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담 관련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규제를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과 부자 증세정책이다
G20 서울정상회담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1일부터 23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되는 G20 재무차관,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부총재 회의는 사실 상 서울 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사안들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G20 정상회담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 강화다. 이는 2차 런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후속 조치 즉, 구체적인 합의와 실천이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다.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화 정책은 위기를 구조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위기를 구조화한 금융화가 임계점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G20 정상들이 호기롭게 외치던 금융산업 규제강화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일시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막대한 재정투입이 진행되었을 뿐 고삐 풀린 금융에 대한 통제 방안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20 차원의 글로벌 공조를 통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힘들어지자 각국은 개별 국가 내에서 금융을 통제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15일 대형은행 규제강화, 금융안정감시위원회 신설, 금융소비자보호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금융규제 법안을 승인했다. 처음 제출된 법안 보다 규제 강도가 완화됐지만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구심인 미국이 금융산업 규제에 대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한편 독일 정부도 8월 25일 은행세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은행구조조정법안을 발표했다. 법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매년 일정액을 '보증기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규모는 연간 10억 유로(약 1조5000억 원) 수준이다. 독일 정부는 법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국민 세금이 대형은행의 구제에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프랑스도 금융기관 전반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은행, 보험, 주식 및 기타 시장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범유럽 감독기구 설립에 합의했다. 또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금융활동세(FAT) 도입과 함께 프랑스, 독일 정부가 합의한 금융거래세도 추진하기로 했다. 결국 지지부진한 글로벌 차원의 금융규제와 별개로 각국들은 금융 방임 시대를 끝내기 위한 방안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앞에서 한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 규제와 관련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체제 자체를 일순간에 공멸로 몰아갈 수 있는 파괴력을 보여준 금융위기 앞에서도 한국 정부는 금융선진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1년만 늦게 왔으면 한국 경제는 KIKO 피해나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관련 1조 7천억 원 손실 이상의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금융기관의 대형화, 겸업화에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들은 ‘금융산업 육성만이 살 길’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별개로 국내 금융산업은 과도한 규제에 묶여 있다”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윤 장관과 진 위원장은 은행세, 금융거래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금융정책과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 강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금융위원회는 5월부터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선진화 합동회의’를 신설하여 금융 규제가 아닌 금융산업 발전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G20 논의에 소극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G20 의장국으로서 G20 정상회담의 주요 방향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재정 정책에 있어서도 주요 선진국들의 부자증세 정책과 달리 여전히 부자 감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금융규제강화와 투기자본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는 한국 정부에 대해 금융 ? 재정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금융기관 대형화 ? 겸업화 정책, 헤지 ? 사모펀드 규제 완화, 파생상품 확대 등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금융산업이 ‘위기’의 진앙지가 되는 조건을 제거해야 한다. 금융산업 육성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두바이 등이 보여준 것처럼 신기루에 불과하다. 국민경제의 균형 성장을 고려한다면 선진국들이 실패한 금융산업 발전 전략을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G20 의장국으로서 앞장서서 강력한 금융산업 규제 강화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수정하여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또한 비은행업 업무를 통제하는 은행 전업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며 인위적인 금융기관 대형화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헤지펀드 ?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국내, 외를 가릴 것 없이 등록과 감독을 의무화해 직접적인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차원이 아니라 개별 상품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보다 엄밀한 규제와 감독이 병행되어야 한다. 금융자본의 투기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세와 금융거래세가 도입되어야 한다. 한편 갈수록 문제가 커지고 있는 환율 관련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며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편 부자감세 정책이 아닌 증세를 통해 위기의 책임이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떠넘겨지는 불공정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금융산업은 이제 국민생활의 보편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어떤 부분도 금융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그만큼 금융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특히 네트워크화된 현대 금융은 위기가 순식간에 전이되며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낳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공조를 통한 금융산업 규제 강화는 G20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하며 한국도 선제적인 정책 변화를 통해 위기전이를 최소화하는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재정지출을 통한 단기처방식 경기부양이 아니라 위기의 책임을 져야할 금융자본에 대한 직접 과세, 부자증세를 통해 중 ? 장기적으로 내실이 튼튼한 국민경제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금융산업 육성 정책 지속과 부자감세 정책은 위기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인식의 반영이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가 G20 의장국으로서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가질 것을 촉구하며 지속가능한 국민경제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공개 질문을 던진다.
