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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철근콘크리트 방식의 일체식 구조가 나오기 전까지 지구상의 집은 벽이 지붕의 하중을 처리하는 조적식 구조와 기둥이 지붕의 하중을 처리하는 가구식 구조로 지어졌다. 조적식 구조의 대표적인 방식은 귀틀집이다. 나무를 구하기 쉬운 산촌에서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귀를 맞추어가며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올렸다. 이 밖에 조적식 구조에 쓰인 벽의 재료는 통나무, 돌, 벽돌 등이다. 흙은 어느 지역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지만, 조적식 구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강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벽돌을 만들거나 거푸집에 다져 넣는 흙다짐 방식, 부대에 흙을 담아 쌓아올리는 흙부대 방식 등을 사용했다. 가구식 구조의 대표적인 방식은 우리 한옥이다. 못을 쓰지 않는 짜맞춤 방식으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다. 서구에서 많이 쓰는 경량 목주고, 그리고 경량 철재와 샌드위치 패널을 쓰는 조립식 집도 가구식 구조라 할 수 있다.
조적식 구조와 가구식 구조는 서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집을 짓기 천에 먼저 어떠한 구조가 적절한가를 선택해야 한다. 조적식 구조는 지붕을 벽이 받치고 있기 때문에 칸의 크기, 문과 창문의 크기 등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지진에 취약하다. 하지만 가구식 구조보다 공법이 간단해서 스스로 짓는 경우 이 방법을 많이 선택한다. 가구식 구조는 벽이 지붕을 받치고 있지 않아 벽을 전부 허물어도 되기 때문에 공간의 면적, 문과 창문의 크기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고 지진에도 잘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틀을 만들고 이 틀이 지붕의 하중을 감당해햐 하는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농촌의 집짓기에서 미리 생각해두면 편리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온실이다. 온실이 필요할 경우 집과 따로 지으면 사면의 벽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집과 붙여 지을 경우 집의 벽면을 이용하기 때문에 훨씬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온실이 들어갈 자리를 조금 파서 낮게 할 경우 유리 지붕만 덮으면 온실이 되기도 한다. 또한 원래 온실의 북쪽 벽은 유리가 아니라 햇빛을 받아 열을 머금을 수 있는 흙벽돌, 돌 등의 재료로 만드는 것이 좋고 땅을 파서 낮게 만들면 그만큼 보온효과가 높아지므로, 집과 붙어 있는 온실은 만들기도 쉬울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효과적이다. 또한 온실 덕분에 집의 단열효과는 더 높아지고, 온실과 집 사이에 환기장치를 연결하면 온실에서 데워진 공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온실 안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을 저장하는 탱크를 설치하면 빗물을 온실에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탱크 안의 물이 낮에는 햇볕으로 데워지고 밤에 그 열을 방출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넝쿨성 식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택의 벽면에 넝쿨성 식물을 자라게 하면 여름에 뜨거운 햇빛을 차단해서 집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 넝쿨성 식물을 집에 도입하는 방법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게 하는 방법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로 농촌주택에는 문이 두 개 필요하다. 도시에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농촌주택도 아파트의 평면구조를 많이 닮아가고 있다. 아파트 평면은 거실을 중심으로 현관, 부엌, 방, 화장실 등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인데, 이러한 평면구조는 동선이 짧고 단열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농촌에서는 불편하다. 일을 하고 들어오면 거실을 건너가 화장실로 가서 씻어야 하고, 점심이나 새참을 준비할 때도 더러워진 작업복을 입은 채로 거실과 부엌을 드나들어야 해서 집 안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평면구조를 개선하려면 문을 하나 더 만들고 머드룸을 연결하는 것이 좋다. 머드룸은 부엌과 연결해야 수확한 농산물을 손쉽게 부엌으로 전달하고 외부에서 일하다가 부엌을 이용할 경우에도 편리하다. 머드룸에 간단한 개수대를 마련하면 수확물, 농기구, 손과 발을 간단하게 씻을 수 있다.
농촌의 집이 넓어야 할 이유는 없다. 건축비도 많이 들지만 유지관리비, 특히 겨울의 난방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귀농, 귀촌하는 분들에게 농장 설계를 해보라고 하면 주택의 면적을 상당히 넓게 잡는다.
