선)-->복정역--(8호선)-->잠실역--(2호선)-->건대입구역--(7호선)-->도봉산역--(1호선)-->회룡역 까지 무려 다섯 색깔 지하철로 수도권 남북 대장정을 마친 한은미양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그동안 애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아~ 글이 넘넘 잼따~ ㅎㅎ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야 ~~~~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야 ~~~~ 참 착하고 선한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진다
승연씨가 이렇게 글재주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요. 팬클럽 결성합니다.
진짜 잘 봤어여^^재밌었겠다~~ㅋ 저 작년에 에버랜드 갈때 그럴줄 알고 먹을거 다~~~싸갔었는데!!^^
사람 다섯에 떡뽁이 한접시~ 오뎅 한그릇~ 사이다 한캔~.....불쌍한 영혼들~ㅋㅋ....내가 그날 입맛이 없어서....ㅎㅎ ...조쌩 수고많았어...앞으로 종종 부탁할께~^^
오호~~ 넘 재밌다..
이참에 AY 정기 간행물을 만들어 봐야겠네요^^
애독자가 될래요~~^^
넘 잼있당~~~ 한국이 그리워~~~~ ^^;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너무 좋네요~~~
오와 사진도 굳! 글도 굳! 이야 넘 멋지고 이쁘다 ㅎㅎ
ㅋㅋ 예전에는 칙칙한(?) 분위기였는데.. 시커먼 남성 분들만 가서.. ㅋㅋ 이제 화사하네요 정말 봄이 오네요 AY에도.. 다들 화이팅~~~^^
전 이제야 다봤는데... 승연이형 넘 재미있고 좋았던 글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