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쁜 새벽
너무 기쁜 새벽이다.
아침 산책으로 후평 재래시장을 돌아 나오다가 우연히 잘 가꾼 꽃밭 아니 꽃마당을 보고 아직도 그 감동이 줄줄 흐른다. 산림조합 바로 뒷집이다. 40여평의 앞마당에 꽃밭을 정성들여 가꾸셔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아름다움을 배불리 퍼주신다. 그 향에 취해 영혼이 살찌니 어찌 이리 고마울 수가 있을까?
어느 개인이 이렇게 가꾸기는 참으로 어려울텐데, 상업적인 목적도 아니고 순수하시다.
화원을 하시는 분인가 하고 한참을 서성였는데 선뜻 나오는 주인장은 어찌나 소박하신 분인지 놀랐다.
검게 탄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의 정상준님-.편히 구경하시라고 인사를 건넨다. 완전 내 예감이 빗나갔다. 꽃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라 외람되게 중장비 대여를 하신다는 명함을 보고 다시한번 놀랐다.
예사로운 꽃마당이 아니다. 생소한 꽃도 많았다. 바투 다가선다. 수탉벼슬위에 황금빛 보석을 잘게 얹은 익소라, 시계꽃이라고 더덕꽃같이 생긴넝쿨 화초며, 눈부신 설악초와 7년생 석류가 숨어 제법 탱글탱글 익어가고 있다.
와-. 별천지에 서 있는 기분이다.
유치원생처럼 재갈거리는 바위솔들이 교실처럼 집단으로 노래한다.
손짓한다. 전문적이시다. 씨를 뿌린 것도 아니란다. 해마다 떨어진 자리에서 판파를 이겨내고 봄이면 다시 의연하게 피어오른다니 안착이다.
꽃마당 저편 담장에는 어느새 닁큼 사다리도 없는데 높은 향나무에 기어올라 자태를 뽐내는 수세미는 세력이 심상치 않다. 샛노란 꽃을 피고 지며 주렁주렁 알몸을 길게 보여주고, 그 곁에 황금빛 유자가 태양처럼 빨간 속살을 수줍게 내보인다.
까마귀 주머니같이 조랑조랑 등불을 수없이 매단 이름모를 야생초 또한 한몫을 거둔다.
포스코 옆 개인주택에 이런 꽃마당이 있다는 것이 진정 이동네에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다육식물 상가보다도 살쪄 있다. 높은 울타리가 허물어지는데 오히려 한발 더 앞서 나가는 모범 시민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국에서 연말이면 이런 도시미관에 일조한 시민들에게 후한 상이라도 내려 자꾸 이런 아름다움이 번졌으면 좋겠다. 추천하고 싶은 올해의 꽃마당 대상엔 당연 정상준님-. 내년도 후년도 변함없으시겠지.
좁은 골목시장 상인들이 왜 그렇게 밝은 표정들인지 이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루 한번쯤 찌든 생활에서도 이곳에서 향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꽃마당으로 발길을 들여놓는 명절 가족들이야 오죽 행복할까!
다시 가고 싶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