첫 번째 이유는 주택면적을 도시의 아파트 평형에 맞추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평형을 기준으로 면적을 산정하면 매우 큰 집이 지어진다.
두 번째는 도시에서 빡빡하게 살았으니 좀 넓게 살아보자는 생각이다. 농촌에서 실내 공간은 그다지 효용이 높지 않다.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 꽃내음을 맡을 수 있는 시골에 와서 실내에 틀어박혀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실내도 아니고 실외도 아닌 공간이 유용하다. 지붕은 있지만 외부와 완전하게 막혀 있지 않은 공간, 한옥이라면 대청마루, 툇마루 등이고 서양식 주택이라면 베란다, 데크 공간에 해당한다. 아주 추운 지방이 아니라면 이러한 공간을 1년의 2/3이상 동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넓은 집을 원한다면 실내공간은 작게, 이러한 공간을 넓게 계획하면 된다.
세 번째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자주 찾아올 것을 예상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닌 이상 특별할 때를 대비해서 집을 크게 지어 관리할 필요가 없다. 지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귀농귀촌의 실패요인 중 하나다.
퍼머컬처에서는 용도에 맞게 수자원을 선택하고, 가능하다면 사용한 물을 다시 쓰도록 하고 있다. 농장에서 물은 식수, 생활용수, 농업용수로 쓰인다. 이를 쓰는 물, 상수라고 한다. 마시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용도로 쓰는 식수는 가장 깨끗해야 하는 물이다. 상수도가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는 수돗물을 쓰면 된다. 하지만 하천이나 계곡의 물과 같은 지표수, 지하수도 많이 쓴다. 식수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므로, 한 가지 식수원에 의존하지 말고 비상시를 대비한 보조 식수원이 필요하다. 호주의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에서와 같이 빗물을 마실 수 있다. 빗물을 먹는다는 것이 찜찜하게 여겨지겠지만, 처음 내리는 비가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대부분 끌고 내려오면서 산성비가 되는 것일 뿐, 초기 강우를 분리하면 오염물질도 없고 산성을 띠지 않는 비교적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오염이 우려될 때는 자갈, 모래, 숯을 넣은 간단한 정화장치로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빗물은 어느 곳에서나 큰 비용 없이 얻을 수 있어 보조 식수원으로 가장 좋고, 다른 수자원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주된 식수원이 될 수 있다.
물의 낭비와 수질오염을 막고 똥의 영양분을 땅으로 되돌려주려면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화장실은 매우 다양했다. 가장 간단한 것은 역시 요강이다. 화장실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고 방 안에서 오물을 처리한 후 집 바깥의 퇴비장 등에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 냄새도 나고 자주 처리해야 해서 오물을 오랫동안 저장해놓을 수 있는 다양한 화장실을 만들었다. 가장 쉽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잿간이다. 작고 얇은 구덩이를 파고 부춛돌로 발판을 만들어 용변을 보는 방식이다. 빨리 구덩이가 차서 자주 비워야 하기 때문에 넉가래로 오물을 퍼서 한 쪽에 쌓아놓았다. 이 오물과 재를 섞어 토양에 사용했는데, 그래서 ‘회치장’, ‘잿간’이라 불렀다. 이 방식과 함께 보다 깊고 큰 구덩이를 파고 그 구덩이 위에 적절하게 앉을 수 있도록 판자를 걸친 후 용변을 보는 이른바 푸세식 화장실도 많이 사용했다. 많은 오물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는 있지만 오물을 퍼서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용변을 보는 곳을 높게 만들어 오물을 꺼내기 쉽게 만들기도 했다. 일부 양반집에서는 2층 누각으로 만들기도 하고, 전남 순천의 선암사 해우소는 비탈의 경사면을 이용하여 이러한 화장실을 만들었다.
