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가상으로 꾸면본 이야그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기를. - 마당쇠 올림-
‘국제음주엑스포’ 조직위원장에 대한 (가상) 청문회
- 장소: UN본부 부설 SDO(Smart Drinking Organization)센터 酒聖館
- 일시: 2014년 6월 11일 오전 10:00
*피청문인: 윤월주(尹月酒, 대한민국)(YW)
*청문특위 위원 명단: 대륙별 각 1명씩 총 7명(마지막 괄호 안 略字는 위원 이니셜)
- 아시아 대표(일본): 싸게 마세부로(さけ ませぷろ 酒飮太郞)(SM)
- 중남미 대표(멕시코): 데낄라 대짜로(Tequila Daezaro)(TD)
- 유럽 대표(슬로베니아): 술로 배채워(Sulo Vachewer)(SV)
- 아프리카 대표(짐바브웨): 만땅꼬 만사무사(Mantango Mansamusa)(MM)
- 북미 대표(캐나다): 빠뜨롱 빨제(Patron Farjay)(PF)
- 오세아니아 대표(뉴질랜드/여성): 질(Jill) 조아(Choya)(JC)
- 남미 대표(볼리비아/여성): 볼바도 티안나(Bolvado Thiana)(BT)
*사회자: 술푼속 알른소리(Sulpunso Alainssori)(SDO의장/엘살바도르 출신)
지금부터 제1회 ‘국제음주엑스포’ 조직위원장에 내정된 대한민국의 미스터 尹月酒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청문위원은 SDO의 명예를 걸고 품위를 지켜주시기 바라며, 피청문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술 이외 주제와 동떨어진 질문은 삼가주시고, 질의 시간은 각 7분입니다. 그럼 추첨 순에 따라 슬로베니아의 술로 배채워 위원 먼저 질의해주세요.
SV: 먼저 국제음주엑스포 조직위원장에 선임되신 것에 대하여 SDO와 전세계의 酒黨들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尹月酒씨, 한마디로 술을 무어라 생각하세요?
YW: 술은 술이요 물은 물입니다. 술은 물보다 진하지요.
SV: 아니 벌써부터 술 취한 소리를 하면 어떡합니까! 그걸 몰라서 하는 소립니까?! 술이 물보다 진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 아니욧!
YW: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상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SV: 대체 누가 그 따위 것도 모른단 말이요?
YW: 비코즈(because), 술을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SV: 그냥 한국말로 하세요. 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YW: 콘디숀이 아~주 좋은 날, 예를 들면 웬즈데이 비 내리는 저녁에 술 마시면 술이 물 같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제 주변에 의외로 많거든요.
SV: 제발 영어 좀 쓰지 마라니까요(나도 영 못 알어 묵것그만...).
YW: 예썰!
SV: 대체 어떤 술이길래 그런 거죠?
YW: ‘잎새주’라고요, 단풍잎 이파리로 제조한 술입니다.
SV; 그 술 한 번 맛보고 싶군요. 한 뱅 선물할 의향이 있나요?
*사회자: 전 세계 주당들이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주세요. 시간이 다 됐습니다.
다음은 캐나다 대표 빠뜨롱 빨제 위원 질의해 주세요.
PF: 피청문인께서 좋아하신다는 잎새주라는 술과 웬즈데이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요?
YW: 저의 조국 대한민국은 5천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국토는 금수강산이라 불립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것을 닮아 정이 넘치고 매우 서정적인 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비라도 내릴라치면 빗물과 빗소리를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매우 신비스러운 기운이 생긴답니다. 그날이 雨曜日과 겹칠 때면 제일 술이 땡기는 이치이지요.
PF: (이 사람, 말이 되게 많네.) 짧게 말해주세용. 뭔 말인지 잘 모르겠응께롱.
YW: ...... (뭔 놈의 佛語 발음이 저 모양이다냐? 흐흐)
PF: 빠뜨롱(Patron)이라는 술을 마셔본 적이 있나요?
YW: 뭐라고 하셨어요? 빤따롱이라고요?
PF: (눈을 부라리며)아니, 음주엑스포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사람이 그 유명한 빠뜨롱도 모릅니까?
YW: 예 제 不德의 所致입니다만, 지구상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술이 있고요,
같은 술 종류라도 이름이 천차만별합니다. 특위 위원께서는 ‘막걸리’라는 술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PF: 마꼬리?
