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바탕으로 약리학적 타당성 반드시 검토
소비 패러다임 변화…전문성 살려 신뢰감 얻어야
지난 호에서 진열과 POP만이 저와 같은 하수도 따라 하기 쉬운 유일한 방법일까요? 그냥 단순하게 학술적 지식이 높은 약사만이 상담을 잘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화장품이나 건기식 등을 판매하는 일반 ‘셀러’들은 자기만의 어떤 노하우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내가 보통약사로서 할 수 있는 좋은 상담이자 잘 팔리는 상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고 저만의 쉽고 편한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많은 약사님들이 강의에서도 무수히 이야기 하셨지만 외우기 힘들었고 쉽게 따라 하기 어려웠다면 저처럼 조금은 ‘무식하고 단순’하게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제 나름의 노하우를 전해보고자 합니다.
가. 약사는 사람을 상대한다.
약국에서 많이 부딪히는 예가 ‘A상품이 좋아요 B상품이 좋아요?’입니다.
사실 약사가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은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아니라 ‘나를 찾아 온 사람이 얼마큼 알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약사는 약의 전문가이자 건강의 전문가로서 ‘그 사람에게 맞는 약을 적절하게 찾아주고 제대로 적용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광고제품명을 이야기 하면서 물어보면 단순하게 ‘둘 다 좋아요’ 또는 ‘다 같아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어느 근무약사님의 푸념을 듣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원리임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인데요.
약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약을 사용할 사람이라는 것을 약사도 명심해야하고 상대방에게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약사는 ‘사람을 위해 약을 선택하는 것이고 약을 선택하는 문제는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한다면 상담이 단순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객 : 상처 연고는 마데카솔이 좋아요, 후시딘이 좋아요?
약사 : 상처의 종류와 환부의 상태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고객 : 그냥 집에 두고 쓸 것 중 에서는요?
약사 : 둘 다 나쁘진 않습니다.
고객 : 그럼 둘 중에 뭘 권해주시겠어요?
A약사 : 다 괜찮아요(왜 물어보는 거지?).
이 경우 B약사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B약사 : 예를 들어서 음식점에서 쓰실 예정이면 화상이나 칼로 벤 상처에 감염을 막아줄 수 있는 연고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고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스테로이드 성분보다는 내성이 약한 항생제 연고를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 : 우리 집은 ~한데 그러면 어떤 연고를 쓰는 게 좋을까요?
약사 : 제 생각엔 OOO연고를 쓰시면 좋고요. 환부가 노출되기 쉬운 곳이면 드레싱 밴드나 요즘 잘 알려져 있는 상처를 빨리 낫게 해주는 OOO같은 밴드를 붙여 상처 부위가 노출되지 않게 하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라고 한다면 고객은 약사를 통해 더 합리적이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뿐더러, 약국의 매출 또한 증진이 될 것입니다.
B약사의 예를 한 번 더 들어보겠습니다.
고객 : 잇몸이 안 좋은데 인사돌이 좋아요? 아니면 이가탄이 좋아요?
B약사 : 잇몸이 안 좋은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고객 : 나이도 먹고 관리도 안 되고 그래서 그렇겠죠?
■ 남자 고객 상황
B약사 : 혹시 술?담배는 많이 하시는 편이신가요? 혈압약이나 콜레스테롤 약을 드시고 계시진 않고요? 이전에 잇몸 약을 드셔 본적은 있으신지요?
고객 : 네. 혈압, 당뇨 약 먹고 술 담배도 하던 거라서 하죠.
B약사 : 인사돌도 이가탄도 다 좋은 약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약은 ‘내 몸에 맞는’약이 되어야겠죠. 고객 분께서는 본인이 드시고 계시는 처방의약품을 드시는 것이 모든 치료라 생각하시겠지만 그 약들은 지금의 증상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부분이고 또한 그 약물들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기도 합니다. 또한 음주나 흡연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는 그에 맞는 해결책을 선택하는 게 더 맞겠지요.
고객 : 그러면 인사돌이나 이가탄 말고도 또 있나요?
B약사 : 네, 그럼요. 잇몸약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내 몸의 불균형이나 결핍을 보충함으로써, 또는 먹고 있는 처방약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근본적인 원인의 해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입니다.
고객 : 약이 생각보다 되게 복잡하네요.
B약사 : 물론 광고에 의해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광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문가를 통해 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지요.
고객 : 그럼 약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약을 주세요.
■ 여자 고객 상황
B약사 : 최근에 폐경이 오거나 골밀도 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낮게 나오지는 않았나요?
고객 : 네. 사실 폐경까지는 아니라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골밀도를 재봤는데 최악은 아니라도 나빠지고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어요.