실내에 설치하는 가장 쉬운 생태화장실은 버린 의자, 빈 페인트통, 양변기 뚜껑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버린 의자에서 엉덩이판을 떼어내고 양변기 뚜껑을 붙인 후 그 아래 페인트통을 놓으면 된다. 용변은 페인트통에 모으면 되는데, 용변을 볼 때마다 톱밥과 재를 뿌리거나 미생물제재를 뿌리면 냄새를 막을 수 있다. 페인트통에 용변이 다 차면 퇴비장에 처리한다. 이 방식을 응용하면 작은 나무상자 안에 페인트통을 넣고 변기 뚜껑을 달아 용변을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생태화장실을 만들 때 번거롭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소변과 대변을 분리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액체인 소변이 고체인 대변과 섞이면 무엇보다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 퍼내고 이동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액체 상태에서는 산소를 접하기 어려워,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기 때문에 악취가 난다. 남자들의 소변을 분리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플라스틱 간장통이나 항아리에 뚜껑을 달고 소변을 받을 수 있도록 페트병을 잘라 끼워 넣으면 된다. 양변기에서 소변과 대변을 분리하려면 변기의 앞쪽에 소변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장치를 만들면 된다.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호르몬, 효소면역물질, 유산균 등이 들어있는 소변은 매우 훌륭한 액비다. 공기를 접하지 않게 하여 2주 정도 숙성을 하면 소변에 포함되어 있는 요산의 독성이 없어지고 토양에 유익한 성분이 만들어진다.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물과 희석하여 거름으로 사용하면 된다. 소변과 분리된 대변은 고체 상태이기 때문에 공기를 접할 수 잇어 냄새가 덜 나는 호기성 발효로 유도할 수 있고, 양이 적어져 관리하기 쉬워진다.
가급적 잔디는 만들지 않는다. 잔디는 키가 작아 물을 주더라도 금방 증발하여 수자원을 낭비하게 하는 식물이다. 또한 잡초에 약해서 수시로 이를 관리해 주어야 한다. 잔디밭의 용도는 대개 아이들의 놀이 공간, 바비큐 등의 여가공간이고 녹색 잔디가 심미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많이 만든다. 하지만 놀이공간이나 여가공간으로 쓰는 일은 1년에 며칠 되지 않고, 녹색의 효과는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잔디는 농장에 어떤 이익도 주지 않으므로 1지구를 계획할 때 가급적 고려하지 않는다. 1지구에서 비슷한 작업이나 활동이 일어나는 곳은 한곳에 묶어 놓는 것이 좋다. 호미로 작업을 많이 하는 밭은 밭끼리, 전지가위로 작업을 하는 과수는 과수끼리 한곳에 모아놓으면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다.
1지구의 동선은 순환하도록 연결해야 한다. 집에서 시작하여 1지구의 곳곳을 돈 다음 집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면 된다. 이러한 순환형 동선을 2~3개 만들면 1지구 어디나 쉽게 갈 수 있고 불필요하게 왔다 갔다 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작목에 따라 밭의 모양도 달리해야 한다. 상추, 잎깻잎, 쑥갓과 같이 수시로 잎을 따먹는 작물의 경우 밭의 너비는 사람의 키 정도인 것이 좋다. 그러면 밭의 양쪽에서 가운데까지 손이 닿기 때문에 굳이 밭에 들어가지 않아도 작목을 관리하고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감자, 고구마와 같이 한 번에 몰아서 작업과 수확을 하는 경우 너비를 넓게 해도 상관없다. 키 큰 작목이 있는 곳에 그늘을 만들지 않도록 키에 따라 배치해야 하고, 자주 가야 하는 밭과 그렇지 않은 밭을 구별하여 배치해야 한다.
1지구는 작은 공간에 많은 요소를 집어넣어야 하고 작물도 집약적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서 공간을 평면으로 생각하지 말고 수직으로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집짓기에 이용한 트렐리스를 보다 다양한 모양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인디언 텐트 모양의 트렐리스, 줄을 걸어 만든 트렐리스, 바구니 모양의 트렐리스, 길을 따라 벽처럼 만든 트렐리스 등 다양한 모양의 트렐리스를 공간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활용하여 넝쿨성 작물을 심을 수 있다. 길에는 대나무를 엮어 파고라 모양의 트렐리스를 만들고 벽면에는 넝쿨성 식물을, 천장에는 비닐에 흙을 담아 배추를 키울 수도 있다.
