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몸을,
특히 눈을 혹사하였더니
오후부터는
눈이 자꾸 침침해지고
눈물까지 나려 한다.
몸이 열이면 눈이 아홉이랬는데
귀한 눈을 이리 막 굴려서야
눈이 주인을 욕하겠다 싶다.
끙끙
신음소리까지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서둘러 빠져나온다.
공주 내려오는 길,
일반 버스를 탔더니
발 받침대가 없다.
천안쯤 내려오니
양 무릎이 뒤틀리며 편치가 않다.
버스 오래 타는 것도
이젠 힘에 부친다.
두 눈을 감고
시간 반이라도 있었으니
좀 나아졌겠지,
버스에서 내려 수퍼에 들렀다가
아는 얼굴을 만났다.
처음엔 그쪽에서 못 알아보고 지나치려다가
눈동자를 마주치고 나서야
깜짝 놀라며 하는 말.
"웬 일이야.
무지 피곤해 보여."
집에 와 거울을 보니
얼굴은 팅팅 붓고
눈꺼풀도 무겁고
눈동자는 충혈되었다.
...................
며칠 전 감상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무라빈스키의 지휘로 켜 놓은 후,
모니터 화면도 끄고
집의 나머지 전등도 다 끄고
눈을 감은 채 듣는다.
아우성, 회오리바람,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는 말발굽소리,
잦아드는 바람 소리,
비탄에 잠긴 사람들의 모습,
뭉크의 절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는 소리가 이랬을까.
도탄에 빠진 러시아 백성들의 신음 소리가 이랬을까.
이 곡이 초연되고서 엿새 후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만
차이코프스키의 비극적 생애가 이랬을까.
지나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삶이 이러할까.
중노동 후에 맛보는
불길하면서도 아름답고
격렬하면서도 애잔한 음악.
2009. 홍차 |
첫댓글 이름은 머리에 있는데, 어떤 노래인지 전혀 가락이 기억이 나질 않네요. 홍차님 말씀 보니 무식한 귀로 언젠가 한번 들어 봐야겠습니다.
저도 가락이 기억 나지 않습니다. 클릭 한 번하면 인터넷으로 다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