B약사 : 네, 사실 몸이 평생 새것처럼 건강하면 좋겠지만 조심을 해도 점점 잘 달래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요. 지금처럼 폐경기 이후 여자 분들은 칼슘의 소실이 많아지게 되어 골다공증 등의 증상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골다공증이 잘 나타나지 않아 무심결에 지나치게 되는데 그걸 알아 볼 수 있는 것이 잇몸이 약해지는, 즉 치조골이 내려앉아 이빨이 길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로 알 수 가 있습니다.
고객 : 그럼 잇몸약만 먹으면 안 되는 건가요?
B약사 : 물론 잇몸이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 잇몸약도 복용해야하지만 사실 잇몸 뼈가 약해진 것을 ‘몸의 칼슘이 부족한 신호’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즉, 칼슘의 꾸준한 보강을 통해 잇몸은 물론 전체적인 뼈를 튼튼하게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셔야 하겠지요.
고객 : 그러면 잇몸약과 칼슘 약을 같이 먹어야겠네요?
B약사 : 잇몸 약은 상태에 따라 용량을 줄여가면서 나중에는 안 드실 수 있도록 하면 더 좋고요. 칼슘은 아무래도 검사를 해가면서 상태에 따라 줄이긴 하더라도 앞으로를 생각하면 꾸준히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고객 : 아... 잇몸약도 평생 먹는 것은 아니구나. 그러면 좋아지면 안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해보도록 할게요.
약사가 환자 또는 고객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진료행위라 걱정하시는 약사님께 감히 말씀드리자면 약사가 약을 선택하고 알려줌에 있어서 모든 질문은 ‘약리학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행위입니다.
김성철 박사님의 강의 중 듣게 된 이 한마디는 약사로서 자긍심과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약사가 가장 정확한 약물을 선택하여 환자 또는 고객의 질병의 치료 및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데는 충분한 질문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고 그 질문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본인의 지식과 취합하여 적절하고 자신 있는 선택을 제시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제품의 구입은 소비자의 몫이므로 약사는 지식을 정보화하여 제공하는 ‘봉사’의 마음을 잊지 않으면 시간은 반드시 약사의 편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나. 약사는 전문지식을 정보화해 전달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에서 승자를 꼽으라면 ‘잘 파는 사람’이나 ‘잘 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전의 마케팅은 일단 ‘판매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었으나 요즘은 소비자들의 성향이 ‘내가 정확한 판단을 하고 이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의 방향으로 바뀌었고 이는 ‘전문적 영역’인 약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약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고객의 판단에 대하여 ‘전문성에 대한 도전’으로 느끼고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반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고객의 판단영역에 대해서 참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거나 반드시 약사로서 알려줘야 할 사실에 있어서는 확실한 위치를 갖고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고객 : 게보린 주세요.
A약사 : (마진도 별로 없는데..) OO원입니다.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약국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약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약사로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러한 부분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죠. 또한 약리학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도 생략 된데다 복용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죠.
고객 : 게보린 주세요.
B약사 : 누가 어떤 용도로 드실 것인가요?
고객 : 중2 딸이 생리통이 심해요.
B약사 : 우선 게보린은 15세 미만 복용 금기 의약품입니다. 일단 이 약보다는 가급적 안전성이 보장되는 성분을 복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리통이 심하면서 동시에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쉽게 지치는 경향이 있지는 않나요? 생리통을 진통제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이는 치료의 의미는 아닙니다. 개선을 위해서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님의 생활습관이나 현재 상태에 대한 파악입니다.
제가 도움이 되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궁금하시다면 한번 따님과 같이 방문하세요.
고객 : 아, 게보린이 광고를 많이 해서 좋은 약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B약사 : 광고를 많이 함으로써 일반인에게 많이 노출을 한 제품이라 유명하지만 ‘익숙한 이름’이 안전한 이름은 아니지요.
고객 :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딸이 먹어도 안전할 약으로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B약사 : 학생들에게 먹기에 안전하고 효과도 빠른 약은 이 약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통제를 성인이 드실 경우는 음주는 반드시 삼가야합니다. 복용 시에는 충분한 양의 물을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 : 감사합니다. 다음에 딸과 함께 방문하도록 할게요.
B약사 : 안녕히 가세요.
보통 약사 사이에서 지명구매품 대신 다름 약품으로 주는 것을 ‘돌려 팔기’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에 대해 굉장한 불쾌감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약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윤이 목적’이 된다면 이는 약사라는 직업에 큰 오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약사의 전문지식은 일반인에게 있어 존경의 대상이 되고 이를 언제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제공할 수 있을 때 약사의 신뢰도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위의 경우 결국 약사의 선택은 ‘전문성’에 기인합니다. 이를 소비자도 확인을 했기에 약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지요. 다음의 내용과도 연결이 되지만 약사의 전문지식은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한 노력’이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고객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