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가 나한테 말 한 마디 없이 그런 식으로 하면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나한테 귀싸대기 맞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6공 당시 '5공청산' 과정에서 자신을 백담사로 유배시키려 하는 노태우 대통령을 겨냥해 박철언 정무장관에게 했다는 말이다. 박 전 장관이 2005년 8월에 펴낸 정치비사집 '바른역사를 위한 증언'에 그런 내용이 소개돼 있다.
"'노(盧) 대통령'이 나이 들어 쇠약해진 '노(老) 대통령'을 입원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야당 대변인을 지낼 때인 참여정부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논평이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균성 폐렴 증세로 입원한 것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바람에 DJ가 충격을 받아서 건강이 악화됐다는 주장이었다.
우리 헌정사에서는 살아 있는 정권이 죽은 정권을 부정하고 심지어 탄압(?)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년 장교 시절부터 자신을 총애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종필 전 총리 등 유신정권에 몸담았던 정치인들에게 가혹한 조치를 취했다. 그런 전 전 대통령은 '후계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유배 당했고, 전·노 두 사람은 김영삼 정권에서 감옥 신세를 졌다.
그러나 YS는 DJ에게서 핍박을 받지 않았다.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DJ는 오히려 구속돼 있던 YS의 차남 현철씨를 석방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DJ가 관대해서가 아니다. 평생을 동지와 적을 오갔던 YS의 오기를 익히 경험한 덕분에 섣불리 차별화를 시도했다가는 역풍을 맞게 됨을 잘알았기 때문이다.
평소 DJ를 존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기조를 이어 받는 등 두 정권이 같은 줄기임을 과시했다. 전여옥 야당 대변인의 논평은 두 정권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결국 신·구 정권의 갈등은 헌정 이래 쭉 있었지만 10년 전부터는 극한 대결로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최근 '박연차 게이트'의 몸통으로 떠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온라인 정치'를 통해 궤변에 가까운 말을 늘어 놓으면서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 "증거가 중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자신을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은근히 선동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려 전임 정권 탄압을 위해 검찰을 동원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가 그토록 도덕성을 강조하던 '노무현 로열 패밀리'의 이중성에 경악할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대응태도는 스스로를 두 번 죽이는 일이지만 이는 개인이 안아야 할 몫이다. 더욱 큰 차원에서 실망스러운 것은 임기를 마친 국가 지도자의 아름다운 모습, 모범이 되는 '전직 대통령 문화'에 대한 기대를 여지 없이 뭉개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는 퇴임 후 고향으로 낙향한 첫 퇴임 대통령이었으며, 1년 동안 봉하마을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을 허심탄회하게 만나고 환경농법으로 쌀을 수확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 보면 모두가 위선이고 쇼였다. 2003년에 국립국어원의 신어(新語) 자료집에는 '놈현스럽다'는 말이 실렸다. 거기에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돼 있었다.
이 글을 제가 선택하게 된 이유는 지금 현재 노무현 전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이중적인 행동을 아주 적절하게 비유를 섞어서 표현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글로 썻다는 점과 예전에예전 대통령들의 정권 교체의 예를 적절히 쓴 것같아서 이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