2010년 10월 19일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 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상상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새세상연구소,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개 질의서
1. 현 정부 금융산업 정책의 핵심은 ‘금융선진화’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금융선진화의 주된 내용은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선진화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소리와 함께 실질적인 내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금융선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금산분리 완화,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 금융기관 업무 확대 등을 통해 금융기관 대형화와 겸업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에 있어 정부 정책의 주된 변화가 있다면 답변해 주십시오.
2. 신흥국이나 개도국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금융개혁 과제는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하는 것인데, 한국정부는 G20에서 신흥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전혀 대변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선물환규제 말고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G20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금융거래세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역시 신흥국의 일원으로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입장에 대해 답변해 주십시오.
3.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저에는 헤지펀드·사모펀드와 파생금융상품이 있습니다. G20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헤지펀드·사모펀드, 파생금융상품 규제 방안 마련이 논의되고 있으며 EU는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협의 중에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독 한국만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험관리를 위해 탄생한 파생상품시장이 점차 투기장으로 변모되고 있는 현실에서 KIKO 사태를 겪으며 장외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함을 정부도 느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에서는 장외파생상품의 표준화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정부는 사전심의기구를 민간에 이양하여 책임전가를 할 뿐만 아니라, 시장 모니터링을 위한 인프라 확보를 위한 노력도 미흡합니다. KIKO 사태에서 보듯 불공정상품과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보호할 마땅한 대책도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파생상품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 대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외파생상품의 표준화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의지가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강력한 규제 덕택에 이번 금융위기에서 사모펀드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 국적의 많은 투기적 사모,헤지펀드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국부를 수탈해가는 과정을 정부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그들의 투자를 돕거나 방조하는) 정부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와 마찬가지로, 외국 국적의 사모, 헤지펀드에 대해 등록 및 보고 의무를 부과하여 최소한의 실태조사라도 가능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까?
4. 어떤 문제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진행 과정은 일반적인 원칙을 벗어나 그 비용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위기비용을 마련해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각국에서 은행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5. 입법 과정에서 내용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금융개혁 방안에는 대형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와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보상체계 개혁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는 대형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며 과도한 보상체계에 의한 단기 실적주의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 역시 같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답변해 주십시오.
6. 미국 포함 선진국들이 금융 및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소득층?중산층에 대한 감세는 유지하되 부자들에 대해서는 증세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나 유독 한국 정부는 2012년부터 법인세 및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각각 2%씩 인하하는 등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2009년 동안 소득분위별 경상조세 지출이 하위저소득층에서는 늘어났고, 상위고소득층에서는 감소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저소득층?중산층의 고충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이것이 ‘서민을 따뜻하게 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정부의 모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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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정상회의 논의의 전개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1. G20의 초기 문제의식
첫 번째 보고서에서 언급했듯이 G20정상회의는 2008년 가을에 발생한 글로벌 패닉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해 11월 워싱턴에서 가진 첫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위기가 금융부문의 지나친 위험행동과 정부당국의 감독과 규제 미흡으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진단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개혁의 다섯 가지 일반원칙을 제시했다. 그 다섯 가지에는 (1)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 (2)금융규제감독의 개선, (3)금융시장 신뢰성 제고, (4)국제적인 협력 강화, (5)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이었다. 이러한 원칙 아래 47개 금융시장 개혁과제를 선정하였다. 이 중 41개가 넓은 의미의 금융규제 개혁분야에 해당하고 6개는 국제금융기구 개혁분야에 해당하였다(표1 참조. 상세한 내용은 부록 참조.)