꼭 트렐리스로만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마니에 흙과 퇴비를 적절하게 섞어 담아 외부의 시선을 조금 차단할 필요가 있는 곳에 쌓는다. 거기에 고구마 줄기를 꽂아놓으면 고구마가 자라면서 푸른색의 벽이 만들어진다. 가을에는 가마니 안에 탐스러운 고구마가 남아 있게 된다. 플라스틱 원기둥 배수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흙과 퇴비를 넣어 안정성 있게 수직으로 세운다. 배수관에 적당하게 구멍을 뚫어 딸기 모종을 심으면 딸기가 배수관에 대롱대롱 매달려 열린다. 헌옷으로 마네킹 텃밭을 만들 수도 있다. 헌 바지와 웃옷에 흙과 퇴비를 담아 꿰매고 지지대를 만들어 마네킹처럼 세운다. 옷에 구멍을 뚫어 작목을 심으면 상추 바지와 부추 셔츠를 입은 허수아비가 만들어진다. 나선형 모양으로 솟아오른 밭도 만들 수 있고, 파리의 개선문광장을 닮은 텃밭 광장도 만들 수 있다.
흔히 작물을 심기 전에 땅은 꼭 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을 가는 것은 딱딱한 토양에 씨앗이나 작물을 심기 쉽게 만들고 물빠짐과 공기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땅을 갈면 땅을 뒤집어 토양 아래로 침출된 영양분을 다시 이용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유기 물질이 충분한 토양은 갈지 않아도 이미 부슬부슬한 상태여서 씨앗과 작물을 심기 용이하고 적절한 수분과 공기를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침출된 영양분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어 땅을 갈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유기농업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토양을 갈지 않는 ‘무경운’이다.
퇴비를 만들려면 적절한 재료를 잘 섞어주어야 한다.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과 영양원의 비율이 적당해야 한다. 미생물에게 에너지원은 탄소이고 영양원은 질소다. 그래서 탄소와 질소의 비율, 즉 탄질율(C/N)을 맞춰주어야 한다. 퇴비를 만들기 좋은 탄질율은 30 전후다. 탄소가 많으면 미생물의 증식이 어렵고, 질소가 많으면 탄소를 에너지원으로 다 써버려 남는 유기물질이 적어진다. 따라서 탄질율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문제가 된다. 정확히 측정하면서 퇴비를 만들 수는 없지만, 퇴비의 발효속도를 보면서 비율을 맞추면 된다. 대개 노란색을 띠는 유기물질은 탄소가 많다. 이러한 물질의 탄질율은 낙엽 50, 볏짚 65, 왕겨 100, 톱밥 500, 신문지 800 등이다. 녹색이거나 동물의 분비물은 질소가 많아 보통의 푸른 풀 15~20, 콩과식물 20~25, 계분 7, 인분 6~10 등이다. 예외적으로 노란색이지만 쌀겨, 깻묵은 탄질율이 낮다. 퇴비를 만들 때는 탄질율이 높은 층과 낮은 층을 번갈아 쌓아준다. 그리고 퇴비의 진행속도를 보면서 탄소가 많은 물질, 질소가 많은 물질을 보충해준다.
탄질율을 맞추는 동시에 다양한 재료로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 식물을 식물답게 만드는 것은 식물 생육에 필요한 대량 요소인 질소, 인, 칼륨이 아니다. 화학비료로 대량요소를 공급하여 키운 무는 크기는 크지만 쌉싸름하면서도 단맛이 있는 무 본연의 맛을 내지 못한다. 무를 무답게 만드는 것은 토양 속의 미량 요소들이다. 따라서 퇴비를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주변의 잡초를 다양한 질소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퇴비를 잘 만들려면 온도, 습도를 조절하고 통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미생물은 36도C~40도C를 좋아하지만 퇴비를 만들려면 65도C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그래야 퇴비더미에 포함된 잡초종자의 발아를 막고 기생충 알, 병원균 등을 없앨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미생물의 영양분이 부족한 것이므로 질소분이 많은, 즉 탄질율이 적은 물질을 넣어준다.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탄소분이 많은, 즉 탄질율이 높은 물질을 섞어주고 발효열로 증발된 수분을 보충한다. 퇴비의 발효습도는 50~65%가 적절하다. 퇴비더미를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면 적당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물이 너무 많으면 공기가 유통되지 않아 혐기성 분해가 일어나기 쉽고, 너무 없으면 아예 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물이 너무 많으면 퇴비를 펴서 말려주고 물이 없으면 물을 뿌려 보충한다. 이때 오줌을 사용하면 부족한 질소도 보충할 수 있다.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혐기성 분해가 일어나 안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산소를 공급하려면 퇴비더미를 섞어주면 된다. 이때 공기를 접하지 않은 퇴비더미 안쪽의 재료를 바깥으로, 공기를 많이 접한 바깥쪽의 재료가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해준다. 이렇게 자주 섞어주어야 하므로, 퇴비더미가 크면 곤란하다. 가로, 세로, 높이 1미터씩이 적절하다.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 작은 퇴비더미를 여러 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칸의 퇴비를 섞어주면서 옆 칸으로 옮기는 방법인데, 연속적으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 한여름에는 4~5일에 한 번, 겨울철에는 7~10일에 한 번 섞어준다. 여름에는 40일 정도면 퇴비를 만들 수 있고, 겨울철에는 80~90일 정도가 필요하다.
