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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인 한 중년 남성은 2, 3일마다 발작처럼 찾아오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병원에 찾아가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때로는 도리어 증상이 더 심해지곤 했다. 몇 차례에 걸친 검사와 전문가들의 진찰로도 두통의 원인은 밝혀낼 수 없었고 더 이상의 치료법은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그는 근교 도시의 한 자연 치료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그녀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간단한 처방을 내렸다. 그녀가 지정해 주는 음식들을 피할 것, 영양 보충제를 섭취할 것, 그리고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는 체조를 할 것. 그녀의 처방에 따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괴롭히던 두통은 놀랍게도 깨끗이 사라졌다.
오래된 희망과 새로운 대안 기존 의학을 대신해 그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대체 의학, 혹은 자연 요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근래의 자연주의 열풍에 힘입어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의료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체 의학은 기존 의학의 틀 안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의학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다. 해외에서는 대체 보완 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의 약자인 CA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는 독립된 하나의 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의학도 이 CAM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아로마테라피, 약초 요법 등도 모두 대체 의학의 일부분으로 연구되고 있다. 과거 ‘이성의 시대’에는 하나의 미신쯤으로 취급되었던, 그러나 명맥이 끊이지 않고 자자손손 이어져 온 민간 요법도 이제는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 치유력을 지니고 있다. 신체가 손상을 입더라도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치료는 사실 자연 치유력을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외과 수술을 받았더라도 상처가 스스로 아무는 성질이 없다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질병에 시달리는 많은 현대인들의 문제는 자연 치유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가 많다는 것인데, 그래서 대체 의학에서는 이런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외부의 힘이 아닌 몸이 본디 지니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여 병을 치료하면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되는 약재도 되도록 화학 가공되지 않은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는 치료법이 선호된다.
이렇게 대체 의학이 본격적인 학문으로 등장한 것은 겨우 10년 전의 일이다. 한의학, 그리고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와 같은 동양 의학이 서구에 전해지면서 북미나 유럽에서도 이제 침이나 기공, 명상 등도 그들에게 낯설지 않게 되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역시 미국이며, 1999년 국립보건원 산하에 국립대체보완의학센터(NCCAM)가 설치되어 대체 의학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의과대학을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대체 의학의 장단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에서는 2001년 포천중문의대에 대체의학대학원이 개설된 것을 필두로 여러 의료 기관과 의과 대학에 대체 의학과 관련된 교육, 연구 과정이 생기기 시작했으나 서구와는 좀 다른 개념의 용어로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자연 치료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한의학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완성된 의학 체계를 지닌 한의학을 대체 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포함시키는 것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대체 의학을 논할 때는 한의학을 제외한 기타 치료법들이 자주 언급된다.
차병원 대체의학클리닉센터 전세일 원장은 대체 의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의(醫)는 하나이지만 의학(醫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 치유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방법들, 즉 약초나 허브의 사용, 햇빛, 물과 같은 자연 재료를 활용한 치료법을 통틀어 자연 의학, 대체 의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전 원장은 기존 의학의 한계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의 대체 의학자들은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의학 이론들의 통합적인 연구를 통한 전일의학(Integrative medicine)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국내에는 이미 한의학에 대한 연구 결과가 상당히 집적되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한다면 서구에 뒤지지 않는 새로운 의학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체 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치료법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하지만 현대인의 가장 큰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답을 내놓고 있다. 바로 잘못된 생활 습관이 병을 유발하는 많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마한의원의 김혁 원장은 자연 치료란 몸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 말한다. 장기들이 원래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병이 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의 역할은 음식물을 잘 씹는 것이다. 입이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음식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채 위로 가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위가 떠안는다. 과도한 운동으로 지친 위가 움직이지 않게 되면 그 부담은 다시 장으로 옮아가고 결국 소화기 전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암이나 다른 큰 병도 그 시작은 사소한 데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과 올바른 식사 습관을 지킨다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병장수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죽음, 그리고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치료법을 탐구할 동기를 제공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시행 착오를 거친 결과, 몸이 어떤 증상을 보일 때 어떤 처방을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좋은 의학은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어떤 의학이라도 효능이 증명될 수만 있다면 건강에 대한 인간의 오래된 희망을 향한 하나의 발걸음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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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에 반란을 일으킨 신체 전반적으로 볼 때 현대인의 생활 수준과 건강 상태가 과거보다 향상되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인간이 질병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천연두와 페스트가 퇴치됐어도 그보다 파급력도 크고 복잡한 형태의 질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에 새로 발견된 질병 중에는 그 원인이 바이러스의 감염이 아닌 생활 습관에서 비롯하는 것이 여럿 있는데 이런 병은 생활에 변화가 없는 한 치료가 어렵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토피성 피부염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15퍼센트가 아토피 환자이며 성인 아토피 환자의 비율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그 명칭 자체가 그리스어로 ‘알 수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아토피는 어느 정도는 유전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과 지난 10년 사이 환자 수가 급증했다는 사실은 그 원인이 도시화된 환경에 있음을 추측케 한다. 신체가 노출되어 있는 모든 환경, 즉 공기, 음식, 의복 등의 오염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자 면역 체계가 이상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아토피 환자의 대다수가 피부과 치료 외에도 자연식 위주의 식이 요법과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고 있으며, 대체 치료법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대체 의학을 찾는 많은 이들은 난치병이나 만성 질환 환자들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신경과 교수인 스테판 라이크는 2001년,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 중 40퍼센트 정도가 한 종류 이상의 대체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들이 택한 요법은 주로 비타민 E의 섭취, 허브, 마시지 등이었으며 그 중 다섯 종류 이상의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도 12퍼센트나 되었다. 또한 환자의 반 정도는 담당 의사에게 자신들이 대체 요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치료를 감행했다.
