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여행지는 제주도에 이어, 강원도가 아닐까. 두 군데 모두 천연의 자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여러 번 가서 질릴 만도 하지만, 늘 새로운 모습에 갈 때마다 짜릿하고 설렌다. 청정한 자연의 모습에 한 번, 그리고 매해 생겨나는 관광명소에 한 번. 그렇게 끝도 없는 강원도의 매력, 아니, '마력' 때문에 다시 떠나게 된다. 해마다 발굴되는 새로운 관광지가 가끔 눈길을 끌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 여행지 넘버 원은 '강원도'다. 주말에 어디 갈까?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곳. 강원도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여행이 활발해진 지금, 더 핫해진 듯싶다.
내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곳은 어디지?

최근 여행 트렌드가 '힐링'이라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힐링하려면 어디를 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커피와 맥주로 유명한 '강릉'이 눈에 들어왔다. 오죽헌, 초당 순두부, 주문진 해변과 연곡해변 등, 이미 볼거리는 많은 곳이 강릉이다. 하지만 요새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커피와 맥주,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한국 어디에나 널려 있는 것이 카페와 수제 맥주집인데, 굳이 강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강릉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강릉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현지의 감성을 더할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강릉의 로컬 커피를, 저녁에는 로컬의 맥주를 마시며 힐링을 할 수 있다. 맛과 멋, 트렌드와 로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렇게 강릉 여행은 시작되었다.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강릉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멋있는 '뷰'가 아닐까. 그래서 강릉 커피를 대표하는 곳은 역시나 안목 해변이지만, 그밖에도 강릉 곳곳에는 멋스러운 카페들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아무 해변이나 카페만 있다면 무조건 들어갈 것. 하지만 강릉에 왔으면 꼭 들러야 하는 카페가 있다. 바로 원두커피의 인식을 바꾼 커피 공장 브랜드 '테라로사'와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 로스터즈'가 그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강릉을 커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두 카페의 모습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바리스타 1호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박이추 커피


작은 시골에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한 기술로 커피를 선택한 박이추 바리스타는 한국에 핸드 드립 커피를 널리 전파한 장본인이다. 1988년 서울 혜화동에 '가배 보헤미안'을 열어 150종의 커피를 선보였던 그는, 무엇보다 커피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여겨 깨끗한 자연의 도시에 강릉에 정착하며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정착으로 강릉커피축제가 시작되었으며, 300여 개의 카페가 강릉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야말로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든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바리스타 1세대 중 유일하게 현업에서 원두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 그의 커피에 대한 사랑은 연곡해수욕장 주변에 있는 카페 겸 커피 공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카페 내에서 커피를 볶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며, 향긋한 커피와 더불어 해변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어서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보헤미안 로스터즈 박이추 커피공장
위치 강원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1107 (사천면 사천진리 285-11)
운영시간 평일 09:00-21:00 / 주말 08:00-21:00
http://www.bohemian.coffee/default/
스페셜티를 대표하는
테라로사
서울에서 부산, 제주도까지. 한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테라로사는 강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박이추 선생이 핸드드립을 널리 알렸다면, 테라로사는 품질에 대한 열정과 집념으로 만들어지는 '스페셜 티'를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만들어준 브랜드이다. 또한 테라로사는 '공간의 미학과 식음 문화의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회사이기도 하다. 테라로사 매장이 독특한 커피 맛과 더불어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릉에 테라로사는 4개의 매장이 있는데, 이중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이다.



