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고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을 ‘술망나니’라고

[몽촌]

망나니

조선 숙종 때 칼을 잘 쓰며 도둑질을 일삼던 마적 두목이 결국 잡혀서 처형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불안해하던 어느 날,

감옥 관리가 두목에게 와서

“네 목숨은 내일까지다. 그런데 죽지 않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자,

두목은 “무슨 일이라도 할 테니 목숨만 살려 주십쇼”라며 애걸했다.

관리는 두목에게 망나니가 되면 살려 주겠노라고 했다.

망나니는 죄인의 목을 자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두목 자신도 목이 잘릴 사형수였지만 칼을 잘 쓰는 마적이었기 때문에 망나니로 있으라 한 것이다. 두 번 생각 없이 두목은 허락을 하고 자신이 죽어야 하는 날 다른 죄인의 목을 잘랐다.

이후 몇 번의 망나니짓을 더 했는데 어느 날부터 꿈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나타나서 괴롭혔다. 이후 두목 망나니는 반미치광이가 되어 난폭해지고 행동도 점점 거칠어졌다. 사실 사람의 목을 베야 하는 망나니 생활을 누구라도 제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두목 망나니는 또다시 사람을 죽여야 하는 날이 임박해 오자 산에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이하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에서

‘망나니’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인가? 이 단어는 옛 문헌에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말 문헌에서야 비로소 ‘막난이’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망난이’도 보이는데 이는 ‘막난이’의 자음동화 형태이다. 지금의 ‘망나니’는 ‘망난이’를 연철 표기한 것이므로, ‘망나니’도 ‘막난이’와 같은 것이다.

‘막난이’는 일단 ‘막난’과 ‘이’로 분석할 수 있다. ‘막난’은 ‘막나－’라는 동사의 관형사형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막나－’라는 동사는 문헌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국어 ‘막가－, 막거르－, 막벌－, 막보－, 막살－’ 등에서 보듯 ‘막’을 포함하는 동사가 다수 존재하는 것을 보면 ‘막나－’라는 동사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막나－’의 ‘막’은 본래 ‘마구’, ‘함부로’라는 의미의 부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 동사 앞에 붙어 ‘주저 없이’, ‘함부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쓰인다. 그리고 ‘막나－’의 ‘나－’는 본래 ‘出, 生’의 뜻이다. 따라서 ‘막나－’의 관형사형 ‘막난’은 ‘함부로 된’, ‘막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편, ‘막난’의 ‘난’을 ‘낳－’의 관형사형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낳－’의 관형사형 ‘나흔’이 ‘ㅎ’의 탈락에 의해 ‘나은’이 되고 다시 축약되어 ‘난’이 되었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막난’에 이러한 변화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

‘막난이’의 ‘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존명사이다. ‘이’가 의존명사이므로 ‘막난이’는 본래 ‘막난 이’라는 구(句) 형식이었을 것이다. ‘어린이’가 ‘어린 이’, ‘늙은이’가 ‘늙은 이’ 구조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막난 이’라는 구(句)가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 ‘막난이’이다.

‘막난이’의 ‘막난’이 ‘함부로 된’, ‘막된’을 뜻하고, ‘이’가 ‘사람’을 가리키므로 ‘막난이’는 ‘함부로 된 사람’, ‘막된 사람’의 의미이다. 아울러 ‘막난이’에서 변형된 ‘망난이’ 또는 ‘망나니’도 그와 같은 의미를 띤다. 이러한 의미는 죄인의 목을 베는 ‘망나니’의 사람됨과 부합한다.

‘망나니’는 중죄를 지은 흉악범이다. 그러니 본성이 포악하고 모질며 행동이 거칠 것이 뻔하다. ‘망나니’가 지니는 ‘포악성’이나 ‘험악성’ 등의 속성이 일반인에게 확대 적용되어 ‘성질이 못된 사람’이라는 일반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은 ‘개망나니’라고 해서 따로 부른다. 그리고 특별히 ‘술’을 먹고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을 ‘술망나니’라고 한다.

유래어는 대개 고증하기도 힘들고 갈래도 많으니까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 다만 어느 상황에서 적합하게 사용되는가만 알면 좋을 것 같다.

[시메온]

‘막난이’의 ‘막난’이 ‘함부로 된’, ‘막된’을 뜻하고,
‘이’가 ‘사람’을 가리키므로 ‘막난이’는 ‘함부로 된 사람’,
‘막된 사람’의 의미이다.
아울러 ‘막난이’에서 변형된 ‘망난이’ 또는 ‘망나니’도
그와 같은 의미를 띤다.
이러한 의미는 죄인의 목을 베는 ‘망나니’의 사람됨과 부합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