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가평 축령산-서리산 산행기
축령산(886.2m)과 서리산(832m)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와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경계에 있으며, 동쪽엔 조종천이 흐르고, 서쪽엔 수동천이 흐르는 사이에 솟아 있다. 그리고 이 두 산은 능선으로 연결돼 있는 형제봉이어서 연결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성계가 왕위에 등극하기 전 축령산에 사냥을 하러 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몰이꾼들이 하는 말이 이 산은 신령한 산이므로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했단다. 그리하여 산신제를 지냈더니 멧돼지를 사냥할 수 있었다고 하며, 그 때부터 산신제를 지내며 축문을 읽은 산이라 하여 축령산(祝靈山)이라 이름하게 됐고, 비룡산(飛龍山) 혹은 오득산(五得山)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서리산은 겨울에 유별나게 서리가 많이 내려 서리산이라 했다고 하는데, 한자로 서리 '상(霜)' 자를 써서 상산(霜山)이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산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찾는 사람이 적고, 산기슭에 짙은 잣나무 숲이 있어서 호젓한 산행이나 삼림욕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리고 자연휴양림에는 '숲 속의 집'이라는 통나무집이 8평형부터 18평형까지 다양하게 있으며, 산림휴양관에도 7평형부터 20평형까지의 객실이 마련돼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하루 밤 쉬면서 산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5월 철쭉이 만개했을 때(퍼옴)
축령산과 서리산은 봄에는 산 곳곳에 진달래와 철쭉이 산상화원을 이루고, 가을엔 단풍이 화려하며, 특히 겨울철 축령산과 서리산 능선에 설화가 만개할 때 방화산을 따라 가는 심설산행은 황홀하기까지 해서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축령산과 서리산의 산줄기는 그 맥이 멀리 한북정맥에 닿아 있다. 즉 한북정맥이 광덕산(1046.3m), 청계산(849.1m)을 거쳐 남서진하다가 운악산(935.5m)을 지나 포천시 내촌면 신팔리 서파고개(350m)에서 남쪽을 향해 가지를 하나 뻗는다.
그리하여 이 산 줄기는 주금산(813.6m)을 들어올리고, 이어서 두 줄기로 다시 나뉘어져서 한 줄기는 철마산(711m)과 천마산(812.4m) 쪽으로 뻗어가고, 다른 한 줄기는 서리산을 지나 축령산으로 이어져와서, 다시 은두봉(678.4m)으로 뻗어간 후 대성리 부근에서 북한강에 가라앉는다.
축령산과 서리산을 찾아가는 길은 서울 기점으로 할 경우에 크게 두 방향이 있다. 하나는 46번 국도로 마석으로 가서 마석에서 362번 도로로 진입하여 북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별천지가 전개된다.
축령산으로 가는 도중의 남양주시 수동면은 신개발지대이다. 곳곳에 별장과 펜션, 그리고 음식점들이 새로 들어서는 등 개발이 한창이어서 어수선하기도 하고, 좁은 도로에 갖가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들어가는 길 곳곳에 축령산자연휴양림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서 방향을 잡는데는 불편함이 없다.
그리하여 수동면 사무소 앞을 지나 마석에서 12km 정도 북진하면 수동면 외방리에 이르면서 거기 축령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여 4km 정도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골짜기를 전지라골이라 하는데 축령산과 서리산 중간에서 시작되는 계곡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퇴계원 쪽에서 47번 국도로 일동 쪽으로 북상하다가 서파 4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7번 국도를 따라 남동진하여 현리 시가지를 벗어나는 지점의 부대앞삼거리(상면 삼거리)에서 387번 지방도로 우회전하여 남진하면 된다.
그리하여 중간에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를 넘고, 몽골문화촌을 앞을 지나 상면 삼거리에서 역시 12km 정도 남진하면 축령산 들어가는 갈림길을 만나 거기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가평 쪽의 또 하나의 산행 들머리는 가평군 상면 행현리와 임초리에 있다. 그쪽으로 가려면 46번 국도(경춘국도)로 청평까지 가서 청평 시가지를 벗어나는 지점의 검문소가 있는 삼거리(조종내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37번 국도를 따라 현리 쪽으로 7km 정도 가면 상면초등학교 앞 임초리 입구 삼거리를 만난다.
거기에 '아침고요수목원'과 더불어 축령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그 이정표의 지시대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행현1리의 살구재에서 651m봉으로 해서 서리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절고개로 올라갈 수도 있으며, 비령이마을에서 축령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들어가서 임초리 '아침고요수목원'을 지나 수레넘이고개로 올라가서 축령산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쪽은 축령산자연휴양림의 반대 방향이고, 산행거리가 길며,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서 안내자 없이 처음 가는 사람이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승용차로 갈 경우 도로가 좁고 원점회귀 산행하기도 곤란한 지형이어서 자유스럽지 못하다.
