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동의 규정 없어도
구분소유자ㆍ입주자에
중대한 영향 미치는 경우
입주민 설명ㆍ동의절차 거쳐야
서울남부지방법원 |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을 폐쇄하고 다른 운동시설로 변경하는데 입주자 등에 아무런 설명이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이뤄진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는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구로구 A아파트 테니스동호회 회원 B씨와 C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D씨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대표회의가 지난해 9월 개최한 제8차 대표회의 결의 안건 중 ‘테니스장 운영계획(안)’에 관해 대표회의 결의 무효확인 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하고, 대표회의는 주민운동시설은 테니스장 750.2를 폐쇄하거나 다른 운동시설로 개조하는 방법으로 BC씨의 테니스장 사용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아파트 테니스동호회는 이 아파트 입주자들로 구성된 동호회로 이 아파트가 건설된 2001년경 이후부터 단지 내 테니스장을 이용해왔다. 동호회는 매월 발전기금 명목으로 일정액을 대표회의에 지급해오다가 2014년 7월부터 발전기금 지급을 중단하는 대신 이 아파트 경로당 행사가 있을 경우 찬조방식으로 일정액의 기부금을 내왔다. 그런데 대표회의 임원 D씨는 지난해부터 동호회 발전기금 지급중단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다 지난해 9월 대표회의에 ‘1안: 발전기금 월 20만원, 2안: 관리주체에서 운영, 3안: 테니스장 폐쇄, 주민운동시설과 쉼터로 용도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테니스장 운영계획(안)’을 제기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9월 개최된 제8차 대표회의 회의에서 동대표 9명 중 8명이 참석한 가운데 5명의 찬성으로 3안, ‘테니스장을 폐쇄하고 유권해석‧법 검토결과에 따라 변경 가능한 경우 주민운동시설과 쉼터로 용도변경’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B‧C씨는 “지난해 9월 대표회의 결의는 입주민 동의절차 없이 이뤄졌고 적합한 제안사유가 없는 절차적 하자로 인해 무효”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대표회의와 관리소장 D씨는 “주민운동시설을 다른 운동종목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는 것은 경미한 변경으로 감독관청에 신고를 요하는 복리시설의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지난해 9월 결의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지난해 9월 대표회의 결의는 입주자 등에 대한 동의절차를 흠결한 절차적 하자로 인해 무효”라며 “테니스장의 폐쇄에 따라 B‧C씨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B‧C씨의 가처분 신청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규약이나 관련법령에 특정 주민운동시설을 다른 종목의 주민운동시설로 변경하기 위해 입주자 등에 대한 설명이나 동의를 거쳐야 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며 “그러나 그와 같은 경우더라도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해 시행하는 등의 관리권한만을 가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개별 사안에 관한 절차규정이 없다는 사유만으로 모든 안건에 관해 일방적으로 의결해 시행할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경미한 관리행위가 아니라 구분소유권자나 입주자 등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경우에는 구분소유권자들이나 입주민들에게 설명‧동의절차를 거친 후 의결을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동주택관리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나 입주자 등은 누구든지 테니스장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 사건 결의는 이같은 권리를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박탈하는 것”이라며 “비록 현재는 이 아파트 일부 입주자만이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아파트 테니스장은 이 아파트에 설치된 유일한 야외 운동시설로서 그 면적이 750.2㎡에 이를 정도로 넓고 B‧C씨를 포함해 이 아파트 입주자 등이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중요한 주민복리시설”이라며 “테니스장을 폐쇄하고 다른 주민운동시설로 변경하는 것은 단순한 관리나 사용방식 변경을 넘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5조에서 규정한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에 준하는 경우로서 구분소유자 또는 입주자들에게 중대한 이해관계를 미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테니스장을 폐쇄하고 다른 운동시설로 변경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입주자들이 납부하는 관리비로 충당하게 될 상황을 고려할 때 입주자 등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이뤄진 이 사건 결의는 그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테니스장을 폐쇄하면 B‧C씨를 포함한 테니스장 이용자들은 당장 이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받는 반면 대표회의‧관리소장에게 테니스장을 시급하게 폐쇄해야만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다만 B‧C씨의 위반행위 1일당 50만원의 간접강제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제9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행위’로 면적변경이 없는 한 주민운동시설을 다른 운동종목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더라도 일정 비율의 입주자 동의를 전제로 한 관할관청의 허가‧신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 규정은 입주자들이 공유부분인 복리시설의 용도변경 등에 관한 관할 관청의 허가‧신고 필요 여부에 관한 행정적인 절차를 정한 규정일 뿐,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주자 등을 상대로 아무런 설명이나 동의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다는 법적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