퇴비로만 토양의 유기물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퇴비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녹비다. 녹비는 녹색식물의 줄기와 잎을 땅에 넣어 비료가 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푸른색을 가지고 있는 풀을 토양에 넣으면 분해되면서 다양한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녹비도 탄질율이 낮으면 좋다. 주로 질소 부족 때문에 식물 성장이 제한되므로 탄질율이 낮은 유기물, 즉 질소성분이 많은 유기물질을 토양에 넣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똥과 같이 탄질율이 낮은 유기물을 그대로 토양에 넣을 경우 미생물의 활동이 빨라, 식물뿌리에 해가 딜 발효열과 발효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녹비식물은 이렇게 과도한 열과 가스를 발생시킬 만큼 탄질율이 낮지 않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탄질율이 낮을 것이 예상되면, 생풀을 넣는 것보다는 건조시켜 사용하면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발효열과 발효가스의 걱정을 덜 수 있다.
토양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뿌리덮개다. 뿌리덮개는 영어로 멀칭인데, 우리나라에서 멀칭은 흔히 비닐로 밭을 덮은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비닐이 아니라 유기물질로 덮으면 토양에 유기물질을 공급할 수 있다. 비닐 멀칭을 하는 이유는 보온, 보습, 잡초억제, 작물의 청결유지 등 때문이다. 고추탄저병과 같은 식물 감염은 토양 내에 있는 원인 미생물인 세균,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난다. 이러한 식물 감염을 지구상에서 완전하게 퇴치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토양은 소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토양 내에 있던 세균과 바이러스가 작물에 묻어나 식물 감염이 촉진된다. 멀칭은 비가 올 때 이러한 감염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기능을 가진 멀칭을 비닐이 아니라 유기물질을 사용하게 되면 보온, 보습, 잡초억제, 작물의 청결유지, 감염방지 등의 기능을 하면서도 토양의 유기물질 양을 늘릴 수 있다.
뿌리덮개로 쓸 수 있는 재료는 똥, 퇴비, 낙엽, 톱밥, 우드칩, 쌀겨, 볏짚 등이다. 단, 비가 올 때 쓸려 내려 갈 우려가 있는 재료는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볏짚은 얼기설기 깔아놓으면 비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뿌리덮개로 가장 좋은 재료다. 간혹 유기물질은 아니지만 자갈을 쓰기도 한다. 자갈은 뿌리덮개의 재료를 눌러놓는 역할도 하지만 낮에 햇빛을 받아 열을 머금고 밤에 내놓아 냉해를 막는 기능도 한다.
농장에 나무를 심을 때도 뿌리덮개를 사용하면 좋다. 나무를 심고 나무 주변에 퇴비를 뿌린 후 마분지 박스 종이를 덮어놓으면 나무의 활착과 성장을 돕고, 칡 등의 넝쿨이 나무를 감아 올라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고추밭은 고추 수확 후에는 대개 비어 있다. 그래서 고추를 수확하기 전에 배추씨를 흩뿌려놓으면 토양에 남아 있는 영양분과 가을 햇빛을 이용해 배추가 자라고, 그 배추는 유기물질이 되어 고추밭으로 돌아간다. 결국 배추를 키워 뿌리덮개의 재료로 사용한 셈이다. 배추를 키우지 않았다면 다음 해에 고추를 키우기 위해서는 비료를 뿌려야 한다. 배추로 더 많은 유기물질이 토양에 돌려진 만큼 고추밭에 비료는 덜 필요할 것이다.