[표1] 워싱턴 정상회의와 런던 정상회의의 기본합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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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합의(2008. 11) |
런던 합의(2009.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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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원칙 |
47개 개혁과제 |
8대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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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 |
회계기준 복잡성 완화, 가치평가 개선, 공시제도 개선, 헤지펀드 모범사례 제시 등 (8개) |
FSB설립 및 기능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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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 강화
(공동감시단, 국경 간 위기관리, 정리절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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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감독의 개선 |
경기순응성 완화, 자본적정성, 유동성 감독, 신용평가사 등록, 장외파생상품, 보상개선 등 (2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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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규제 개선
(자본규제, 유동성 규제, 레버리지 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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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범위 확대
(거시건전성 감독, OTC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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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신뢰성 제고 |
조세정보 교류 제고, 자금세탁 근절, 비협조적 지역에 대한 조치 등 (6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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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체계 개선
(위험을 반영한 보상체계, 감독 기능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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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협조적 지역에 대한 대응
(조세, 건전성 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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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 강화 |
공동감시단 설립, 국가 간 공조 강화 등 (4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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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제도 개선
(투명성 강화, 공정가치 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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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기구 개혁 |
FSF확대 등 (3개)
IMF및 세계은행 개혁 등 (6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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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규제 강화
(등록의무, 이해상충 문제 해결) |
워싱턴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패닉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문제의식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진 않은 상태였다. 그 후 실무자 회의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진행되면서 2009년 4월의 런던 정상회의에 이르자 여러 문제의식들이 8대분야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었다(표1 참조). 내용 또한 점차 구체화되어 나갔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금융안정위원회: 런던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G20의 금융개혁 논의 체계를 갖춘 것이다. 기존의 금융안정포럼FSF을 금융안정위원회FSB로 위상을 승격하면서, 금융규제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조율하며, 세부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겼다. FSB의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바젤 은행감독위원회, 국제보험감독자협회, 국제증권감독기구, 국제회계기준위원회, IMF 등의 기관들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부문별로 구제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일을 총괄하게 되었다. 이들 기관들은 각각 은행부문, 보험부문, 증권부문, 회계부문, 국제금융시스템 부문의 감독기준과 규제기준을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그림1참조).
국제협력강화: 다국적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인한 위기의 글로벌 확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다국적 금융기관의 정리절차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개발하고, 다국적 회사 공동감시단을 2009년 6월까지 설립하기로 하였다.
건전성 규제: 모든 G20회원국들이 건전성 규제기준 강화, 완충자본 증가, 자본의 질 강화에 기본적으로 합의하고, 일단 바젤Ⅱ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는 자본의 정의를 일치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2009년 말까지 제시하고,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최소자본수준을 검토하고 2010년 안에 권고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더불어, BCBS와 각국 당국은 2010년까지 증권화와 관련된 리스크를 관리할 유인체계 개선 작업을 수행하고,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완충장치 강화 방안을 국제적 체계로 개발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음을 선언하였다.
규제의 범위확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이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점에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제도권은행, 그림자은행, 사모펀드 등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FSB가 BIS등과 함께 거시건전성 수단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2009년 가을까지). 또한, 헤지펀드 또는 헤지펀드 운영자는 감독당국에 등록하고 지속적으로 감독규제당국에 시스템 리스크 수치를 반영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효과적인 규제 감독을 위해 중앙청산소 설립하고 신용파생상품시장의 표준화를 위한 실천계획을 2009년 가을까지 개발하도록 요구하였다.
보상체계: 이번 위기의 주요 원인이었던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감수는 경영자들에 대한 보수와 인센티브제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FSF가 마련한 주요한 금융기관의 보수, 보상 체계 원칙을 채택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보너스를 포함한 보상체계는 위험을 적절히 반영해야 하고, 보상 지급시기와 구성에도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보상체계에 대한 분명하고 포괄적이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공개하고, 감독당국은 금융기관들에 대한 종합적인 건전성 평가의 일부로서 보상정책을 평가해야 한다.
비협조적인 지역: 규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제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 지역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로 합의했다. 그를 위해 납세자 및 금융기관의 비협조적인 지역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의무 강화하고, 다양한 지급방식에 대한 원천징수세 부과, 비협조적인 지역에 거주하는 수취인을 대상으로 한 비용지급에 대한 공제 거부, 조세조약 정책에 대한 재검토, 국제기구 및 지역개발은행에 투자정책 재검토 등을 각국에 요청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2009년 말까지 권고안을 마련해 개도국에 제시하기로 하였다.
회계기준: 회계기준 제정기구가 각국 감독당국과 함께 금융상품에 대한 회계기준 복잡성을 감소시키고, 국제적으로 평가기준의 명확성 및 일관성 확보하는 노력을 경주하기로 합의하였다.
신용평가사: 신용평가등급이 규제목적으로 사용되는 신용평가사는 등록을 의무화하고, 감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효과적인 감독강화를 위해 신용평가관련 과거자료 및 신용평가과정의 기반정보를 완전 공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바젤위원회는 건전성 규제에 있어 외부 신용평가의 역할을 재검토하고 부정적인 요인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위와 같은 개혁과제의 구체화와 더불어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2010년 말까지 재정지출을 5조 달러까지 늘려 4퍼센트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제금융기구의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1.1조 달러 상당의 국제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보호주의를 저지하고 세계 무역투자 증진에 힘을 쏟기로 합의하였다.
