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밥 먹듯이 혁신을 일상화하라
제록스(Xerox), 페덱스(Fedex), 구글(Google).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챘겠지만, 해당 사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차지한 회사들이다.
그런데 이것 말고 공통점이 또 있다. 그것은 그들의 독보적인 지위로 인해 회사명이 일반 동사가 된 경우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 회사들의 이름은 미국에서 다음과 같이 일반 동사로 사용되고 있다.
'xerox: 복사하다.' 'fedex: 택배로 보내다.' 'google: 검색하다.'
그런데 이 회사들 외에 미국에서 또 하나 일반 동사화되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Kodak(코닥)이다. 코닥은 회사명 뒤에 'ed'가 붙은 수동태로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kodaked: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한다.'
창업 이래 현대의 영상시대를 열어온, 필름과 사진기술의 대표기업 코닥이 2012년 13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파산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코닥의 교훈
코닥은 사진 기술자인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이 1880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130여년의 기간 동안 필름의 대명사로 불려졌다.
1884년 롤 필름을 생산한 이후 1888년에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휴대하기 편한 카메라를, 1976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했다.
필름 사업의 선두주자였던 코닥은 1980년 후반에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사업을 두고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당시 코닥의 전략은 전통적인 필름 사업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디지털 기술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주 수입원인 필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코닥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와 TV에 연결하여 보거나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는 '포토 CD'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디지털 카메라가 전통적인 필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이 급격히 떨어져 어려움에 빠졌다.
이후 코닥은 새로운 CEO를 영입하여 대대적인 감원 등의 구조조정과 함께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한 기업이 그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망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회사 이름이 불명예스럽게도 부정적인 일반 동사로 쓰이게 됐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혁신이 주업인 회사 3M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가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은 회사가 있다.
이른바 '메르스 마스크'로 불리는 N95 마스크 주력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3M이 바로 그곳이다.
3M 마크가 박힌 의료용 마스크를 보고 사람들은 "어! 3M에서 이런 것도 만들어?" 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13년 전인 1902년, '미네소타 광공업 회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3M은 초기에 주로 샌드페이퍼(사포)와 연마제를 취급했으나 이후 깜짝 놀랄 만큼 줄줄이 제품의 범주를 확장하여 현재 55,000종 이상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종업원 수가 약 80,000명이니 제품 대 직원의 비율이 거의 1:1인 셈이다.
되는 대로 나열해도 3M 제품으로는 컴퓨터 터치스크린, 주방용 스펀지, 정수 필터, 가로등, 얼룩 방지 직물, 리튬 이온전지, 주택 단열재, 치과용 충전재, 의료용 마스크, 파스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제품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전혀 없다. 3M이 개척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이에 관해 공동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부사장 래리 웬들링(Larry Wendling)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특이한 회사입니다. 어떤 틈새시장도, 특정한 초점도 없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하는 일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게 전부입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요."
이를 위해 3M은 총수익의 6% 이상을 기초 연구에 쓴다. 이는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최근 구글,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의 기업이 창조적인 기업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무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신제품을 개발해오고 있는 3M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M에는 그 유명한 '5% 룰(Rule)'과 더불어 '40% 룰(Rule)'이라는 게 있는데, 5년 내 개발된 신제품으로 매출의 40%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3M의 5년 내 신제품 매출 비중은 약 35%에 이른다.
혁신을 일상화하라
사람은 한 번 어떤 방식으로 성공하면 그 방식을 언제까지나 고집하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수로내기'라고 한다.
동기와 동기를 만족하는 수단이 경험상으로 한 번 연결되면 저절로 수로가 파이는 것처럼 재삼 재사 연결이 가능해진다는 메커니즘이다.
사람이 수로내기에 빠지면 고정된 발상의 틀에 갇혀 좀처럼 다른 발상을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수로내기는 기업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크게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대부분 그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방식을 신앙처럼 맹목적으로 믿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방식만 고수하면서 변화를 거부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에서의 수로내기이다. 130년 역사의 코닥이 파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랜 기간 성공을 이어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혁신을 일상화하라.
혁신이 조직문화가 되게 하고, 조직의 DNA가 되게 하고, 나아가 핵심 역량이 되게 하라.
이제 혁신은 더 이상 위기 상황에서만 추진하거나 일상을 벗어나 특별하게 추진해야 하는 일이 아니며, 기업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고, 우리가 매일 밥을 먹듯이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추진해야 하는 일인 까닭이다.
도레이첨단소재(주) 사보 201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