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다리 걷어차기
저자: 장하준
출판사: 부키
발행일: 2004년 5월 10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제목처럼 선진국들이 자기 아래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을 막기 위해 어떻게 사다리를 걷어찼냐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선진국들이 과거에 자국의 발전을 위해 사용했던 정책과 전략을 지금의 개발도상국에게 금지하면서 "경제적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선진국들이 실제로는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키웠음을 밝히고, 오늘날 개발도상국에게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을 강요하는 것이 이중적 태도임을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영국과 미국 같은 나라들이 초기 산업화 시기에는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유치산업을 보호했으며, 이후 경쟁력을 갖춘 후에야 자유무역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런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이 강제되는 자유 시장 정책이 실제로는 그들 경제의 성장을 제한하고, 독립적인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18세기 영국을 보면 헨리 7세는 고부가가치 상품인 양모 방직 전문가들을 불러와 대규모 생산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을 펼쳤다. 19세기 영국의 방식을 따라 몇몇 서구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후 자유 무역을 옹호하면서 유치산업보호를 하려는 국가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 식민 정책이나 불평등 조약을 맺어 사다리를 걷어 찼다. 근대화론에 따르면 빠른 근대화를 이룬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서구 선진국들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따르면 근대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런 선진국들이 후진국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한 정책을 옹호하게 된다면 따르는 것이 좋다는 국가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후진국들의 눈을 뜨게해주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도 1960년대에 들어서서 정부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선진국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후진국의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 발전 문제가 선진국과의 종속관계 때문이라고 보는 종속이론은 위에서 말한 서구 선진국들의 행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선진국으로 발전한 나라들이 다른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해 자신의 나라에서 생산되는 상품보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수출해 개발도상국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게 하여 원료 공급지와 상품 판매 시장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서구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 과정을 듣고 보니 경제 성장이 느린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들의 경제 개발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자국에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동일한 저자(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고 장하준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 접하게 되었다. 독자들에게 경제 발전의 복잡성과 불균형을 폭넓게 인식하게 만들고, 개발도상국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을 읽고 한 국가의 '경제적 성공'이 단순히 무역과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과 공정성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문에 정치학이나 국제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인 것 같다. 또한, 여러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선진국들의 정책을 설명하기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