2. G20의 발전: 피츠버그 정상회의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정상회의 때까지는 G20의 논의가 위기에 처한 세계경제체제에 나름대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진행이 되었다. G20정상회의를 1년에 두 번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국제경제 협력의 주 논의의 장으로 확립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 체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국제금융규제 개혁은 물론 기후변화, 에너지, 개발, 빈곤문제, 고용, 무역 등의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는 G20정상회의가 단순히 위기관리를 위한 공조체제에서 벗어나 위기-후(post-crisis) 체제모색 기구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제5차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도 피츠버그 회의에서였다.
무엇보다도 금융개혁안에 대한 시간표가 제시되었다는 것이 피츠버그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시간표 없는 개혁약속은 항상 진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진전이 빠른 개혁은 건전성 규제 분야였다. 은행 자본규제의 강화방안에 대해 2010년까지 국제기준에 합의하고 2012년 시행을 목표로 정하였다. 바젤II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의 방향을 정했는데, 이번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실무자 수준에서는 이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정상회의에서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보상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도 상여금 지급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다음과 같은 FSB의 권고안을 채택하기로 하였다. (1)다년간 보장된 상여금 회피, (2)장기 가치 창출과 리스크 보유기간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창출하도록 변동보상(variable compensation)의 상당부분을 지급연기하고, 성과에 상응토록 하며, 적정하지 않은 보상은 환수되도록 하는 한편, 일정 기간 동안 보유되어야 하는 주식 또는 유사한 상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 (3)고위임원과 리스크를 창출하는 직원들의 보상은 성과 및 리스크와 합치, (4)금융기관의 보상정책과 보상구조의 공시, (5) 건전한 자본기준 유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변동보상을 총순수입(total net revenue)의 일정비율로 제한, (6) 상위원회가 보상정책을 독립적으로 감독(overseeing). 또한, 감독당국은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 금융기관의 보상정책과 보상구조를 점검할 책임을 가져야 하며, 필요시 추가적인 리스크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건전한 보상정책과 보상관행의 집행에 실패한 금융기관에 대해 높은 자본부과 등 교정조치(corrective measures)를 적용할 수 있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 밖에도 장외파생상품 시장 개혁에 관해서는 늦어도 2012년까지 장외파생상품을 표준화 하고 중앙청산소를 통해 청산하는 안을 마련하고, 대형 다국적 금융기관의 정리체계 마련 및 감독 강화에 대해서는 2010년 말까지 국제기준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또한, 국제금융기구 개혁 분야에서는 IMF 쿼터를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된 신흥·개도국으로 최소 5% 이전하고, 세계은행의 경우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최소 3% 투표권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IMF와 세계은행의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식량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최빈국 개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3. G20 공조체제 균열: 토론토 정상회의
캐나다 토론토에서 6월 26-27일에 걸쳐 개최된 G20정상회의는 별다른 진전 없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던 원칙만 재확인 한 채 막을 내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토론토 회의에서는 IMF와 BIS 등의 기관에서 연구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바탕으로 그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해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11월 서울 회의에서 세부적인 공동정책안이 발표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집중적으로 국제공조 정책을 추진했던 이슈들은 개별 국가의 문제로 전환되었고, 오히려 재정문제와 관련되어 이견만 부각되었다. 그 동안 중심적으로 논의되었던 이슈 중 하나인 은행세는 서울회의에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이 달 초에 부산에서 열린 G20 실무자회의에서 은행세 문제는 각국이 알아서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고, 이번에 이를 공식화 하였다. 은행의 건전성 문제의 핵심인 BIS자기자본 비율도 전반적으로 강화한다는 원칙만 확인하고 개별국가에 사정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하기로 하였다.