뿌리덮개의 원리를 활용하여 척박한 땅에 바로 모종을 심을 수 있는 텃밭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다층뿌리덮개라 한다. 퇴비를 만들기 위해 질소층, 탄소층으로 유기물을 쌓는 것처럼 토양위에 유기물 층을 여러 층 얇게 쌓는 방법이다. 우선 텃밭을 만들 땅에 드문드문 잡초가 있다면 뽑거나 자른다. 잡초는 나중에 다시 깔아줄 거라 가까운 곳에 둔다. 삽이나 곡괭이, 펴진 쇠스랑 등으로 토양에 구멍을 낸다. 구멍만 내고 토양을 뒤집지 않는다. 뒤집기도 어렵지만 굳이 뒤집을 필요가 없다. 구멍을 통해 물과 공기가 들어가 토양의 물리적 변화를 촉진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구멍은 많이 만들수록 좋다. 이때 물을 충분히 뿌려준다.
이제 유기물 층을 하나씩 쌓으면 된다. 유기물 층을 쌓을 때마다 물은 충분히 뿌려준다. 녹색의 풀로 질소 층을 쌓는다. 주변의 다양한 풀을 잘라 얇게 깔면 된다. 발효되지 않은 생분뇨도 상관없다. 질소 층을 깔았으므로 이제 탄소 층을 깐다. 왕겨, 톱밥, 우드칩 등이 있다면 얇게 깐다. 그 위에 퇴비를 쌓을 때는 쓰지 않았던 신문지를 깐다. 신문지는 바람에 날려 깔기 힘든데, 양동이에 담가 물에 젖으면 깔기 쉬워진다. 신문지를 덮으면 보온, 보습 효과가 커지기도 하지만 햇빛의 투과를 막아 잡초의 발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젖은 신문지가 마르면 다시 바람에 날려갈 것이므로 신문지 위에 볏짚을 덮는다. 한 방향이 아니라 얼기설기 덮어준다. 이제 바로 모종을 심으면 된다. 모종삽으로 신문지를 뚫고 원래 땅을 찾아 모종의 뿌리가 들어갈 크기보다는 더 넓고 깊게 판다. 파낸 흙으로 모종을 심는 것이 아니라 잘 발효된 퇴비로 모종을 심는다. 처음에는 이 퇴비의 힘으로 모종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것이다. 이후에는 다층으로 쌓은 유기물 층이 분해되면서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영양분 관리를 위해서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액비가. 액비는 영양분을 함유한 고체를 물에 담가 유효한 물질을 용해시켜 만든다. 이 물은 영양분을 고체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녹은 상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액비는 뿌리면 식물이 바로 흡수해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액체 상태인지라 비가 오면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따라서 액비는 토양의 유기물질 양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식물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한다. 축분, 분변토, 퇴비, 해초 등을 자루에 넣어 물에 일정 시간 담가놓으면 유효성분이 빠져나오므로 이 물을 사용하면 된다. 이런 재료를 구하기 어려우면 푸른 풀을 잘게 자랄 양동이에 넣고 물을 부은 후 돌로 눌러놓는다. 하루, 이틀 지나면 물 색깔이 푸르게 변하는 데 이 물을 액비로 쓰면 된다. 너무 오래 담가두면 썩기 시작하므로 그 전에 사용해야 한다.
농장 계획을 수립하면서 대상지를 조사할 때 토지이용계획을 꼭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땅은 용도가 정해져 있다. 이를 지목이라 한다.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대지, 논, 밭, 임야, 도로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목이 논인 곳에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없고 임야인 곳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아 지목을 바꿀 수 있다. 이를 형질변경이라 하는데 형질변경이 필요하면 행정기관에 전용허가를 신청한다. 전용허가에는 비용이 필요한데, 임야를 전용할 경우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논밭을 전용할 경우 농지전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형질변경허가가 무조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지이용계획 상에 허락된 용도일 때 전용허가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모든 땅은 현재의 지목과 상관없이 향후 어떠한 용도로 쓰여야 할 것을 정해놓았는바, 이를 토지이용계획이라 한다. 토지이용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우리나라 전 국토가 적용을 받는다. 토지이용계획은 주거, 상업, 공업, 녹지, 관리, 농림,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크게 구분하고 그 안에서 세부적인 용도지역을 21개로 나누어 관리한다. 용도지역에 따라 허가가 가능한 건축물의 용도와 건폐율 및 용적률이 달라진다. 따라서 땅을 사기 전이나 농장계획을 하기 전에 토지이용계획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농촌지역은 대개 계획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보전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속한다. 여기에 용도지구, 용도구역이 지역 실정에 따라 설정되어 있고 농지법, 수도법, 자연환경보전법, 토양환경보전법 등 개별법에 의한 초지이용규제도 있으므로 이를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한다. 예전에는 담당부서를 찾아다니며 확인해야 했지만 지금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국토교통부가 제공하고 있다.