강릉 초당마을에서 경포 호수로 이어지는 고요한 산책로 어귀에 자리 잡은 이 카페는 1층부터 벽면을 가득 채운 아트북 컬렉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컬렉션은 테라로사가 오랫동안 모아온 것들이라고. 카페 전체가 '책'을 테마로 하는 만큼, 지하 1층은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도서관이, 2층에서는 출판사 '한길서가'의 서점이 입점해 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책과 함께 차분하게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테라로사 경포호수점
위치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 145 (포남동 933)
운영시간 매일 09:00-21:00
http://terarosa.com/
커피만큼이나 유명한 브루어리
커피에 이어 강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브루어리는 모두 강릉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역만의 특성을 살리는 맥주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맥주 마니아층에게 인기가 높다. 대기업 맥주의 맛과 사뭇 다른 브루어리만의 독특한 맥주 맛은 여행이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강릉의 수제 맥주 시장의 장을 연 버드나무 브루어리에 이어, 전국 최초로 맥주와 막걸리 양조장이 함께 있는 강릉 브루어리까지. 강릉의 전통과 더불어 현재의 강릉을 맛볼 수 있는 두 브루어리에서 멋진 저녁 시간을 보냈다.
로컬 감성 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


강릉의 수제 맥주 시장은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이창호 대표는 강릉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막걸리 양조장인 강릉 탁주 공장 터와 낡은 건물을 인수한 후 개조해 맥주 양조장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폐허로 있었던 44년 된 공장 건물은 강릉의 역사와 더불어 오래된 양조장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쌀, 국화, 솔잎, 오죽 등, 한국적인 재료를 이용해 한국적인 풍미의 '강릉 맥주'를 만들고 있기에 '로컬'을 사랑하는 현재의 20-40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접 홉을 재배하거나 버번위스키 배럴에 맥주를 숙성시키는 등, 맥주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진행하고 있어 늘 새로운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특별한 이유는 맥주뿐만 아니라 이들이 진행하는 이벤트에도 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1년에 한 번 지역 사회를 위해 애쓴 분들을 위한 헌정 맥주를 만드는 '우리 동네 히어로' 이벤트를 진행하여 지역 사회의 인물을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책과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맥'이벤트를 매달 진행하고 있는데, 이 이벤트에서 추천되는 책들은 주로 강릉 지역 서점에서 추천하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매장 내에서는 책을 구입할 경우 맥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여 자연스레 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건물의 시작에서부터 맥주, 그리고 즐길 수 있는 문화까지, 모두 '강릉'을 느낄 수 있는 로컬 감성이 흘러넘치는 곳이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위치 강원 강릉시 경강로 1961(홍제동 93-8)
운영시간 매일 12:00-24:00 (오후 4시~5시는 맥주 및 음료만 가능)
http://budnamu.kr/
맥주와 막걸리 양조장이 함께하는 곳
강릉 브루어리


버드나무 브루어리에 이어, 강릉을 대표하는 브루어리로 '강릉 브루어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을 만든 김상현 대표는 전통주 제조경력 23년, 맥주 제조경력 10년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배우는 과정에 있다는 그는 맥주를 만드는 효모 배양부터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강릉 곶감과 강릉 배, 강릉 솔잎에서 효모를 얻어 맥주를 만든다고 하니, 진정한 '강릉 맥주'를 만드는 인물이 아닐까? 메뉴판에서부터 수제 맥주와 하우스 막걸리가 함께 해 대표의 경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인기 있는 안주 메뉴는 맥주천연발효종 도우로 만든 화덕 피자라고. 버드나무 브루어리와 더불어 강릉에서 나는 재료를 맥주로 만들었지만, 이곳의 맥주는 막걸리의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독특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직접 배양한 효모로만 맥주를 만들겠다는 대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강릉 브루어리
위치 강원 강릉시 율곡초교길11번길 9 1층 강릉 브루어리 (교동 1844-3)
운영시간 매일 17:00-23:30 일요일 휴무
로컬의 감성으로 힐링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올 때에는 오히려 강릉이라는 지역을 듬뿍 즐기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릉의 전통과 더불어 이와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강릉을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느꼈다. 이런 경험들은 여행지를 아름답게 느끼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강릉은 그렇게 로컬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곳들이 너무나 많았다. 여행을 되새김질하면서, 다시금 강릉으로 떠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