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하루 종일 흐리고 눈발이 오락가락했는데 기온이 뚝 떨어진 오늘 아침은 햇살이 찬란한 맑은 날이었다. 그런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바람이 거세지고 간간이 지나는 구름에선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한마디로 변덕이 심한 날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다름 아닌 수능날이다. 포항의 지진으로 일주일이나 연기된 끝에 치러지는 수능 말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초조와 조바심에 간절함까지 더해서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것은 아닐까.
이런 날은 조용히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으면 좋겠다. 마음을 가다듬고 신에게로 다가가면 어느 순간에 평화로움과 감사함으로 충만하게 될 테니 말이다.
초조하거나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세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 자신의 잘못 내린 결정에 지나고 나서 후회를 하기도 한다.
평화로움이란 어떤 상태인가. 고요하고 찬란하며 사랑이 가득한 상태이다. 생각에는 막힘이 없고 문득 잊고 있었던 많은 것이 떠올라서 즐거워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야 진정으로 아름답고 진실한 것들을 느끼고 볼 수 있겠다.
가령 깊은 기도 후에 내린 결정이라면 절대 후회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결정에는 신과 하나가 되었으니까. 다시 말하면 신이 인도한 길이라는 뜻이기도 하겠다.
2.
나는 요즘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건 방문과 부엌문의 열쇠에 대한 것이다.
출근 때면 방문과 부엌에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출근을 한다. 그런데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을 하면 깜깜한 밤중이다. 그런 시간에 집에 도착하면 자동차 키와 함께 달려있는 열쇠를 찾아서 방문과 부엌 문을 열게 된다. 같은 제품의 자물쇠 두 개를 사서 달았으니 눈으로 봐도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열쇠가 두 개다. 그러니 불을 켜고 열쇠를 뒤져가며 방문을 열어도 실수를
하게 되는데 문득 한가지 방법을 알게 되었다.
깜깜한 밤중에 고요한 마음에서 문득 손에 잡히는 열쇠로 방문을 열면 틀림없다. 한 달 내내 이런 방법으로 하는데도 틀린 적이 없다. 이것은 무슨 조화인가.
이런 것을 무의식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행동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우주와 하나 된 의식의 상태 말이다.
3.
인생에는 직감도 필요하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펼쳐나가야 하니까. 이런 일에 참고가 될만한 것으로 네덜란드의 아프 딕스테르호이스(Ap Dijksterhuis) 교수는 특별한 실험을 해보았다.
두 그룹으로 나누고 어떤 상품을 고르도록 했다. A 그룹은 제품을 제대로 설명 한 후에 선택하게 했고, B 그룹에겐 같은 설명 후에 까다로운 퍼즐도 같이 풀도록 했다. 결과는 당연히 A 그룹이 좋은 선택을 했다. 정신을 헷갈리게 하는 다른 문제들이 없었으니까.
두 번째는 조금 다르게 했다. A 그룹에게도 조금 달리 잡다하고 복잡한 제품 설명을 곁들였다. B 그룹에게도 똑같은 복잡한 설명을 한 후에 처음과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퍼즐도 함께 풀도록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선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B 그룹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내었으니까. 결국 B 그룹은 직감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했는데 결과로 볼 때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선 직감이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오늘은 수능일이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찍기도 하겠다. 그런데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찍는 것과 잘 읽은 후에 직감으로 찍는 것은 천양지차다. 무의식에 의지한 직감이란 우주적인 힘이 담겨있을 테니까.
끝으로 아이돌 가수 빅뱅의 이야기를 옮겨왔는데 수능생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참고가 되지 싶다.
"우리는 또래 친구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을 때 우리는 랩과 안무를 암기했고,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운동하며 땀 흘릴 때, 우리는 지하 연습실에서 숨이 멎을 것 같은 더위와 싸워가며 춤을 배워야 했다.
친구들이 방학이라고 늦잠을 자는 순간에도 우리는 더 일찍 나오고 더 오래 연습하며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또한 또래들은 아침부터 '밥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지겨워했겠지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보는 엄마가 걱정할까 봐 애써 웃음을 지어 보여야 했고, 돌아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남들과 출발선이 다르고 가는 길도 달랐기에 여기서 물러서면 돌아갈 곳조차 없는 우리였다."
나무의 나이테는 추운 겨울을 나면서 하나 더 만들어진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 사람도 나무와 같이 비로소 조금 더 성장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불사르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4.
오늘은 이런 말도 좋아서 새겨본다.
"술로 맺어진 관계는 술이 끊어지면 끝이다. 권력으로 맺어진 관계는 권력이 끊어지면 끝나고, 돈으로 맺어진 관계는 돈이 떨어지면 끝나는 것과 같다. 깊은 관계는 술의 힘을 빌려 형성되는 게 아니라 영혼 간의 대화로 형성된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자신의 비밀이라고 해도 비로소 꺼내놓고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런 사이야말로 진정한 부부고 친구지 싶다.
가까운 사람들과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성숙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몸과 마음은 따로 있지 않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또 마음에서 멀어지면 몸도 따라서 멀어진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바램을 가져본다.
새벽이나 깊은 밤에 고요히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자. 그런 때에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마음에 품고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자.
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