병해충의 원인은 곤충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병해충의 원인은 인간이 제공한 것이다. 연약한 식물 한 종을 넓은 면적에서 재배하는 단일 재배방식, 해충의 천적인 사는 서식처의 파괴, 병해충뿐 아니라 천적가지 함께 죽이는 살충제의 사용t, 자연적 방어기작을 상실하게 만든 식물 육종과 유전자조작, 천적이 없는 외래종의 도입, 병충해 발생을 쉽게 만드는 경작습관 등이 그 원인이 된 것이다.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면, 곤충 자체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대처할 것이 아니라 조화가 깨진 생태계의 증상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나가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퍼머컬처에서는 병해충의 천적이 은신할 수 있는 생울타리, 천적이 먹이가 되는 식물의 식재 등을 통해 농장에서의 생물다양성을 높여 자연적으로 병해충의 만연을 방지한다. 또는 병해충이 좋아하는 유인식물을 심어 작물에 해를 덜 주도록 하거나, 병해충이 싫어하는 회피식물을 중간 중간에 심어 작목에 해충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병해충방제에 응급처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비누다. 합성세제는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으므로 사용할 수 없지만 천연비누는 성분은 토양에서 분해되므로 해가 없다. 천연비누로 거품을 내 작물에 뿌리면 병해충이 씻겨 나가기도 하고 곤충의 피부호흡을 막아 응급처방으로 쓸 수 있다. 생물학적 농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제충국의 꽃에 들어 있는 피레트린은 인체에 무해하지만 곤충의 운동신경을 마비시킨다. 제충국의 꽃에서 알코올이나 주정으로 이 성분을 추출해 사용하면 해충을 방제할 수 있다. 마늘을 먹으면 항균, 살균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마늘즙, 마늘추출액 등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어 이를 농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 티트리 오일도 유사한 작용을 한다.
병해충과 함께 농장에 재난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람이다. 센 바람은 집과 시설물을 파괴하고 애써 심은 나무와 작목을 뽑거나 무너뜨린다. 바람은 눈에 보이는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동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동물 서식처의 바람을 막아주면 고기, 우유, 털 등의 생산량을 높일 수 있고, 과수나무의 바람을 막아주면 성장을 돕고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 바람은 동물과 식물의 체온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낮아진 체온을 높이기 위해 영양분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람을 막아주는 일은 재난도 막고 동물과 식물의 성장을 유지시켜주며 원하는 생산물의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바람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풍림을 만드는 것이다. 방풍림은 바람을 막을 뿐 아니라 토사와 물의 유실을 방지하고 토양에 물을 잘 스며들게 하며, 동물에게는 먹이와 은신처, 이동 통행로를 제공하고, 불을 막아주는 방화대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꿀의 원료와 땔감을 생산하는 등 다기능을 가지고 있다. 방풍림은 주택에 대해 세찬 겨울바람을 막아 난방비를 줄이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의 통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따라서 방풍림은 농장계획에 빼놓지 않아야 할 요소 중의 하나다.
장작을 사용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할 수도 있고, 순차적으로 베어내고 다시 심어 지속적으로 장작을 생산할 수도 있다. 또한 방풍림을 활용하여 벌꿀을 키우거나 명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등 다용도로 계획할 수 있다.