다만 이 코스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쪽 길로 들어서서 축령산 중에서도 가장 잣나무 숲이 짙은 동쪽 사면으로 올라갈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이쪽 잣나무 숲은 축령백림(祝靈栢林)이라 하여 가평의 8경에 들어가며, 잣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처음 가는 사람은 마석에서 들어가든가 현리에서 들어가서 외방리 축령산자연휴양림 쪽으로 가는 것이 정석이다. 축령산이나 서리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모두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 올라가는 것으로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쪽은 봄·가을 산불방지 통제기간에도 개방을 하므로 아무 때라도 갈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일단 매표소를 지나면 축령산과 서리산 줄기가 빙 둘러싸서 마치 통속에 들어온 듯 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 골짜기를 '두멍안'이라 불렀다는데, '두멍'이란 물 깃는 통을 말하니 두멍안이란 통속이란 뜻이 되며, 바로 전지라골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런데 차를 가져갔다면 제1주차장에 주차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자연휴양림의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급경사에다가 주차장과 주차장 사이가 멀고, 또 제1주차장에 주차해 둬야 오르고 내리는데 편리하다.
제1주차장 뒤로 올라가면 휴게소 앞에 산행안내판과 이정표가 있고, 거기에 '축령산 2.74km, 서리산 2.64km, 수리바위 1.1km, 남이바위 2.0km'라 적혀 있다.
그리하여 오른편 축령산 쪽으로 올라가면 어린이놀이터를 지나 잣나무 숲 속으로 남쪽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초행자라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그리하여 어린이놀이터를 지나면 한동안 계단 길이 이어지다가 주차자에서 0.6km 정도 올라가면 '암벽약수'가 있는 곳에 이른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 특이한 약수가 있는 곳이나 떨어지는 물이 워낙 적어서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기 어렵다. 그리고 암벽약수 앞을 지나 15분, 주차장에서 25분 정도 올라가면 '수리바위 능선'이라는 축령산 서릉에 올라서게 되는데, 거기 이정표에 '주차장 0.75km, 정상 1.99km, 수리바위 0.32km, 남이바위 1.27km'라 적혀 있다.
능선 일대에는 잣나무 숲이 살아지고 활엽수 지대가 전개되며, 남쪽을 향해 올라갔던 등산로가 능선에 올라서면서 방향을 바꾸어 동쪽을 향해 올라간다. 그리고 거기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수리바위에 이른다. 예전 축령산에 독수리가 많았고, 바위 또한 독수리처럼 생겼다 해서 수리바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거기 이정표에 '정상 1.67km, 남이바위 0.95km, 주차장 1.1km'라 적혀 있고, 119 팻말(축령산 1-4 수리바위)이 서 있다.
수리바위
수리바위를 지나면 암릉이 자주 등장하고,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더러 나타나는데 바위들이 퇴적암 계통의 역암이어서 미끄럽지 않아 오르기는 편하다.
그리고 수리바위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홍구세굴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삼거리'라는 곳에 이르고, 거기 이정표에 '정상 1.35km, 주차장 1.37km, 수리바위 0.32km, 남이바위 0.63km'라 적혀 있어서 대체로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가는 중간지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동쪽을 향해 올라가던 등산로가 방향을 바꾸어 이번에는 남쪽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15분 정도 올라가면 남이바위(840m)에 이르고, 거기 이정표에 '정상 0,72km, 주차장 2.05km, 수리바위 0.95km'라 적혀 있으며, 119 팻말(축령산 1-3 남이바위)도 있다. 남이바위는 옛날 남이(南怡) 장군이 이 바위에 올라앉아 지형을 살피면서 쉬었다 간 곳이라 한다.
그리고 가평에는 남이섬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 일대가 남이 장군과 연관이 많은 곳인 듯하다. 남이 장군이 앉았었다는 의자처럼 생긴 바위에 앉으면 절벽 위라서 전망이 트여 서쪽으로 수동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청명할 때는 남쪽엔 청평호수, 서쪽으로는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 그리고 서울 시가지까지도 보인다.
남이바위부터 암릉지대를 통과하는데, 오른편 남쪽 방향으로는 수십 길 절벽이어서 비록 안전시설로 난간이 설치돼 있기는 하나 아찔할 정도로 아득한 벼랑이다. 그러면서도 철쭉이 많아 봄이면 암릉과 철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천상화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축령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면서도 적당히 암릉이 섞여 있고, 잣나무 숲, 활엽수 지대, 철쭉 꽃 등이 조화를 이루는 멋스러움이 있다.
그리고 남위바위에서 10분이면 헬기장에 닿고, 거기서 10분이면 철쭉동산을 지나 정상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1시간 40∼50분, 여기저기 살피다가 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에는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양수 25)이 있고, 돌탑 옆의 게양대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여기 국기게양대는 6.25 때 전사한 수동면 내방리와 외방리 반공희생자 24명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정상의 이정표에는 '주차장 2.74km, 서리산 2.87km' 적혀 있으며, 절고개 쪽으로는 '주차장 2.86km'라 적혀 있다.
정상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동쪽으로는 대금산(704m)과 청우산(619.3m) 줄기가 보이며, 남쪽으로 청평호 일부가 보이고, 그 너머 용문산(1,157.2m)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수동면 시가지 위에 철마산-천마산 줄기가 성벽처럼 늘어서 있는데, 그 너머 멀리 북한산이 아련하다. 북쪽엔 서리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은데 그 너머 운악산이 선명하고, 그 옆으로 명지산(1,267m), 연인산(1,068m), 화악산(1,468.3m) 등 가평의 명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남쪽 아래에는 '아침고요수목원'이 내려다보인다.
