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카펫을 깔아놓은 환상적인 청태산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강원도 청태산(靑太山)으로 산행을 가는 날이다. 산행할 때면 늘 버릇처럼 염려되는 것이 하나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간다는 것은 일기로 인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전날부터 날씨에 대해 민감해진다. 오늘도 예외 없이 전과 같이 자고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맑은 날이 아님을 구름이 예고해준다. 어제 일기예보엔 오늘 전국적으로 눈이나 비가 온종일 내린다고 했다. 비가 내리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눈만 내린다면 오늘 산행은 하늘에서 우리에게 크나큰 행운을 내려주는 것이다. 아마도 신께서는 우리에게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 주시지 않겠나 하는 뜬금없는 상상도 해보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단 사나이가 빼 든 칼을 도로 꼽을 수는 없지 하며 가기로 마음먹었다. 만반에 준비를 하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송파 구민회관 앞으로 아름다운 생각을 하며 걸었다. 벌써 많은 분이 나와 보도위에 서서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몇 개월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다. 간혹 처음 보는 얼굴도 눈에 들어온다.
모두 차에 올라 짐을 선반에 얹고 앉았다. 차는 목적지를 향해 8시 정각에 출발했다. 차 안은 모처럼 만난 동료들과 대화 나누는 소리가 좀 시끄럽긴 했지만 향기롭게 들린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어딜 가든 시끌벅적하다. 인간이 사는 세상엔 몇 명만 모이면 시끄럽게 마련이다. 이런 것이 인간들의 삶이다.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하늘이 내려준 특권 중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잠시 후 미남 한 분이 마이크를 들고 일어난다. 저는 이번 새로 선출된 삼전 산악회 총무 김우창입니다. 하며 자기소개를 먼저 한다. 그러곤 임원진이 개편되었다고 서두에 말을 하며 새로 선출된 회장과 임원진을 모두 소개한다. 미인 여성 산악회장이 삼전 산악회에 탄생했다. 잠시 후 회장의 인사말을 한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회장을 맡게 된 김봉순입니다. 하며 우리 삼전 산악회를 여러분과 함께 잘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많이 협조해 주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 아무사고 없이 즐겁고 행복한 산행 되시길 바란다는 간단한 말로 인사말을 맺는다.
버스는 공기를 가르며 잘 달린다. 차창으로 내다본 바깥세상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고 안개가 내려앉아 시야가 흐리다. 겨울을 이겨내느라 힘겹게 버티고 서 있는 나무들이 애처롭게 보인다. 그렇지만 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이 오면 온 산천을 아름답게 꾸며보려고 잎과 꽃을 잉태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은 삭막하고 쓸쓸하고 춥지만 흰 눈이 내리면 포근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겨울이란 계절에 민감하게 적응되어 눈이 내리면 마음은 벌써 흰색으로 물들어진다. 봄이 되면 얼었던 땅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식물들을 보십시오, 얼마나 신비롭습니까? 또 아름다운 꽃으로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향기롭게 해줍니까? 여름은 뙤약 빛이 쏟아져 우리의 몸을 지치게도 하지만 또한 몸을 변화시켜 튼튼한 몸으로 살 수 있도록 단련시켜준다. 매미의 신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곡식과 모든 생물이 잘 자라도록 따가운 햇볕을 내려준다. 가을은 또 어떻습니까?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으며 알알이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런가 하면 오색 찬란한 단풍으로 산을 물들여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먹거리를 수확하고 가장 살기 좋은 기온으로 우리의 삶을 기쁨과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 자연은 이렇게 끊임없이 우리에게 신비로움을 안겨준다. 다만 우리 인간이 그것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인터넷을 통해 청태산에 대해 간단하게 서술해보자. 청태산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산1-4이다. 자연휴양림으로 각광을 받는 매혹적인 산이다. 靑太山은 강원도의 횡성군과 평창군의 경계지역으로 해발1,200m이다. 청태산을 주봉으로 인공림(85%)과 천연림으로 잘 조화된 국유림 시범단지이며 약용식물과 각종 야생화 그리고 곤충류, 조류, 파충류 등 야생동물 등이 다종, 다량 생육하고 있다.