토론토 정상회의의 기본적인 합의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전반적 기조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절반으로 축소하고, 2016년까지 하향화 추세로 전환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고 성장도 함께 고려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은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저축을 증대
-선진 흑자국은 내수촉진을 위한 구조개혁을 펼치고, 신흥 흑자국은 사회안전망과 인프라 지출 확대하며, 환율 유연성을 제고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금융규제
-은행자본은 보통주 위주로 구성하고 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되, 이행기간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충분히 부여
-금융부담금 추진은 은행세 등 구체적 형태를 규정하지 않고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추진
-납세자 부담 없이 모든 유형의 금융기관을 정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
-파생상품,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등에 대해서 투명성 및 규제·감독 강화를 위한 조치 시행
국제금융기구 개혁
-IMF의 의사결정 권한의 양을 의미하는 쿼터개혁을 서울정상회의에서 결정: 쿼터 비중 9.6퍼센트를 한국 등 과소대표된 54개국으로 이전
-세계은행의 투표권도 전체 4.59퍼센트를 개도국으로 이전
-개도국의 개발자금과 관련되어 있는 국제금융기구들(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주개발은행)에 3500억 달러 증자 합의
-보다 안정적이고 복원력 있는 국제통화제도 구축
4. 최근의 변화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장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건전성 규제 분야이다. 그 중에서도 미시건전성 체제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G20실무자 회의에서는 바젤II에서 바젤III 체제로의 전환을 합의했고, 서울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추인될 예정이다. 바젤III의 기본 내용은 (1)자본의 질과 투명성 제고: 기본자본(Tier 1)을 보통주자본 위주로 전환(보통주, 이익잉여금이 80%이상), 보완자본(Tier 2)는 장기후순위채만 포함, (2)위험노출 반영 강화: 유동화 증권 관련 자본보유 기준 강화, 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하락 시 시가평가 손실에 대해서 자본 적립 의무화, (3) 레버리지비율 기준 강화: 자본/자산 비율 계산 시 Tier1만 자본에 포함, (4)글로벌 최소 유동성 기준 도입: 은행이 최소 30일간의 순 현금 유출액을 감당할 수 있도록 현금,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 보유 등이다.
[표2] 바젤III: 자본구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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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
개선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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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r1 |
보통주자본, 상위 신종자본증권, 하위 신종자본증권 |
Tier1
(기본자본) |
보통주자본(보통주, 이익잉여금) *80%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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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r2 |
상위후순위채, 하위 후순위채 |
우선주, 신종자본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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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r3 |
단기 후순위 채무 |
Tier2
(보완자본) |
장기 후순위채 |
거시 건전성 규제에서도 경기순응성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경기 역행적 완충자본 적립 및 충당금 제도 도입과 미래지향적 충당금 개념의 채택이다. 경기 역행적 완충자본 적립은 호황기에 완충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여 과도한 신용팽창 억제하고, 불황기에는 적립한 자본을 사용함으로써 급격한 신용위축을 완화하는 기제이다. 미래지향적 충당금 개념은 대손충당금을 기존의 발생손실 기준이 아닌 기대손실 기준에 근거하여 인식하고 적립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자산을 구입할 때 그와 같은 종류의 자산이 가지고 있는 통계적 위험률을 미리 적용해 충당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경기 역행적 완충자본 적립 체제의 변화를 보면, 현행 체제에서는 최소 보통주 자본비율이 2퍼센트인데, 이것을 7퍼센트로 크게 늘림과 동시에 신용 팽창기에는 9.5퍼센트로 강화하기로 하였다. 기본자본의 최저자본 비율도 현행 4퍼센트에서 8.5~11퍼센트로 높이고, 총자본 비율은 8퍼센트에서 10.5~13퍼센트로 높이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표3참조).
