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숙
2024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허공층층』(상상인, 2022) 출간
제4회 포랜컬처 전체대상 수상
이어도문학상 시 부문 금상 수상
독도문예전 수상
문학심리상담사 1급
광주문인협회 이사/ 전남문인협회 이사
화순예총 대의원(문인협회) 화순문인협회 회원
시향낭문학회 부회장
< 당선 소감>
오랜 인연으로 함께해 온 문인들과 강진 영랑시문학관으로 향하는 길에 신인 작품상 당선 소식을 접했습니다. 봄빛이 스며든 창밖 풍경처럼 기쁨과 설렘이 한꺼번에 밀려와 가슴 깊은 곳까지 환하게 물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체험과 직장생활 속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일 그리고 남편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길에서 마주한 풍경과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틈틈이 메모해 두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아이들의 맑은 웃음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공책에 차곡차곡 담아 한 줄 두 줄 적어 내려간 기록들이 등단이라는 뜻깊은 결실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당선 소식이 아직도 벅차게 다가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수필에 더욱 깊은 관심과 애정을 품고, 일상의 체험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하얀 치마폭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깊은 성찰과 따뜻한 시선과 초심을 잃지 않고 창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또한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낮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람과 자연의 숨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진정성 어린 언어로 삶의 풍경을 그려내는 수필가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수필로 등단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고 이끌어 주신 강대선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부족한 제 작품을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 주시고 문학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기억과 삶의 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계절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문장으로 제 인생을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가겠습니다.
<당선작>
최 화백 갤러리
광주 시내권을 조금만 벗어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 좋고 물 좋은 어느 한적한 시골길을 만나게 된다. 이곳 초입에 들어서서 긴 강둑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아름다운 들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들꽃 위로 석양 노을이 유난히 붉게 빛을 발하는 그곳에 최 화백의 갤러리가 있다.
마을 어귀를 안고 들어서면 아담하면서도 이색적인 하얀 건물 벽면에 최 화백을 상징하는 금속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최 화백의 갤러리임을 알게 해 준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깔끔하고 정교하게 전시된 작품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친구이자 동생인 성단이와 전시실에 들어서자 한눈에 들어온 작품은 우리의 전통 한지로 무등산 억새밭의 설경을 표현한 대작이다.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한지와 볏짚을 오브제로 수준 높은 예술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비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시장 벽면은 청색과 홍색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명주실로 곱게 물들인 청실과 홍실은 예전에 결혼예물과 함께 혼서지에 곱게 단장되어 신부의 집에 보냈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은 ‘청실홍실’이었다.
작가의 미적 감각과 조형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미술에 문외한인 방문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청과 홍으로 어울린 빛의 선율에서 뿜어 나오는 황홀감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를 보고 최 화백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설명을 해 주셨다. 우리 조상들의 음양오행 사상이 바탕이 되어 청실홍실 시리즈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작품에 대해 세심하게 말해 주었다.
조명에 비치는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작품은 더 고귀하고 아름다워 보였고 정갈하고 깔끔하게 배치된 작품들은 최상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탁자 위에 놓인 최 화백의 주요 경력은 국내외적으로 예술세계를 펼쳤던 그의 활동력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그의 수상 경력과 전시회 출품 경력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먼저 내세워야 할까, 자문해 보았다. 나는 무엇보다 우선 작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좋으면 그 사람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최 화백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평생 오직 한 길만 걸어오셨고 지금도 그림이 좋아 끝없는 작품의 세계에 빠져, 묵묵히 남은 생을 다 하시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을 써서 사람의 향기를 풍기고 싶다. 전시실 앞 금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사철 변함없는 소나무 몇 그루와 과실나무, 그리고 한 평 남짓한 텃밭에는 상추와 고추가 자라고 있다. 팔뚝만 하게 자란 오이는 생동감 넘치는 최 화백님의 열정을 닮아 있는 듯했다. 해 질 녘, 붉게 타오르는 노을빛 속으로 숨어든 조형물들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 위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날의 감상에 젖어본다. 최 화백은 최재창 화백으로, 나와 함께 사는 남자다.
<심사평>
조정은
한영숙의 「최 화백 갤러리」는 갤러리라는 한정된 공간을 다루면서도,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를 독특하게 설정하여 몰입감을 준다. 이 글의 특징은 타인의 시선으로 시작해 삶의 동반자라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전환되는 구조에 있다.
글의 전반부에서 작가는 철저히 관람객의 입장을 고수한다. 본문 중 ‘미술에 문외한인 방문객’이라는 다소 거친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는 방문객을 폄하하려는 의도라기보다 가족이라는 사적 관계를 숨긴 채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직관적으로 대면하고자 한 장치일 것이다. 세간의 평가나 사적인 친밀함에 기대지 않고, 눈앞에 놓인 작품 자체를 정직하게 대면하려는 시선이 글의 전반부를 이끈다.
친구이자 동생인 성단이와 전시실에 들어서자 한눈에 들어온 작품은 우리의 전통 한지로 무등산 억새밭의 설경을 표현한 대작이다.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한지와 볏짚을 오브제로 수준 높은 예술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비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
작가의 미적 감각과 조형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미술에 문외한인 방문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청과 홍으로 어울린 빛의 선율에서 뿜어 나오는 황홀감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한지와 볏짚을 활용한 무등산 설경 작품이나 ‘청실홍실’ 연작을 감상할 때도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다. 작가의 화려한 경력보다 “무엇보다 우선 작품이어야 한다”라며 예술의 본질을 짚어내는 대목 역시 냉철한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전시장 밖 정원과 텃밭으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글의 분위기는 일상성으로 전환된다. 소나무, 상추, 고추, 그리고 오이처럼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화백의 열정과 연결 짓는 시선의 확장은 이 글이 단순한 미술 감상문에 그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멀리서 바라보던 예술을 삶의 현장인 텃밭의 생명력과 동치시키는 시선의 유연함이 돋보인다. 마지막 문장에서 “최 화백은 최재창 화백으로, 나와 함께 사는 남자다”라며 관계를 밝히는 대목은 이 글의 시선 구조를 완성하는 핵심이다. 그동안 유지했던 관찰자로서의 객관적 거리가 실은 평생을 곁에서 지켜본 반려자의 깊은 이해와 신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존재를 타인의 시선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고, 다시 이를 일상의 언어로 끌어안는 전개 방식은 신선하다.
좋은 글을 통해 사람의 향기를 풍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대상과 삶을 차분하게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등단을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