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연맹’(IFRC)이 최근 집중호우로 북한에서 실종자와 사망자가 1만 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국내 북한인권단체의 보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며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일 보도했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이사장 법륜)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이번 홍수로 북한에서 130만~15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가 4,000명에 달하는 점을 볼 때 최종 집계 실종자와 사망자는 1만여 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피해수치는 북한 언론이나 국제기구가 전한 규모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알리스터 헨리 IFRC 동아시아 지역 대표단장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IFRC는 현재 국제기구로는 유일하게 북한 현지의 물난리 피해주민들에게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7월 말 현재 141명이 숨지고, 112명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IFRC가 앞서 공개한 피해 수치 보다 늘어난 것으로 연맹측은 지난 7월 25일 현재, 북한의 집중호우로 최소 121명이 숨지고 127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헨리 단장은 이 인명집계는 IFRC 요원들이 활동 중인 평안남도-황해북도-강원도 그리고 함경남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희생자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수해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만 명 선에 이를 것이라는 ‘좋은 벗들’의 정보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헨리 단장은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의 남부 지방에 퍼부은 집중호우로 수천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해 국제적십자연맹이 현재 대규모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북한의 수해 규모는 이 정도로 심각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헨리 단장은 “현재 IFRC는 국제기구로는 유일하게 북한 내 피해주민들에게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피해 상황이 가장 심각한 네 지역의 이재민들 중 4,100가구에 담요, 물, 부엌 용품 등 긴급 구호물품을 직접 배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식량기구(WFP)는 지난 7월 24일 북한의 홍수피해 구호를 위해 생필품 등 74톤을 긴급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답변이 없어 현재까지 선적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배리 케임 WFP 대변인은 2일(미 동부시간) “북한정부로부터 이번 수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그러나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위해 현재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임 대변인은 “세 차례의 홍수로 인해 300여 명이 숨지고, 6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수해는 북한의 감자와 쌀 생산량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지난 90년대 중반의 고질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대한적십자사(한적)의 수해복구 지원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북측은 한적의 지원 제안에 대해 성의는 고맙지만 일단 자체적인 힘으로 수해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IFRC를 통해 피력한 것으로 안다”며 “한적의 지원이 조만간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전문가는 “도와주겠다는 적십자사의 제의를 ‘우리끼리 극복해 나가겠다’며 거절한 것은 이미 ‘우리끼리’가 남북한 민족끼리가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김정일 독재정권이 과거 수해와 식량난이 겹쳤던 ‘고난의 행군’과 같은 참사가 이제는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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