[표3] 경기 역행적 거시 건전성 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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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
새 합의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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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
신용팽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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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보통주 자본비율 |
2 |
7.0 |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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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자본(Tier1) 최저자본비율 |
4 |
8.5 |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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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본 비율 |
8 |
10.5 |
13.0 |
이 밖에도 다음 몇 가지에 대해 논의의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금융기관 보상체계(incentive) 개선: FSB가 마련한 <건전한 보상관행 원칙>에 따라 실험/평가 - 2011. 2/4분기까지 최종보고서 마련
2) 신용평가제도 개선: 신용평가사와 평가대상 기업의 이해상충문제 해결 도모, 국제증권감독기구가 마련한 행동강령을 중심으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감독/규제 강화
3) 장외파생상품시장 개선: 거래소 중심 체제로 전환, 중앙청산소 설립(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2010년 10월까지 최종안 마련 계획)
4) 헤지펀드 : 국제증권감독기구에서 제시한 헤지펀드 법제정
5. 근본적 한계
2008-9년에는 1930년대 대공황과 맘먹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세계적 공감대 형성되어,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정서가 강했다. 실제로 G20회원국들이 국제적 공조를 원만하게 잘 이끌었다. 물론 공조의 내용은 단순했다. 대규모 구제금융과 재정지출을 통해 신용이 경색되고 경기가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2010년 경기가 지표상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통점은 약해지고 차이점이 더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G20은 기존 선진국 G7(또는 러시아 포함 G8)에 신흥국 12개국과 EU 의장국을 포함시킨 것이다. 회원국들이 경제상황과 발전정도가 각기 달라 모두에게 적합한 단일안이 만들어지기 힘들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무역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주장하고, 신흥국들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신흥국 입장에서는 그럴 경우 자국 산업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좀처럼 그 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신흥국의 외환·금융·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경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무역흑자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둔 현재 이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위안화 문제를 내세우며 환율문제를 이번 서울 정상회의 때 주요 의제로 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과연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환율의 조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까? 매우 회의적이다. 여기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새로운 세계통화체제의 확립이다. 다음 보고서에서는 G20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대안적 세계경제체제를 제시하는 일군의 사람들의 주장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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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의 의미와 현황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1. 들어가며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하듯이, 2008-9년 절박한 상황에서 출범한 G20정상회의는 위기 이후 세계경제체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단일한 규제정책 패키지를 마련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0년으로 들어오면서 회원국들 사이에 공통점보다는 서로의 차이점이 부각되고, 상이한 이해가 표면화 되면서 공조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래는 2010년 6월의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금융정책에 대한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하고,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합의해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합의도출은커녕 G20의 존재이유 자체까지도 의심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1월 G20 정상회의의 주최자인 한국정부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방기한 채 G20회의가 마치 무슨 관광대회나 올림픽인 것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대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행복한 듯 보인다.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의경들이 “성공적 G20개최”란 표어가 쓰여 있는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나, TV에서 G20 손님맞이 예절교육을 하고 있는 공익광고를 볼 때면 ‘참담한’ 느낌마저 든다. 설상가상,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준비상황은 주로 시위진압, 경호, 거리정화에 관한 내용들이다.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G20이란 기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G20에서 다루고 결정하려고 했던 의제들 자체가 흐지부지 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이번 위기로 인해 세계 각국의 위정자들은 지난 4반세기 동안 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담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상황의 압력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지만, 세계 주요국으로 구성된 G20이 자유화·유연화에서 안정성으로 기본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하고, 정책 틀과 규제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그러 했듯이, G20이 다루고자 했던 주요 내용들은 앞으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그 내용들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현실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G20이 신자유주의 화두를 완전히 버리고, 초기의 문제의식인 안정성 화두를 꾸준히 추진하게 만들려면, G20밖의 시민사회가 세계적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시민사회에서는 G20 자체를 거부하자는 입장에서부터 G20에서 금융개혁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 빈곤 문제 등 모든 사안들을 다 논의하도록 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요구할 개혁의 내용은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G20자체에 대한 입장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국제적 공조기구로서 (혹은 세계정치경제 화두를 주도하는 특권기구로서) G20에 대한 입장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세계경제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11월 11-12일에 개최될 예정인 정상회의는 G20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새로운 세계경제체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그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 글에서는 G20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가를 정리해 보겠다. 이 글은 앞으로 나올 서울G20정상회의에 대한 기획 보고서의 일부분임을 밝힌다.
2. G20의 배경
2008년 9월 14일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선언을 계기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며,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 메릴 린치도 파산위기에 몰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되었고, 설상가상, 세계최대 보험그룹인 AIG가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져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야 했다. 금융체제 붕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국의 로얄뱅크오브스코트랜드, 프랑스의 BNP파리바, 스위스의 UBS 등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도 정부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으며 간신히 버텨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재현에 대한 우려는 악몽을 넘어 현실이 되는 듯했다. 전 세계 각국의 주가가 직전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수직강하 하고, 채권과 외환시장도 대혼란에 빠진다. 자칫 자본주의 자체의 운명이 걸린 사태로 심화될 수도 있었다. 신자유주의 체제 총지배인 역할을 맡았던 (미국의 전 FRB 의장) 그린 스펀마저도 이 사태를 “세기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체제적 위기가 터지자, 주요국가 정부들은 전 세계적 차원의 국가공조를 통해 이 위기에 대응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대응 주체를 G20으로 결정한다. 세계 정치경제적 담론을 주도하던 G7(러시아 포함 G8)을 대체하는 새로운 비공식적 국제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G20정상회의 소집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G20 정상회의는 2008년 11월에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체계화된 의제나 정책제언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저 이런저런 문제의식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 당시까지도 세계를 덮친 위기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체계를 갖출 수 없었다.