기존 의료계가 대체 의학에 대해 가장 우려를 표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런 상황이다. 과학적 효용성이 증명되지 않은 요법을 함부로 접했다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의료 사고에 대한 대책이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는 약초 사용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고 각 정부 당국이 전통 약재에 대한 철저한 관리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발표된 내용 중에는 약초로 만든 비만 치료제를 잘못 복용한 70여 명의 사람들이 신장 이식을 받아야 했던 벨기에의 사례 등, 전세계적으로 대체 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 포함돼 있어 무분별한 약초 사용에 경종을 울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노화로 인한 자연사는 보기 드물어졌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건강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써 대체 의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명심해야 할 것은 대체 의학 또한 하나의 의료 행위이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가 검증된 연구, 그리고 적절한 의료 제도와 올바른 교육이 뒷받침되어 줄 때만 대체 의학 또한 하나의 보건 의료 분야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
전통의 재발견, 약초 지구상에는 35만여 가지의 식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약초는 인류의 역사와 항상 함께 해 왔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사시대 사람들은 아마도 야생 동물이 특정 식물을 통해 자가 치료하는 과정을 목격했거나, 혹은 직접 시행 착오를 거치며 어떤 식물이 어떤 증상을 낫게 해준다는 것을 터득했을 것이다. 약초에 관한 지식은 오늘날 원시 부족들에게서 볼 수 있듯 제사를 관장하는 샤먼이나 마을의 현자들을 통해 축적되어 후손에게 전달되었다.
약초 사용에 관해 가장 오래된 기록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출토된 기원전 3세기 경의 점토판에 새겨진 것이다. 이 시기에 약초를 다루던 이들은 약사인 동시에 의사였으며 제사장이기도 했다. 이 기록에는 병의 증세, 처방, 그리고 약의 제조법이 적혀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약재로 사용되는 감초, 월계수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고대 문헌 중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의학서는 1862년에 발견된 이집트의 《파피루스 에버스》다. 기원전 2세기 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기록에는 양치제, 좌약 등을 만들기 위한 약 800종의 처방전이 수록돼 있었으며 그 중 700개가 식물을 재료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약초와 향료를 사용했으며 상당히 발달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이 문헌을 통해알려지게 되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도 이미 기원전 4~5세기 경부터 약초 사용법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신농씨라는 제왕이 직접 365가지의 약들을 먹어보고 그 효험을 사람들에게 전했는데, 그 내용은 삼국시대에 와서 《신농본초경》이란 책으로 엮여 현재에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약초 관련 저서로 남아 있다. 본초란 약이 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말하는 것으로, 이 책에서는 그 중 252종에 달하는 약초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후 중국과 한국에서는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등 약초에 관한 책이 계속해서 쓰여졌고 그 전통이 오늘날 한의학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대 서아시아의 약학은 ‘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학자 테오프라스투스나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그리스와 로마 제국으로 계승되어 계속 발전했다. 그러나 중세 유럽의 교회는 약초의 사용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신앙의 힘만으로도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과 의술에 대한 고대 문헌들은 수도승들에 의해 한 권 한 권 필사돼 수도원 안에 보관되었으며, 수도승들은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약초를 직접 재배하기도 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약초를 사용하는 민간 요법은 계속 성행했으나, 병을 낫게 하는 신비스러운 힘에 대한 미신은 약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던 노인이나 여자들을 마녀 사냥의 표적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최초로 분리해 받아들인 것은 아랍인들이었다. 8세기 바그다드에는 이미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이 있었을 정도였다. 서유럽에서 암흑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중동에서는 동아시아를 드나드는 상인들을 통해 동양의 각종 의술과 약초들이 전해졌다. 11세기 초, 페르시아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이븐 시나가 저술한 《의학정전》은 특히 약의 제조 과정에 대해 세심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중세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며 동서양 의학계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 역작이다.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에는 약초와 향신료 등을 통합해 일컫는 이름인 허브에 관한 책들이 각국의 언어로 활발히 발간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책은 16세기말, 존 제랄드가 쓴 《허브, 혹은 식물의 역사》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벨기에에서 출판된 다른 책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고, 그나마도 오역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감자와 같이 신대륙에서 건너온 식물들이 유려한 문체와 삽화로 묘사돼 있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에도 이 책이 주요 참고 도서로 언급되는 이유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식물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7세기 이후 과학이 발달하자 환경 파괴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약초 대신 대량 생산된 의약품이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약품 역시 원재료는 약초인 경우가 많았다. 