402ha 숲속에 각종 편익시설과 청태산 정상으로 가는 잘 정비된 등산로가 6개소로 이용자 체력을 감안하여 즐길 수 있는 숲으로 많은 등산객으로부터 숲을 느끼며 호흡할 수 있는 휴양림이며 청태산 유래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관동지방(강릉)을 가다가 이곳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지금 휴양림이 위치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점심을 횡성 수령에게 받았는데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마침 커다란 바위에 푸르고 큰 이끼(가로 15자×세로 20자)가 있는 바위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성계가 이곳의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고 큰 바위에 놀라 청태산(靑太山)이란 휘호를 직접 써서 횡성 수령에게 하사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날씨는 비가 올지 눈이 올지 알 수 없지만, 회원들의 향기로운 대화 소리는 끝이 없다. 한참을 달려온 버스가 청태산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모두 차에서 내려 기념 촬영을 했다. 입구엔 청태산 자연 휴양림이라고 쓴 표석을 큼직하게 세워놓았다. 모두 산에 올라갈 준비에 바쁘다. 산은 벌써 눈이 내려 입구서부터 하얗게 덮여있다. 눈만 바라보아도 신바람이 난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심정은 웬일일까? 오늘은 동료들과 함께 신나게 힐링도 하고 눈에 대한 추억을 한 보따리 만들어 서울로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것을 알면 얼마나 부러워하고 좋아할까?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앞을 가린다. 하얀 눈이 깔린 산 전체가 마치 흰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며 혼자서 중얼거려 본다. 눈 사이로 삐져나온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그리 신기할 수 없다. 아마도 풀이 눈 위로 나온 것은 추위에 떨고 있는 산짐승들에게 먹을 것을 주려는 것이다. 신께서는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동물들에게 굶어 죽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듯하다.
안전 산행을 하기 위해 아이젠을 했다. 백설 가루가 온 산을 뒤덮어 은빛 세상을 만들어 놓은 청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제1코스를 택해 오르기로 했다. 오르는 길목엔 나뭇가지마다 눈이 내려앉아 눈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길목 한편에는 놀이 시설과 휴양시설을 갖춰놓았다. 그러나 눈이 소복이 내려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쓸쓸하게 보인다. 길 양옆으로는 아름드리 잣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빼곡히 들어섰다. 보기도 좋지만, 그 독특한 잣나무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등산길 초입부터 이름도 모르는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로 조잘조잘 대화를 나눈다. 백색 카펫을 깔아 놓은 청태산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잣나무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기, 새들의 정겨운 대화에서 울려 퍼지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소리, 거기다 하얗게 깔아놓은 눈 카펫이 조화를 이뤘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 산에 흰 눈이 내려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해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산을 오르기에 필요한 완전 무장을 했지만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워 올라가기가 좀 힘들다. 그러나 이렇게 매혹적인 설경, 장관을 이룬 설경을 올해는 언제 또 보겠는가? 백설이 하얗게 깔린 자연과 호흡하며 동료들과 재미난 이야기로 꽃을 피워 오늘을 만끽해 보고 싶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누구에게 제일 먼저 알릴까? 산을 오르는 데 힘은 들지 않지만, 등에서는 따뜻한 땀이 흘러내린다. 이마에서도 땀이 흘러내려 연실 닦아내기 바쁘다. 산 중턱쯤 올라갔을 때였다. 하늘이 재색으로 변하며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기 전 현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했다. 어두워지는 듯한 구름이 산을 에워 싼다. 그러고는 흰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자유자재로 춤을 추며 내려온 눈은 살포시 땅에 안착한다. 그러곤 그 신선한 흰 빛을 우리에게 선물 한다. 아마도 세상을 깨끗하게 살라고 소복을 하고 내려오는 것 같다. 이것이 우주의 신비가 아니겠는가? 정상을 향해 열심히 올라간다. 제일 뒤에서 혼자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콧노래가 나온다.