사실 G20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7-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직후이다. G7은 이때의 위기 이후 세계경제 문제를 유럽과 북미의 극소수 선진국 모임만으로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G7 하위체계로 일부 중진국들을 끌어들이려고 시도했다. 처음에 G22로 시작해, G33을 거쳐 1999년에 G20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초기에 G20은 정상회의가 아니라 재무장관 회의로 출범하였다. 2008년 워싱턴 회의가 G20을 재무장관 회의에서 정상회의로 격상시켜 가진 최초의 모임이었다. 그 후 1년에 두 번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에도 G20의 실질적인 논의는 재무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의와 실무자들의 모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G20에는 기존의 G7과 EU의장국, 그리고 신흥국 12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표 1 참조). G20으로의 확대는 이번 위기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도 있었지만, 중국을 위시로 몇몇 신흥국들의 정치 경제적 힘의 급속한 성장을 반영한 것이다. 브릭스(BRICs) 국가들과 한국은 신흥국 대표로서 선정되었고, 나머지 국가들은 지역적 안배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선정기준은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의 주도권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친미적인 국가들을 위주로 선정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표1] G20 회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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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G7 + EU의장국) |
신흥국(12개 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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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EU의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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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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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
G20/전세계 = 65 퍼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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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
G20/전세계 = 88 퍼센트 |
G20이 기존 G7(8)을 확장하면서 전보다 회원국 수가 늘어났고, 신흥국에 대한 배려도 고려되긴 했지만 여전히 소수의 특권 클럽이란 본질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20 회원국들이 전 세계 GDP의 약 8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의 6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대표성 자체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190여 국가 중 170개국이 이들의 모임에서 제외되어 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시킬 수 없다. 중국이나 한국이 신흥국 대표로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G20은 G7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에 전혀 근거하지 않고 있는 임의기구이다. 이러한 임의적 기구가 전 세계 사람들의 정치경제적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담론과 정책 틀을 논의하고 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G20의 회원국들이 여러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수를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민사회에서 G20의 정당성과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G20을 UN으로 흡수시켜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G20밖의 개혁논의를 소개하는 다른 보고서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3. G20의 주요 의제들
G20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는 주요 임무는 한마디로 위기-후-신체제를 구상하는 것이다. 노동, 환경 등의 이슈도 논의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체제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G20이 설계하고 있는 새로운 금융체제의 기본화두는 ‘안정성’이다. 초기의 문제의식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신자유시대의 기본화두였던 유연성이 안정성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 자체가 글로벌 대공황으로까지 불린 2008년 위기의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던 미국과 영국조차도 다시 그 체제로 복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금융체제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G20정상회의와 관련된 각국의 경제 관료들이나 국제 금융기구의 관료들은 위기의 주된 원인을 크게 (1) 대마불사 은행과 여타 금융기관들의 방만한 운영, (2) 통제 불능 수준으로까지 확대된 파생상품 시장, (3) 지나친 금융규제 완화와 이로 인한 금융투자 주체들과 감독기관 모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진단한다. 따라서 논의되는 해결책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제책에 집중되어 있다.
2008년 11월의 워싱턴 정상회의에서는 체계화되진 않은 47개의 의제가 쏟아져 나왔다. 금융패닉이 좀 가라앉은 이후에 개최된 2009년 4월의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기해결에 대한 국제공조와 제도적 변화에 대한 틀이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IMF의 증자를 통한 위기해결 능력 확보, 금융안정화위원회 설립, 국제금융기구 개혁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같은 해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면서 위기-후 지속가능한 세계경제 모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때까지 제기된 주요 의제들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투명성: 금융투자와 경영의 투명성 확대로 특정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시장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 마련.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우회적 규제 회피도 차단.
자본건전성: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강화하여 안정성을 높임. 즉, 새로운 BIS기준을(바젤II) 강제하여 지나친 차입과 대출을 막고 갑작스런 충격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
신용평가기관 감독: 세밀하게 구성된 글로벌 회계기준을 만들어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신용평가기관의 이해에 따른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
시장청렴도: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보호책 강화. 금융투자 시장에서 편법, 사기, 과장광고, 권한남용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감시체계 확립.
