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의 공권유술과 태양의 서커스
10년 전 공권유술 블랙벨트 테스트를 위해 호주 멜버른에 갔을 때, 당시 빈센트 베이콘 본부장이 나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 중 하나가 태양의 서커스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나의 머릿속 한 켠에는 서커스란 한적한 공터에 천막을 쳐놓고 뒤뚱거리는 어릿광대가 북을 두드리며 관람객을 모집했던 동춘 서커스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를 관람한 후 나의 고정관념은 완전히 무너졌고 예술 같은 서커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단순한 묘기만을 부리는 기술 위주의 공연을 탈피하고 대규모의 인원이 잘 짜인 각본대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마치 잘 꾸며진 연극이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코끼리가 커다란 공위에서 재주를 부리거나 곰이 자전거를 타는 그러한 장면도 없이 오직 사람들로만 구성된 태양의 서커스는 언어, 인종, 성별,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관람객 모두를 판타지 세계로 이끌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연습용 저글링 볼 한 세트를 구입했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에게도 태양의 서커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기존 서커스 산업은 동물 묘기와 곡예 등 고비용이 발생하는 요인을 안고 있었다.
또한 주 고객층인 아동들이 TV, 게임 등에 관심을 돌렸으며, 동물 학대 논란까지 겪으며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단들은 서커스를 연극 요소와 음악, 무용 등을 현대적으로 융합함으로써 전혀 다른 개념의 공연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성인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끌어들였고, 서커스 입장권 가격을 연극 관람료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10년 전 내가 받았던 감동은 어쩌면 그들의 성공 요인에 대한 동경일지도 모른다.
분명 태양의 서커스단은 세계 각지의 서커스단들과의 차별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모색했었을 것이다.
명실공히 공권유술은 한국 종합격투무도의 선두주자다.
1996년 도장을 처음 개설했을 당시 우리나라에서 펀치와 킥 메치기와 와술을 하나의 도장에서 전문적으로 수련했던 곳은 공권유술이 대표적이었을 것이다.
2002년 즈음 들어서면서 UFC가 인터넷을 통해서 알려지고 붐이 일기 시작했다.
국내에 프로다운 연모를 갖춘 첫 번째 종합격투기 시합은 “네오파이트”라는 단체에서 주관한 경기였다.
여기에 군산에서 공권유술을 도장을 운영했던 김형민 선수가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에 사람들은 종합격투기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당시에는 브라질리언 주짓수 도장도 없었고 존플랭클린 교수가 유일하게 연세대 체육관에서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클럽형식으로 지도할 때였다.
당시의 사람들은 브라질리언 주짓수나 종합격투기를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선수들을 많이 양성하여 종합격투기 시장에 뛰어들면 성공의 길을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득도 많았다.
그들은 공권유술을 서구의 MMA와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불과 10여 년 만에 주짓수와 종합격투기 체육관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늘어나고 있다.
동네마다 브라질리언 주짓수, 종합격투기 체육관이 포화상태가 되어 합기도나 특공무술도장 보다 많아졌다.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레드오션으로 순식간에 뒤바뀐 것이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구매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보다 주변의 경쟁 도장의 기존 고객을 빼앗아 오기에 골몰한다.
정체된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자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20년 전 내가 실행했던 전략은 공권유술을 브라질리언 주짓수 시스템으로 변환을 하거나 종합격투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공권유술만의 시스템을 더욱 보완해 나가면서 무도적인 철학과 사상을 가득 담은 프로그램과 새로운 메뉴얼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권유술의 훈련 프로그램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계속해서 추가시키고 발전시켜 나간다.
격투기를 배우는 회원을 완전한 고객으로 생각하고 훈련에 필요한 서비스를 강화했다.
공권유술의 블루오션은 발상의 전환으로 찾은 틈새시장이다.
틈새시장이란 말 그대로 기존의 커다란 시장들 사이의 작은 빈틈을 찾아낸 것이고 이것 바로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공권유술은 무술이나 격투기 훈련을 원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세분화된 시장이나 잠재되어 있던 특정 소비계층을 찾아내는 것에 주력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어린이 무술 시장은 태권도가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 뒤를 따르는 것이 합기도와 특공무술이다.
대부분 아침 등하교 차량 운행과 도장 차량 운행 모두 3번의 차량 운행을 하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어린이 수련생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실시하고 과자 파티나 여행, 체험수업, 또는 공차기 같은 레크리에이션, 줄넘기, 외발자전거 타기,생일파티 등 태권도 이외의 마켓팅으로 어린이 회원을 모집한다.
이로인해 소비자들은 아주 적은 금액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의 어린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태권도와 합기도, 특공무술들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그럼 여기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10%의 고객은 누구일까?
비록 소수이지만 정통무술을 하고 싶거나 제대로 된 무술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다.
10%의 고객은 어린이가 아니라 자녀들을 기존의 무술도장의 프로그램 아닌 정통적인 무도 수련에 입각한 엄격한 훈련에 참가시키고 싶어 하는 학부모이다.
고객이 어린이에서 학부모로 바뀌는 순간 고객들은 자녀들을 직접 차로 픽업하여 공권유술 도장을 오고 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게된다.
공권유술은 처음부터 10%의 학부모가 도장의 관장과 사범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공권유술의 성공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오로지 무술 정신에 입각한 훈련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린이의 경우 일주일에 3회만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권유술 도장을 어느 지역이든 개설하기만 하면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절대 독점을 하게 된다.
학부모들과 어린이 수련생의 만족도는 공권유술 탄생이래 지금이 가장 높다.
이렇게 무술계의 틈새시장은 획기적인 상품이 아니더라도 발상의 전환으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성인 훈련생들은 어떠한가?
만약 좋은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거나 약간의 부상을 감수하더라도 파이터가 되고 싶다면 종합격투기 체육관으로 사람들은 흘러들어갈 것이다.
스파링 위주로의 훈련과 시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브라질리언 주짓수 체육관으로 등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한 운동을 하고 싶다면 헬스클럽 또는 복싱 도장에 등록하기도 한다.
성인 격투기 또는 스포츠 시장이 이러한 현상에 따라 유행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중된다고 하더라도 이중 10%의 일반인 그러니까 도장에서 도복을 입고 상호큰절로 예를 갖추며 모두에게 존중받고 개인의 실력보다 사람이 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와 함께 훈련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공권유술 도장을 찾는다.
그리고 공권유술도장은 특별한 경쟁없이 이들을 유치하고 지도에 충실하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의 공권유술 도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다만 공권유술 도장을 찾는 사람들이 다양한 공권유술의 실전 격투 기술들을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행복하게 훈련하기를 원한다.
비록 나의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든 우리와 함께 공권유술을 훈련한다면 언어, 인종, 성별,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매시간 수련생 모두를 판타지 세계로 이끌고 싶다.
10년 전 태양의 서커스를 관람 후 내가 느꼈던 감동처럼 공권유술 회원들이 훈련을 마칠 때마다 이와 비슷한 감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자료 네이버백과 사전 블루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