YW: 아니요, 저를 따라해 보세요. 막-걸-리.
PF: 마-꼬-리
YW: 막걸리!
PF: 마꼴리
YG: 막
PF: 막
YW: 걸
PF: 걸
YW: 리
PF: 리
YW: 옳지! 막걸리!
PF: 마꼴리!
YW: (이~런)
*사회자: 지금 무슨 말(言)놀이 하는 거예요? 참 재밌게 들리네요. 마꼬리?
TD(의사진행 발언): 아니 지금 사회자는 본 청문회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그럽니까? 술이라면 우리 멕시코 데낄라술이 댓길 아닙니까!
*사회자: 죄송합니다. 술 이름이 너무 멋저부러서 따라해 본 겁니다. 그러면 다음은 뉴질랜드 질 조아 위원 질문하세요.
JC: 대체 ’마꼬리‘라는 술은 어디 産이 제일 좋습니까?
YW: 듣던 중 반가운 질문입니다. 아, 그야 강진 병영의 ‘설성막걸리’가 질 조아부러요~.
JC: 그 술 설명 좀 해보세요.
YW: 설성막걸리는 기름진 남도땅에서 재배된 100빠센트 한국 토종쌀과 월출산 아래로 흘러 흘러온 맑은 물로 빚습니다.
강진 城田 무위사 만첩홍매(萬疊紅梅) 꽃이파리 날리는 날 설성막걸리 한잔하고 나면 신선이 따로 없고 거의 실성할 정도라니께요.
JC: (통역 쪽을 힐끔 보며) ‘실성할 정도’라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뜻인 모양인데, 그건 술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니요?
YW: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理性的이면 영혼을 황페화시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계량주의에 빠지거나 너무 차가운 이성의 세계에 갇히지 말고 그 경계를 넘어보자는 것이 본 청문회의 취지가 아닙니까.
설성막걸리와 매화이파리가 한 데 어우러져 사람의 內密한 본성을 건드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제퍼슨이 그랬다던가, “설득할 수 없으면 헷갈리게 하라”고. 흐흐흐)
JC: 그러면, ‘질 조은’ 것으로다가 설성막걸리 한 뱅 콜!
YW: 오키
*사회자: 나는 두 뱅 콜! 다음 질문 차례는 일본 대표 싸게 마세부로 위원입니다.
SM: 에또 설라무네, 尹상 오겡키데스까. 와따시와 간고꾸노 막걸리 무지하게 조아하무니다.
한국의 술 마시는 예절이 세계적 모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세쯔메이 구다사이.
YW: 한국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며 술 마실 때도 예를 갖춥니다. 後來三杯라는 飮酒法도 좋습니다만,
1,3,5,7,9음주법이 멋지죠. 한 마디로 홀수의 여백을 줄기는 동양의 멋이라고나 할까요.
‘놓털카 금지주법’도 있으니 參考하세요. 일본에서는 열 병을 마시더라도 꼭 한 병씩 한 병씩 탁자 위에 올린다면서요?
그렇게 쫌스러워서야 되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이빨로 병뚜껑 따면서 맥주 한 박스 정도는 가비얍게 마시는 민족이랍니다.
고구려인의 후손답게 배뽀가 크지요. 끝으로 조지훈 선생의 ’18주도법‘은, 정식으로 조직위원장에 임명되면
국제음주엑스포 전야제 때 특별강연 형식으로 가르켜 드리겠습니다.
*사회자: 다음은 볼리비아 대표 볼바도 티안나 위원 질의하세요.
BT: 윤광주씨의 성실하고 진지한 답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본 위원이 확보한 문건에 의하면 피청문인께서는
1972년 가을 대학입시를 목전에 두고 광주천변 포장마차에서 쏘주를 마셨다는 제보가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예, 아니오'로 답변해주세요.
YW: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마신 술은 ‘쏘주’가 아니고요 ‘쐬주’였습니다.
BT: 그게 그거 아닌가요?
YW: 그렇지 않습니다. 어감도 다를 뿐만 아니라 맛부터 다릅니다.