은행에 대한 위험관리: 특정 은행의 위기가 현실화 되었을 때 위기가 국내외로 확산되지 않도록 격리하여 부실을 청산할 수 있는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
경기 역행적 정책: 경기 순응적 금융흐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마련. 은행이 경기 과열 시에 투자를 늘리고, 위기 시에 투자를 줄이는 경기 순응적 투자행태로 인해 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 강구.
파생상품 장내화: 창구(OTC)를 통한 장외거래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을 장내로 흡수하는 방안과 함께 청산소를 제도화 해 파생상품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부실화 문제를 미연에 방지.
국제금융기구개혁: 우선 2,500억 달러의 IMF 특별인출권(SDR)을 추가 발행해 개도국의 자금유출 사태에 대처하고, 구조조정 이행조건 없이 대출해 주는 탄력대출제도(Flexible Credit Line) 신설. IMF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과소대표 되고 있는 신흥국으로 지분권(quota)을 일부 이전.
여기에 정리된 것만이라도 모두 실행이 된다면, 아마 비판적인 세계시민사회가 최소한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순탄하게 세상이 바뀔 리 없다.
4. 이견의 표면화와 G20의 표류
2009년 피츠버그 정상회의 때까지는 글로벌 위기의 긴박성 때문에 G20의 공조가 잘 진행된 편이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서면서, G20회의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오던 정책방안 중 하나였던 은행세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한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기조에 관해 미국과 EU국가들의 의견차가 확대되었다.
은행세는 올해 1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기관들에 지원된 공적자금의 비용을 회수한다는 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요한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이 취지에 공감을 표현하면서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은행세의 형태를 구체화시켜 왔다. 계획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구제금융 환수라는 애초의 기본취지를 넘어 향후 잠재적인 금융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기금형성과 재정수입 확대의 한 방편으로까지 논의되었다.
G20은 IMF에 의뢰해서 몇 가지 은행세의 형식을 검토하고,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그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계획했었다. IMF가 제시한 방안에는 (1) 대차대조표 세금Balance Sheet Tax, (2) 초과이윤 세금 Excess Profits Tax, (3) 금융거래세 Financial Trading Tax, (4) 보험수수료 Insurance Levy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이 선호한 것은 첫 번째 방식으로 일정 수준이상의 자산 또는 부채를 가진 금융기관에 일정한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이 형태의 은행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대형 투자은행들의 무분별한 차입투자가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를 기준으로 하는 과세에서 예금과 자기자본을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은행들이 단기차입을 줄이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프랑스를 중심으로 몇몇 EU 주요 국가들은 금융거래세를 선호하였다. 이는 단기투자자금의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해 국제적 자본거래나 특정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으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토빈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초국적 자본의 급작스런 변동성이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기 때문에 금융거래세는 가장 필요한 금융개혁 중 하나이다. 미국은 자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거대 은행지주 회사들의 ‘자유로운’ 초국적 영업을 규제할 생각은 조금도 없기 때문에, 금융거래세 도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해 왔다.
은행세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더 이상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개별 국가에서 알아서 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거래가 글로벌화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국가 별로 알아서 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뿐만 아니라 토론토 회의에서는 다른 의제와 관련되어서도 별다른 진전 없이 그동안 이야기했던 원칙만 재확인 한 채 막을 내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IMF와 BIS 등의 기관에서 연구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바탕으로 그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해냈어야 했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11월 서울 회의에서 세부적인 공동정책안이 발표될 수 있었다.
하지만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그동안 집중적으로 국제공조 정책을 추진했던 이슈들이 개별 국가의 문제로 전환되었고, 오히려 재정문제와 관련되어 이견만 부각되었다. 유럽 G20회원국들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재정문제가 유럽 전체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지속적 경기부양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재정적자 폭을 2013년까지 절반으로 축소하고, 2016년까지 하향화 추세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봐서는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일괄적 규제방안과 새로운 금융체제에 대한 설계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서울 회의 때는 얼마 전 G20실무자 회의에서 합의가 되었다고 하는 자본건전성 규제강화(바젤III)를 정상들이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것이 공식적 논의의 주요 내용이 될 것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문제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G20이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세계정치경제체제가 다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위기는 이전의 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떤 세력이든 대안시스템을 구상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 글에서는 G20의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금융개혁 논의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