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하던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고장이나 사고로 멈춰 서면 대부분의 운전자가 당황한다. 차를 오랫동안 도로 위에 내버려 두거나 아예 차를 버리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 3일 인천대교 참사에서도 고장 차량 운전자 김모(45)씨는 비상등만 켜 놓은 채 도로 위에 차량을 방치해 대형 사고를 유발했다.
도로를 달리다 갑작스런 고장으로 차가 멈춰 설 때나, 연료가 떨어져 멈췄을 경우, 운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변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갓길 등 안전한 장소에 차를 옮겨놓는 것이다.
▲ 6일 오후 영동고속도로에서 한 화물 차량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갓길에 정차했다. 고속도로에서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갓길로 차량을 옮겨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삼각대 설치는 다음 조치이며 차량이 달려오는 고속도로에서 삼각대를 올려놓으려고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만일 차가 멈춰 이동할 수 없다면 비상 깜빡이를 켜서 고장 사실을 다른 차 운전자에게 알려야 한다. 보닛이나 트렁크를 열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삼각대 설치는 그다음이다. 다른 차들에 고장 차량이 있음을 알리는 안전 삼각대를 차량 뒤쪽 도로에 설치한다. 그리고 나서 고장차를 견인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나 갓길에 설치된 긴급전화를 이용해 경찰이나 보험사에 연락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차량이 멈춰 서기 전 조치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명묘희박사는 "갑자기 자동차 시동이 꺼지거나 이상이 발생한 경우라도 곧바로 도로 위에 차를 세우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당황해서 차를 도로에 세우면 고속으로 뒤따르는 차량과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명 연구원은 "주행 중 차량에 이상이 생겨도 달리던 속도와 관성에 따라 자동차가 바로 멈춰 서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행이 가능하다"며 "시동을 다시 걸어본 뒤 비상 깜빡이를 켜고 갓길 등으로 차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기어를 중립에 놓고 차 밖에서 운전대를 돌리며 차를 도로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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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삼각대 휴대도 필수다. 도로교통법은 운행 자동차가 고장 날 때를 대비해 삼각대를 차에 항상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정상호 이사장은 "대부분 자동차 제작사에서 신차 판매 때 삼각대를 제공하고 있지만 운전자의 무관심 등으로 자동차에 싣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삼각대 휴대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관리법령 개정을 통해 자동차 검사시 안전삼각대 휴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각대 설치가 최선은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고장 난 차량을 알리기 위해 달리는 차량 앞으로 나가 삼각대를 설치하는 건 자살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안전 삼각대를 설치한 뒤 운전자는 갓길에 서 있지 말고 가드레일 밖 안전지대로 나와 있어야 안전하다.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2차 사고를 막고 다른 차의 소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충분한 공간이 있는 갓길 등에 주차하는 것이 운전자가 첫 번째로 할 일이다. 그 후 부상자가 있으면 응급조치 등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