그 예로 버드나무 껍질추출물을 사용하는 아스피린이나 양귀비로 만드는 모르핀 등을 들 수 있다. 근래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약 대신 천연 재료를 치료에 활용하고자하는 시도가 늘면서 다시 약초와 허브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전통 요법에서 사용하던 약초들의 주요 성분을 추출해 사용하는가 하면 한약 복용과 기존 의학의 방법에 따르는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약이나 서구의 허브 모두 오래된 약초의 전통을 되살려 인간의 병을 치료할 새로운 대안으로써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건강한 정신이 만드는 건강한 몸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 이제는 정신이 건강해져야 몸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국제보건기구는 건강에 대해 ‘비단 질병이나 허약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완전히 행복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체적인 부분 외에도 심한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 중 건강한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2002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인구 10만 명당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19.1명으로, 자살이 2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소화기내과를 찾은 위장병 환자의 반 이상이 신경성 질환이었다는 한 병원의 발표도 정신의 건강 상태가 현대인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하게 한다.
마음과 신체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보고 정신적인 안정을 통해 몸을 고치는 치료법을 통틀어 심신 의학이라고 한다. 20세기 중반, 스트레스성 질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등장한 분야다. 이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신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정신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신체의 건강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심신 의학은 현대 의학에서의 심리 치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실제로 인지 요법이나 행동 요법이 정신과에서 공포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여기에는 요가를 비롯한 명상 요법과 미술, 음악 치료 등 아직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방법들이 모두 포함된다. 향기를 이용해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신체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아로마테라피도 심신 의학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위스취리히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요가가 천식에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명상이 자가 면역 기능을 높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요가 수행자 중에는 심장 박동이나 혈압을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명상 요법이 자율 신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현대인의 긴장된 정신 상태를 완화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원예 치료를 들 수 있다. 환자로 하여금 식물을 가꾸게 하거나 식물 재료를 이용한 장식물을 만들게 하는 이 방법은, 현재 우울증이나 치매 등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건국대학교 손기철 교수 연구팀은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가 안정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알파파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식물이 있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력이 증가되고 통증을 참기가 더 수월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또한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며 식물을 키우고 그 결과물을 수확하는 경험을 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야채와 과일 섭취를 선호하는 식습관을 갖게 된다는 가설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원예 활동은 햇빛과 흙, 그리고 식물의 녹색을 접하면서 운동도 되는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를 비롯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여러 요양, 재활 기관에서 실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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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태어나는 작은 기적 몸 안의 병을 직접 칼을 대지 않고도 고칠 수 있다면? 의사의 손놀림만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수기 요법의 세계. 속이 쓰리거나 피부에 두드러기가 났다면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허리가 아프고 목 뒤가 뻐근해서 두통까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스크 질환에 걸리면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대체 의학에서는 물리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손과 몸을 이용한 수기(手技) 요법을 쓴다. 마사지, 접골, 한의학의 추나, 그리고 서구의 카이로프랙틱이 이에 속한다. 이 방법들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 신경과 근육, 골격의 자극과 교정을 통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추나 요법은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물리 요법으로 몸을 밀고(推), 당긴다(拿)는 뜻을 지닌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뒤틀린 신체를 밀고 당겨 바로 잡아 주는 것이다. 추나 요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인 정형 추나는 경락과 경혈을 자극해 기혈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거나 어긋난 근육과 골격을 손으로 만져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이다. 