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지경에서 말하였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가난하고 궁색한 것은 지옥에 비유할 만하다. 의지할 곳을 잃고 깃들어 의탁할 곳이 없으며, 근심하는 마음의 불꽃은 왕성하고 수심에 쌓인 몸은 초췌하게 타오른다. 화색마저 이미 잃었으니 얼굴 모습 더욱 누추하기만 하다.
신체는 여위어 기갈飢渴에 사그라져 녹아 버리고 눈은 움푹 파이고 모든 뼈마디는 겉으로 드러나며, 엷은 피부는 주름살 뿐이요 힘줄마저 드러났다. 머리털은 쑥대처럼 뒤엉키고 손발은 가늘어지며, 얼굴빛은 쑥처럼 파리하고 온몸은 쭈글쭈글하다. 게다가 의상마저 없으니 쓰레기 더미에 이르러 더러운 헝겊을 주어 이리저리 꿰매어 입으면 겨우 형상은 가리지만 사지는 빨갛게 드러난다. 앉고 누울 자리도 없이 쓰레기 더미에 비스듬히 누워 있으면 모든 친한 친구들이 보고도 모르는 체한다. 이 거리 저 거리 돌아다니면서 밥을 빌면 마치 주린 까마귀와 같고, 아는 친구를 찾아가 밥을 빌어볼까 하면 문지기가 가로막고 들여보내지 않는다. 가만히 틈을 살피다가 재빨리 들어가면 다시 욕을 퍼부으며 내쫓고, 집주인이 나와 매를 가하려 하면 곱사등이처럼 몸을 굽혀 두 번 세 번 절하며 사죄하지만, 집주인은 경멸하면서 조금도 돌봐주지 않는다.
설령 집안에 들어가더라도 천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미 서로 이야기하지도 않고 또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음식을 조금 줄 때도 밥그릇에 던져주며 배불리 먹게 주지도 않는다. 혹 큰 잔치가 있어서 남는 음식을 빌고자 해도 천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고 도리어 쫓아낸다.
가난하고 궁색한 사람은 비유하면 마치 나무에 꽃이 없어 벌들이 멀리 떠나가고 서리맞은 풀잎은 저절로 말라서 말리며, 마른 못에 기러기가 놀지 않고 불에 탄 숲에 사슴들이 오지 않으며, 추수가 끝난 밭에 이삭 줍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오늘날 가난하고 궁색하여 과거 부유하게 살 때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부질없는 말일뿐인데 누가 그 말을 믿으려고 하겠는가?
또 나의 가난하고 궁색함으로 말미암아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으니, 비유하면 넓은 들이 불에 타버린 것과 같아서 아무도 반가워하고 좋아하지 않고, 마른나무가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의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며, 서리맞은 모종 같아서 버려 두고 거두는 사람이 없고, 사람을 헤치는 독사 같아 모두 멀리 떠나며, 독이 섞인 음식과 같아 아무도 맛보려는 사람이 없다. 마치 쓸쓸한 공동묘지와 같아서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고, 냄새나는 변소와 같아 냄새나고 더러운 것만 가득 쌓이며, 사형을 집형 하는 사람처럼 남의 미움과 천대를 받는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이들은 그르다고 하고, 어쩌다 선한 업을 지으면 다른 이들은 야비하다 하며, 행동이 민첩하면 경망스럽다고 미워하고, 또한 행동을 느리게 하면 너무 무겁고 정직한 체 한다고 하며, 설령 다시 찬탄하면 사람들은 아첨하려 칭찬한다 하고 만약 칭찬하지 않으면 또한 비방하면서 말하기를
[이 가난한 사람은 언제나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일 또 남을 가르치면 이것을 거짓이라 하고 만약 자세히 설명하면 사람들이 말이 많다고 하며, 만약 묵묵히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상황을 숨긴다 하고 만약 정직하게 말을 하면 다시 거칠고 사납다고 한다.
만약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면 또한 아첨하고 왜곡되다 말하고 자주 친근히 하고 붙임성이 있으면 다시 현혹시킨다고 하며, 만약 친근히 하지 않고 붙임성이 없으면 다시 교만하다 하고 만약 다른 사람의 말을 순종하면 다른 이의 마음을 사취(詐取)한다 하며, 그렇다고 따르고 순종하지 않으면 또한 제멋대로 한다고 말한다.
