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굿판의 맏형격인 이희복 형님이 시베리아에 간답니다.
가서 아예 돌아오지 않겠대요.
풍물굿의 원기(源氣)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본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나기 전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희복을 아시는 분들은,
부디 참석하셔서 덕담과 축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때 : 2008년 6월 8일 16:00 - 18:00.
곳 :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 방송통신대학 학생회관 지하1층
초청인 김원호 배상
아다시피 이희복 형님은,
음악 매니어입니다. 상당한 고수지요.
뒤늦게 굿을 만나 30대 초반에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굿 길에 들어서서 한 세대가 지나도록 여지껏 굿만 치고 있는 오리지널 굿쟁이입니다.
봉천놀이마당, 새터놀이마을, 유랑예인촌에서 주로 놀았습니다.
개성이 일목요연하고, 에너지가 순수한, 이른바 ‘전위장구(?)’ 놀이꾼이죠.
음....자신의 별명이 ‘신촌의 쓰메끼리’래요 ㅋ ㅋ
내일모레가 환갑인데, 아시겠지만 장가도 안 가고 여즉 혼자 살고 있구요.
글쎄, 이런 노친네가 깽뚱없이 러시아 연해주 대평원에 간대요.
작년에, 굿쟁이 몇 명이 연해주에 있는 고려인 정착촌에 마을굿을 지내러 갔더랬어요.
140년만에 처음 지내는 마을굿이었죠....
아다시피, 러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삶의 여정은 고난덩어리였어요.
먹고살기 위해 간도로 갔고,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끌려갔다가, 소련 해체 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차별 정책에 의해 다시 연해주로 재이주해오고....
삼사대에 걸쳐 무려 12,000km를 오가며 생존해왔습니다.
이쯤 되면 역사는 고난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험난한 삶의 여정 속에서도 끈질기게 스스로 생명스러움을 놓지 않았으니까요.
이희복 형님은 여기서 굿과 굿의 발원(發源)을 보았던 것 같아요.
첫 마을제사를 끄레모바라는 고려인 정착촌에서 지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굿판 속에서 누가 표현했듯이, 그 날 현장에 있던 고려인들은,
“쑥 들어오셨구나~”
였습니다.
그 분들의 깊디깊이 삭여온 고난과 생명의 파노라마가 신명으로 붕붕 떠다녔습니다.
누가 뭐래도, 세상살이의 희노애락, 신산고초, 우여곡절 속에 굿이 있다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더랬습니다.
이 한벽한 연해주 땅의 고려인의 원형질 속에서 우리는 굿 재생의 한 가지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희복 형님은,
그 때부터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했어요.
틈만나면 시베리아 타령....
그리고, 분명한 태도로,
‘굿성’을 새삼 다시 만들고
우리에게 실어날라준대요.
자, 이희복 형님을 전사로 보내는 일,
그리고 곧 우리가 챙길 일을 위한 모임에 참석해주십시오.
한 판 놀아봅시다.
추신 ;
음....이희복 형님이 홀애비로 살면서 재산을 전혀 모아놓지 못했어요.
물론 빈한한 삶 자체를 즐겼지만....
우리가 차비라도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거마비 명목도 좋고 굿전 명목도 좋고 하니 각자 약간의 후원금을 챙겨오시기 바랍니당~
혹 못 오시는 분의 센스......는?
음, 다음 계좌로 송금바람니다.
농협 037-02-425016 이희복
첨부> 이희복의 글
저 러시아 갑니다. 굿치러 갑니다. 풍류굿이죠
마을굿 하러 갑니다. 요즘 인터넷이 저에게 만다라가 됩니다.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음악을 통해서 세상이 바꿔지길 바랬던 우드스탁페스티발. 발전 없이 암울했던 한도시의 운명을 바꿔버린 구겐하임미술관. 월드컵응원전. 촛불집회. 스타크래프트. 시멘틱웹. 이동통신. 등이 풍류굿의 원리가 들어 있다고 보게 됩니다. 한데 요즘 제가 치는 풍물에는 굿성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네요. 우리의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연해주에는 고려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 절절함이 있습니다.
공유해야 할 것이 많고 소통을 하고 참여를 같이 해야 합니다. 풍류굿이 여기서 이야기 할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살림굿 이야기를 하고. 구겐하임의 길굿을 만들고. 제전이 있고 아고라를 열고.....
그리고 가기 전에 굿쟁이들 끼리 모여서 풍류(풍물굿)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을 줄 압니다. 오래 전 풍물굿과 지금의 풍물굿이 다릅니다. 형식은 같은데 파장이 틀립니다.
우리 풍물굿에 언어를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저도 마을에서 어려서부터 어깨 넘어 배우신 70~80연세의 어르신들과 풍물을 같이 치다가 스스로 쪽팔려 한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 좀 하죠. 타법에 관한 것도 좋고 디딤에 관한 것도 좋고 굿성에 관한 것도 좋습니다.
이야기마당에는 김운태선생님과 김원호선생님이 나오셔서 같이 이야기판을 만들 것 같습니다.
물론.... 풍류도 흐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지면으로나마 이 희복이란 이름을 대할 수가 있어서요.시간 나면 찿아 뵐께요.건강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