BT: 그렇다치고, 쏘주와 쐬주의 차이점을 말해보세요
YW: 그런데 언제부터 특위 위원님께서는 ‘소주’를 ‘쏘주’라고 발음하셨나요? 제법이십니다. 하하.
먼저, 소주의 ‘주’자는 술 酒가 아니고요 ‘세 번 빚은 술 酎’자입니다(흠~). 술을 세 번이나 빚었으니 월매나 맛나겄어요! 그런데다가 ‘소’를 ‘쏘’로 발음하면 술맛이 倍加되며 술이 바로 술술 들어가기 시작하고 몇 순배 더 돌면서 쏘주를 입술과 혀 사이에서 한 번 더 비틀어 털어 넣으면 ‘쐬주’라는 술이 되지요. 이쯤 되면 주방에서 이삔 아줌마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쏘가리탕을 내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으~하항.
BT:(쐬주 설명에 넋이 빠진 듯하다가) 근디, 미성년이 오픈된 곳에서 술을 마셔도 되나요?
YW: 안 되지라잉. 그렇지만, 그날은 공부는 안 되고 가을비는 내리고 기분이 쒜해서 무담씨 길을 걷다봉께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냄새가 납디다. 그래서 그곳을 기웃거려봤더니 양은으로 만든 솥단지에 무슨 꺼먼 껍데기가 끓고 있었고 고것이 홍합이라고 하더군요. 호주머니에서 없는 돈을 뒤져서 홍합 한 양재기하고 잔술로 쐬주 딱 한잔 걸친 것도 죄가 되었을까요?
BT: (무슨 신파조 타령하나?) 그걸 왜 나에게 물어요?
YW: 첫사랑의 달콤함이 이런 맛이려니 했으므로 무죄가 맞지요?
BT: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티가 안 나게만 마시면 괜찮아유~. 내가 볼리비아의 국비장학생으로 충청도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시유~. 나도 그짝 말이 몸에 뱄구만유~. (볼바도 티안나씨는 마치 마음씨 좋은 충청도아줌마처럼 착한 냄새를 폴폴 풍겼다.)
*사회자: 마지막 순서입니다. 아프리카 대표 만땅꼬 만사무사 위원 질의 하세요. 시간은 7분 입니다.
MM: (엄청난 등치에 술이 ‘만땅꼬’가 되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콧김을 씩씩거리며) 내가 짐바브웨 출신 맨땡꼬 맨새무새입니다. 황금왕 공짜술 만사무사(Ghongzasul Mansa Musa)가 나의 조상님입니다. 대대로 ‘말술 집안’으로 통하죠. 한국에서 제일 술을 많이 마시는 주당은 누구요?
YW: 5공 때 실세 중의 한 사람인 권OO씨가 하루 저녁에(그것도 거의 매일) 소주 150잔을 마신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술병으로 따지만 20병이 넘습니다. 거의 미쳤다고 봐야지요. 존경하는 만땅꼬 만사무사 위원님! 술은 결코 양으로 마시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오랜 시간 동안 정담을 나누며 ‘끝까지 도망가지 않는’ 술친구가 가장 上手의 ‘술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문회 끝나고 유엔본부 뒷골목에서 국제라이언스주당멤버쉽클럽 사무총장께서 마련한 뒤풀이가 있다던데요, 같이 안 가실랍니까?
MM: 아 그야 두 말하면 잔소리 아닙니까! 萬事無事죠! 크으억~
*사회자: 장시간 질의 응답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종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는 뒤풀이 모습을 정밀 분석한 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피청문인께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간단히 하세요.
YW: 오늘 청문회가 본인에 대한 ‘척문회(斥聞會)’가 아니고 경청회(傾聽會)가 된 점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이따가 유엔 본부 뒤풀이 2차는 제가 쏘겠습니다. '홍탁삼합'을 기대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漢詩 한 수 읊도록 하겠습니다.
風吹柳花滿店香 韓姬壓酒喚客嘗
故鄕友訪來相悅 欲行不行各盡觴
請君試問東流水 別意與之誰長短
버들꽃 날리어 향기 주막에 가득하고
술 빚는 한국미인 손님 불러 맛 보라하네
고향친구 찾아오니 서로 기쁘기 짝이 없어
가려고 하나 가지 못하고 술잔만 비우네
그대여, 흐르는 물에게 물어보게나
강물과 석별의 정 누가 길고 짧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