반면 도인 추나는 환자의 근육과 관절을 운동시켜 증상을 개선시킨다. 일반적으로 추나 요법은 한약이나 침과 병행해서 환자의 기운을 북돋아 효과를 높이는데, 모든 한의원에서 시술이 가능하지만 추나 요법 전문 한의사를 찾을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그리스어로 손과 치료를 의미하는 두 단어의 합성어인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도 추나와 비슷한 원리의 치료법을 사용하는 수기 요법이다. 이 요법은 1895년 파머라는 캐나다인이 관절과 근육을 손으로 만져서 신경의 흐름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을 펼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서구에서는 관련 교육 기관이 설립되고 제도적으로도 인정받아 하나의 의술로 자리 잡았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정식 공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수술하지 않고도 척추 관련 질환들을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카이로프랙틱을 시술하는 정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5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도 수기 요법을 이용한다. ‘삶의 지혜’라는 뜻의 아유르베다 의학은 바유, 피타, 카파라는 3가지 체질이 몸 안에 어떤 비율로 자리하고 있는지에 따라 개인의 특성을 판단한다. 사람이 건강한 상태란 신체, 정신, 그리고 영혼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인데, 이 균형이 깨지면 몸 안에 독소가 생겨 병이 난다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4 단계에 걸쳐 신체를 청소하고 독소를 제거하며 해독 과정을 돕기 위해 허브 기름으로 전신을 마사지해 혈액 순환을 좋게 해 준다. 병의 치유가 아닌 건강 유지를 위해서도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은 허브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사지 외에도 아유르베다 요법에서는 각 개인의 체질에 따라 알맞은 식이 요법을 처방하고 허브를 많이 활용하며 요가와 호흡 요법으로 대표되는 정신 수양법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나라의 한의학이 그렇듯이 인도에서는 아유르베다에 관한 교육 기관을 졸업한 사람이면 일반 의사들과 동등하게 의술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신뢰가 깊으며 하나의 체계적인 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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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차려낸 밥상 건강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장 오늘의 저녁 식탁을 살피는 것이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예방책 중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식이 요법이다. 인간이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는 음식물에서부터 비롯되며 제대로 된 먹거리를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과연 무엇이 ‘제대로’ 된 음식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때로는 비타민 C가, 때로는 마늘이, 때로는 코코아가 몸에 좋다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그 길로 달려가 그 음식을 사들이기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풀 먹는 한의사’로도 알려진 손영기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권하는 음식 요법은 일명 ‘마이너스 건강법’, 혹은 ‘먹지마 건강법’이다. 몸에 플러스가 되는 음식을 찾을 것이 아니라 몸에 해가 되는 음식들을 줄이고 멀리 하는 마이너스 정신을 가지자는 것이다. 화학 약품과 유전자 조작으로 오염된 음식을 평생 먹다 보면 몸이 오염되다 못해 병이 발생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반대로 보면 음식을 가려 먹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몸에 해가 되는 음식에는 모든 인스턴트 가공 식품, 유가공품, 육류, 밀가루, 그리고 설탕이 포함된다. 물론 이 모든 음식을 가려 먹기란 쉽지 않겠지만 손영기 한의사는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질병의 많은 부분이 엄격한 식이 요법과 생활 습관의 조절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음식 조절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정신 건강 자선 단체인 마인드는 음식이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사회로 환원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다. 2000년 이 단체에서는 정서 안정을 위한 음식 요법 안내서를 발표했다. 기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역시 가공 식품과 유제품, 그리고 밀가루 음식 등이 포함됐다. 이후 음식 조절과 정서 상태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행한 한 실험에서도 200명의 실험 대상자 중 88퍼센트가 음식 조절을 시작한 뒤로 조급증이나 공황 발작, 우울증 증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얻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양을 줄여 효과가 가장 컸던 음식으로는 설탕을 지목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카페인과 술이 그 뒤를 이었다. 마인드 관계자는 때에 따라 음식이 자폐증이나 정신 분열증과 같은 극단적인 정신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음식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옛말에 ‘밥이 보약’이라고 했지만 이제 한 끼 식사는 어떤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는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게 되어버렸다. 유전자 조작과 각종 화학 물질로 오염 덩어리가 되어 있는 음식을 가려내는 것 또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떠넘겨진 숙제다. 그렇기에 건강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관련 정보가 아무리 흘러 넘쳐도 진정한 건강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길찾기는 계속된다. 많은 대체 의학자들은 가야할 길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말한다. 바로 신체가 발휘하는 자연 치유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몸을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자연의 섭리가 지시하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