산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기를 뿜어내 등산하는 우리에게 힘을 넣어 준다. 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자연과 대화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 산이다. 세상 근심 걱정 모도 잊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끽해 보려고 우리는 산을 가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명상도 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꿈을 키우고 심신도 단련하기 위해 등산을 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늘에서 퍼부어대는 흰 눈과 애처롭게 봄을 기다리는 나무뿐이다. 나무들은 벌거숭이 몸으로 추위를 이겨내느라 힘겨워한다. 청태산을 와서 보니 다른 산에 비해 등산하기에 길이 대체로 편한 것 같다. 다만 지금은 눈이 내려 미끄러울 뿐이다. 혼자서 자연을 즐기며 9부 능선까지 올라왔다. 눈이 내려 시야가 근거리밖에 볼 수 없다. 산 아래의 드넓은 전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회원들은 정상을 다녀온 듯 눈을 맞지 않으려고 투명한 큰 비닐 텐트 속으로 모두 들어가 간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소꿉장난을 연상케 한다. 보기 흐뭇한 광경이다. 아마 등산이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재미있는 연출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비닐 텐트에 들어가 함께 즐기지 못하고 정상을 정복하려고 그곳을 향해 걸었다. 하늘에선 심하게 흰 눈을 펑펑 퍼부어 댄다. 정말 환상적이다. 드디어 힘들게 정상을 정복했다. 청태산이라고 쓰인 표석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반갑다 청태산아! 내 너를 보려고 힘겹게 올라왔다. 천금을 얻은 기분 너무도 좋아 어떻게 표현할 길 없구나! 표석도 작고 글씨도 작은데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청태산이라고 쓴 글씨가 내 눈에는 대문짝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청태산 표석을 보자마자 입맞춤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정상에는 등산객 하나 없고 오직 나 한사람뿐이다. 기념사진을 찍어 이곳을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려고 등산객 오기만을 약 10분 이상을 기다렸다.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기념될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100m 정도를 내려갔다. 그때 부부같이 보이는 등산객이 초등학생을 데리고 올라온다. 얼마나 반가운지 따라서 다시 정상에 올라갔다. 그분들께 사진을 부탁하니 쾌히 응해준다. 하도 반갑고 기뻐서 함께 기념 촬영도 했다. 그날 기념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이태호 님 글을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잊지 못할 추억을 한 아름 안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비닐 텐트를 치고 막걸리 한잔하며 정상을 밟고 간다는 기쁨을 나누며 호호 하하 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던 회원들은 벌써 하산하고 없다. 그때 신승식 회장이 혼자 남아 나를 기다리며 서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눈물이 글썽인다. 이것이 서로의 보이지 않는 신뢰가 쌓여 끈끈한 정과 사랑이 흐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이 없다면 나를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신승식 회장 고맙소이다. 내 두고두고 기억하리다. 신 회장과 함께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 눈이 많이 내려 허벅지까지 빠진다. 또 매우 미끄러워 안심할 수 없다. 자 짓 하면 위험에 빠지기 안성 마침이다. 안전을 염려해 네발로 기다시피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산의 삼 분의 일 정도 내려왔을 때 신승식 회장 친구 권호경 회장을 만났다. 나에게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내려가라고 격려를 해준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없다. 권 회장 처음 뵙지만 고맙습니다. 몇 번을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넘어져도 신이 났다. 또 미끄러져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언제 넘어지고 미끄러져 보겠는가?
목적지까지 절반은 내려온 듯했다. 그때 미인 삼총사를 만난다. 늘 끊임없는 노력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박력이 넘쳐나는 미인 신인희 리더와 무슨 일이든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며 친절한 미인 조진순 총무 그리고 깜찍하게 예쁜 미인 여경희 산악대장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총 여섯 식구가 모인 것이다. 내려가다 보니 도무지 걸어서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곳이 나타난다. 썰매를 타는 식으로 앉아 미끄러지라고 한다. 준비도 없이 눈 위에 철퍼덕 앉아 다리를 쭉 뻗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하던 행동을 하게 될 줄이야~^^ 참으로 신바람이 나도록 재미있다. 모두 한 줄로 나란히 앉아 뒷사람이 발로 앞사람을 밀어준다. 그러면 제일 앞사람이 길을 냈기 때문에 쏜살같이 내려오며 전율을 만끽한다. 이런 재미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이렇게 대여섯 번을 눈 썰매을 타고 나니 목적지까지 거의 다 내려왔다.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간다. 이 기쁨을 가슴에 꼭꼭 숨겨 두었다가 외롭고 심심할 때 꺼내어 혼자 빙그레 웃어 보리다.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의 추억을~~^^
오늘 마음껏 즐기라고 하느님께서는 즐거움이란 복을 우리에게 내려주셨나 보다. 난생처음 미인 3총사와 눈썰매도 타고 눈물이 나도록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내린 눈에 빠져도 보고 미끄러워 뒹굴기도 했다. 자연의 신비로움도 보았다. 동료 간에 따사로운 정도 느꼈다. 이러한 과정이 모여 아름다운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 산행은 힘도 들었지만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삼전산악 동료들이여! 정유년엔 온 가족의 건강과 행복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두 손 모으겠습니다.
2017년 02월05일
첫댓글 배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