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끝난 후 1900년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이병헌의 멋짐에 반했든, 김태리의 매력에 매료되었든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나고 싶다면 목포를 추천한다. 1897년 개항 이후 일본에게 침탈당한 증거인 일본영사관, 동양척식회사 등의 건물이 보존된 목포는 도시 곳곳이 드라마 세트장이다. 건물에서 제복을 입은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모리 다카시가(김남희 분) “이고 원래 니꼬자나?”라며 오르골을 내밀 것만 같다.
목포에서 열리는 야간 근대문화유산 여행, 목포 문화재 야행 <사진제공·목포시청>
목포 문화재 야행은 어둠이 내린 목포의 매력을 발견하는 축제다.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개화기 시절 조선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우리가 마주할 이야기는 100여 년 전 세워진 건물에서 시작된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일본영사관 건물은 현재 근대역사관 1관, 일제 침략의 유적인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은 근대역사관 2관이다. 1관 뒤편에는 일제가 우리나라 사람들을 징병해서 만든 방공호가 있다. 2관 2층에는 일본의 잔악한 수탈 장면과 만행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노약자나 어린이의 관람에 주의를 요할 만큼 강도가 쎄다.
이외에도 목포에 들어선 첫 불교사원이자 이후 교회로 이용된 동본원사(현 오거리문화센터), 일본인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된 심상소학교(현 유달초등학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한 경동성당 등 도심 곳곳에 역사적인 건물이 많다. 야행 기간 동안 밤 11시까지 공개되므로 여태껏 보지 못했던 건물들의 늦은 시간 속내를 들여다볼 기회다.
100년 전 목포의 근대건축유산과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목포 문화재 야행 <사진제공·목포시청>
목포의 옛 이야기를 더 깊이 듣고 싶은 사람은 해설사가 진행하는 문화해설투어에 참가해보자.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근대역사관 2관에서 1시간 단위로 출발한다.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저녁 6시에 진행되는 연구헌 박사의 근대목포이야기 투어가 제격이다.
여태까지 지나치게 학구적인 분위기였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여흥의 시간이다. 야행이 야학도 아닌데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누가 나오겠는가. 게다가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고작 다섯 시간밖에 안주어지니 더더욱 열심히 놀아야하지 않겠는가. 지난 9월에 진행된 1차 야행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이번 2차 야행은 소규모 버스킹 공연과 체험행사가 더 풍성해졌다고 하니 기대해도 될 듯.
버스킹 공연이 열릴 예정인 2차 목포 문화재 야행 <사진제공·목포시청>
개항 후 일본인들이 지내던 목포거류지의 모습을 재현한 ‘야한 워킹스트리트’에서 이어지는 한밤의 플리마켓과 푸드트럭거리는 야행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 갑자옥모자점 거리에서는 1897년을 재현한 연극 배우들의 퍼포먼스와 석고마임이 펼쳐진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광복군, 의병 의상도 준비되어 있다. 곳곳에 사진촬영 장소도 있고, 거리의 피아노 공연도 펼쳐지니 자그마한 방석 하나 갖고 가서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가을의 정취를 즐겨도 좋겠다. 단, 팜플렛에 있는 스탬프를 다 찍으면 기념품을 주는데 늦게 가면 품절일 수도 있다고 하니 기념품 욕심이 있는 자라면 일단 다 돌아보고 난 다음 휴식을 취할 것.
플리마켓과 푸드트럭이 늘어서는 ‘야한 워킹스트리트’<사진제공·목포시청> 달밤, 목포 거리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 <사진제공·목포시청>
한지 소원등 만들기, 팝업카드 만들기, 목화소재 아트체험, 쿠키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등 성인들도 즐길만한 체험거리가 많으므로 아이들이 선점하기 전에 미리 달려가자. 좀 더 업그레이드된 체험을 원한다면 금속공예체험도 있다. 예상하듯 유료체험이다. 역사덕후라면 경동성당에서 진행되는 근대역사 퀴즈 골든벨도 추천한다. 남친에게 혹은 여친에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할 절호의 찬스다. 단, 상대방이 좋아할 지는 장담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