또 내 뜻을 굽혀 그의 요구를 들어주면 비천하다 꾸짖고 만약 뜻을 굽히지 않으면 이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제 자신만 믿는다고 말하며, 만약 조금이라도 너그럽게 대할라치면 그들은 어리석어 꺼리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만약 스스로 단속하면 공연히 청렴한 체하고 거짓으로 스스로 단정하고 확실한 체한다고 하며, 만약 또 즐거워하고 호탕하면 그들은 방종하여 형상이 꼭 미친 사람 같다고 하고 만약 또 근심하거나 슬퍼하면 독기를 머금고 조금도 기쁜 마음이 없다고 한다.
만약 남의 말을 듣고 극진하지 못한 점에 있어서 그를 위해 판단하고 해석하면 그 명취(命趣)를 말하면서 어리석은 게 지혜로운 체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하고, 만약 또 잠자코 있으면 다시 미련하여 도리를 알지 못한다고 하며, 만약 조금이라도 희론戱論하기라도 하면 죄와 복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무엇을 구하는 것이 있으면 구차하게 얻으려고만 하고 염치를 모른다 하고 만약 구하는 것이 없으면 지금은 비록 구하지 않지만 나중에 큰 것을 얻기 바란다고 말하며, 만약 경서經書의 말을 인용하면 또한 거짓으로 총명한 체한다 라고 만약 언언가 질박하고 검소하면 다시 소원하고 우둔하다고 꺼리며, 만약 사실을 공정하게 논하면 또한 떼를 쓴다 말하고 만약 사사로이 은밀하게 바른 말로 일어주면 모함하고 아첨한다고 말한다.
만약 새 옷을 입으면 또한 거짓으로 장엄하여 꾸미는 체한다 말하고 만약 해진 옷을 입으면 다시 못나고 가난하다 말하며, 만약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또한 굶주려서 음식을 탐한다 말하고 만약 조금 먹으면 사실은 배고프면서 거짓으로 청렴한 체한다 말하며, 만약 경론經論에 대하여 말하면 제가 아는 것을 자랑하여 남의 암둔한 단점을 들춰낸다 말하고 그렇다고 결론을 말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무식하여 소먹이는 일꾼이나 삼아야겠다 말하며, 만약 스스로 옛날 사업하던 일을 말하면 허황되게 과장하여 스스로 자랑한다 말하고 만약 그렇다고 잠자코 있으면 문벌이 천박하다고 말한다.
또 한 가난하고 궁색한 사람은 행동거지와 말의 행동거지에 다 허물이 있고 부귀한 사람은 어떤 비법非法이라도 전혀 허물이나 걱정이 없어서 행동과 수완이 다 옳다고 말한다.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은 죽은 시체에서 귀신이 일어난 것과 같아 모두가 다 두렵고 무서워하며, 죽은 병에 걸려 치료하기 어려운 것 같고 넓은 들이나 험난한 곳에 물도 풀도 없는 것 같으며, 마치 큰 바다에 떨어져 파도에 떠내려가는 것 같고 사람이 목을 누른 것 같아서 숨도 크게 못 쉬며, 마치 눈 위에 꺼풀이 씌여 물건이 이르러도 알지 못하고, 또 두터운 때가 끼인 것 같아 씻어버리기 어려우며, 또한 원수의 집과 같아 비록 함께 입고 먹으면서도 악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또 뜨거운 여름날 더러운 우물과 같아 사람이 들어가면 곧 기운이 끊기고 깊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아 헤어나지 못하며, 또 산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려 나무를 꺾어 떠내려보내는 것과 같나니, 가난한 사람도 이와 같아서 온갖 어려운 일들이 많느니라.
대체로 부귀한 사람은 좋고 위엄과 덕이 있어서 자태와 용모가 조용하고 도량과 마음이 너그럽고 넓으며, 예의를 다투어 일으키고 능히 지혜와 용기를 내며, 가업家業이 날로 더욱 불어나고 권속들도 화목하여 서로 사양하며, 좋은 이름이 멀리까지 퍼진다.
이로써 살펴본다면 일체 세간 사람들은 부귀와 영화에도 족히 탐하거나 집착할 일이 아니요, 모든 사람이나 하늘의 존귀함에 대해서도 꼭 편안하게 즐기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가난과 궁핍은 곧 큰 고통의 덩어리이니 가난과 궁핍함을 만약 끊어 버리고자 하면 마땅히 아끼거나 탐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하였다.
[가난과 궁핍함은 매우 큰 괴로움이 된다.]
첫댓글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아끼거나 탐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부처님 말씀은 모두가 옳은말씀뿐이니, 가진것이 없으면 말한마디 미소하나라도 보시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