방풍림의 너비는 넓을수록 바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는 하지만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너비로 만들어야 한다. 방풍림의 폭이 좁으면 바람이 방풍림을 넘으면서 다시 아래로 들이치는 돌풍이 생겨 방풍림 아래에 바람 피해가 날 수 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길쭉한 방풍림은 바람이 옆으로 비껴 나가다가 안쪽으로 휘감아 들어오는 와류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풍림의 모양을 직선이 아니라 사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45도에서 60도 정도의 각도로 부드럽게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면 불어오는 바람을 와류가 생기지 않게 다른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농촌에도 지역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지역공동체가 농촌사회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는 1958년 오산학교 출신의 이찬갑 선생과 이 지역 출신으로 감리대에서 공부한 주옥로 선생이 풀무고등공민학교를 개교한다. 이후 학제의 변화에 따라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되었고, 한 학년 한 학급 25명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더불어사는 평민’이라는 교육이념에 따라 풀무학교는 청년들에게 지역에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고, 많은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며 지역에 남았다. 1970~80년대 이 지역으로 농촌봉사활동을 온 이화여자 대학생들 십여 명이 풀무학교 출신의 청년들과 결혼하여 이 지역에 살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일본의 애농회로부터 유기농업을 받아들여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고, 풀무학교에 2년제 전문대학과정의 전공부가 만들어져 유기농업을 연구, 보급하면서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을 배출하고 있다. 풀무학교 졸업생인 주형노 씨는 1994년 9,000평에 오리농법을 시작하여 홍동지역의 대부분 논을 친환경농업단지로 만들었으며, 100년 마을발전계획을 수립한 홍동면 문당리를 친환경농업의 대표적인 마을로 발전시켰다.
풀무학교의 졸업생을 비롯한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주민 생활을 공동체로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어나갔다. 1969년 지역주민 18명이 4,500원을 모아 만든 풀무신용협동조합은 3,000여 명 조합원, 250억 원대 자산을 가진 지역 금융기관으로 발전했다. 풀무학교의 학생협동조합에서 시작하여 지역주민의 생활용품과 철물 등을 공급하던 생활협동조합은 홍동지역의 유기농산물을 도시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풀무생활협동조합이 되어 연매출 50억이 넘는 유통조직이 되었다.
1980년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갓골어린이집이 만들어졌다.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어린이집과 풀무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이 있고, 유기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기반조직이 자리를 잡자 1990년대부터 귀농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아이들도 늘어나자, 2002년 아이들의 보육을 걱정하지 않고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영유아를 돌보고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여성농업인센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많아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일자리가 생기자 그 일자리 때문에 다시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인구증가의 선순환이 시작되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지역의 변화는 더욱 더 활발해졌다. 홍동 주민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빵집, 점원 없이 지역농산물을 파는 무인가게, 갓골목공실, 떡공장, 그물코출판사, 느티나무헌책방, 밝맑도서관, 반짇고리공방, 평촌요구르트, 할머니장터협동조합,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원예조합 가꿈, 교육농연구소 논배미학교, 청년협업조합 얼렁뚝딱 등 수십 개의 공동체사업이 3,500여 명이 사는 작은 농촌의 면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면소재지의 호프집이 망하자 주민 100여 명이 1,800여 만 원의 출자금을 모아 ‘동네마실방 뜰’이라는 협동조합 술집을 개업하기도 했다.
이렇듯 홍동면은 인구증가, 인구증가에 따른 지역 활동의 증가, 그로 인한 일자리의 창출, 그 일자리로 인한 인구유입의 선순환과 함께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외부로부터 지역으로 유입된 돈이 다시 지역에 쓰이는 순환적 경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지역공동체 사업을 더 효과적이고 활발하게 지원하기 위한 ‘지역센터 마을활력소’가 2011년 3월 개소하여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전북 남원군 산내면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1998년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불교귀농학교를 열어 2~3개월의 장기간 합숙과정의 현장 귀농교육을 실상사에서 시작했다. 실상사에서 귀농교육을 받는 귀농인들이 산내면 일대에 정착하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중등과정 대안학교인 작은학교를 만들었고, 사단법인 한생명을 만들어 지역주민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산내여성농업인세터는 방과후학교, 산내들어린이집, 건강사랑밥, 농산물판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리산 친환경영농조합에서는 농산물유통과 가공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드라망생협을 통해 도시소비자에게 유기농산물을 공급한다. 또한 산내면 일대에 정착할 집이 부족해지자 전원마을사업을 준비하여 2011년 20가구가 사는 지리산 작은마을이 생기기도 했다. 산내면 인구 2천여 명 중에 귀농한 인구가 20% 정도에 이르러 산내면에 귀농할 집터와 토지가 부족해지자 인근의 남원시 운봉읍과 인월면, 함양군 마천면까지 귀농인이 정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