축령산 정상에 올라서니 우리나라 산악계의 선구자요 시인인 김장호씨의 「축령산」이 생각난다.
살구재를 넘거든
비령이 잣나무숲을 빠져
등성이로 붙어라
비로소 마루턱이 트이면
서천으로 南怡바위,
북한산 도봉산에서도 보이던
하늘에다 대어놓고 괴기한 주먹질.
산 첩첩 물 첩첩에
발아래 불당골,
한강을 예서 보면 서북으로 누웠는데
수동천은 어쩌자고 동남으로 흐른다
서리산은 북을 막고
건너다보는 쾌라리고개 목
좌우로 팔을 벌리는 천마산과 철마산
빠질 길이 묘연하다
누가 일러 경기도의 히말라야
옴 마니 빼매 홈
세르파의 주문(呪文) 대신
나무꾼의 회심곡이
등산화 끈을 풀게 한다
정상에서 서리산으로 가려면 북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길은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이었다가 방화선을 만나면 경사가 완만해진다.
방화선이란 산불이 났을 경우를 대비하여 능선 한가운데의 나무들을 모두 제거하여 민둥하게 만들어버린 지대를 말한다. 그렇게 하면 저쪽 사면의 불이 이쪽 사면으로 옮겨 붙는 것을 다소나마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화선 지대는 대개 가을이면 억새 밭이 되고, 겨울에는 눈이 쌓여 심설산행을 하기 좋은 곳이 된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방화선 가운데로 전개돼 아주 편안하고 호젓하다. 그래서 축령산 산행의 백미는 축령산과 서리산의 능선 종주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향하는 능선 길 양편은 잣나무 고목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삼림욕하기에도 좋다.
잣나무는 타감작용이 강해서 다른 나무들이 그 아래 자라지 못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타감작용이란 나무들의 자기방어본능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낙엽송과 잣나무의 이런 작용이 강하여 타감 물질을 배출함으로써 다른 나무나 풀들이 주변에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축령산 정상에서 20분 정도 내려가면 절고개에 이르고, 거기 이정표에 '축령산 0.68km, 서리산 2.19km, 주차장 2.82km'라 적혀 있다.
축령산 산행만으로 끝내고 하산하려면 거기서 서쪽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하여 20분 정도 내려가면 잔디광장이 나타나고, 거기에 샘이 있다. 거기 이정표에 '축령산 1.4km'라 적혀 있고, 북쪽 지름길 쪽을 가리키며 '제1주차장 1.4km', 서쪽의 임도 쪽을 가리키며 '제1주차장 1.46km'라 적혀 있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든지 지름길로 가든지 제1주차장까지 30분 정도면 내려갈 수 있다.
그런데 절고개에서 서리산 쪽으로 10분 정도 전진하면 임도가 지나는 '억새밭 4거리'라는 곳에 이른다. 거기 이정표에 '축령산 1.15km, 서리산 1.71km'라 적혀 있고, 서쪽을 향해 '전망대 0.71km'라 적혀 있으며, 동쪽을 향해 '행현리 5.7km'라 적혀 있다. 가평 행현리 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이 안부로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억새밭 4거리에서 40분 정도 올라가면 서리산 정상에 닿는다. 축령산 정상에서 1시간∼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서리산 정상은 헬기장이고,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으며, 119 표지판(서리산 1-5 정상)과 정상 표지석이 있다. 그리고 거기 이정표에 '축령산 2.83km, 철쭉동산 0.35km, 화채봉 0.76km, 주차장 3.04km'라 적혀 있다.
여기 '주차장 3.04km'란 절고개 쪽으로 내려가서 주차장으로 가는 거리를 의미한다. 서리산 정상도 시야가 트여서 사방이 잘 보인다. 특히 북쪽으로 현리 시가지와 운악산이 가깝게 다가선다.
서리산 정상에서 서북쪽을 향하면 북쪽 현리 방향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데 남쪽은 완만한 경사지대이고 철쭉 군락지여서 봄이면 철쭉꽃에 파묻힌다. 그리고 10분이면 철쭉동산에 이르고, 거기에 '철쭉동산' 비석과 119 표지판(서리산 1-2 철쭉단지)이 있다.
그리고 5분이면 화채봉 삼거리에 닿으면서 거기 이정표에 '화채봉 0.09km, 제2주차장 1.89km, 서리산 0.67km'라 적혀 있다. 거기서 화채봉은 지척에 있으나 화채봉은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놓아서 119 팻말(서리산 1-4 화채봉)이 있는 곳에서 건너다보고 되돌아 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화채봉 삼거리로 나와서 가파른 서리산 서릉을 타고 내려가면 산림휴양관을 지나 주차장에 닿기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제1주차장에서 축령산과 서리산을 거쳐 원점회귀 산행을 할 경우 4∼5시간 걸리므로 알맞은 산행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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