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snowdrop)/신금재
비엔나에 사는 선배가 스노우드롭이라는 꽃이 피었다고 사이트에 올려주었다.
우리가 사는 이곳 캘거리에는 아직도 눈이 가득한데 만발한 꽃사진을 보니 어느새 마음 하나 가득 봄이 찾아온 듯 싶어진다.
꽃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어떤 꽃일까 궁금하여 백과사전을 열어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였다.
언젠가 이웃에 사는 친구가 로키산 가는 길목 선샤인 빌리지(sunshine village)에 가면 아름다운 야생화가 많다고하였다.
저녁 무렵 방문한 친구 첫마디가 "천국 가보고 싶어?" 였다.
갑자기 웬 천국, 하자 그곳 선샤인 빌리지에 야생화가 피어있던 언덕이 마치 천국같았다고한다.
친구말을 듣고 몇 주 후에 찾아간 그곳은 이미 야생화가 다 지고 하늘에 닿아있던 높은 산봉우리까지 걸어가던 그길이 천국가는 길 같다고 우리들은 아쉬워하였다
그런데 작년 여름이던가 우리 동네 디스커버리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걷다가 산언덕에 피어나는 야생화 무리를 보았다.
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그때 선샤인 빌리지에 피어나는 야생화 무리가 저랬을까.
군데군데 색깔도 다양한 야생화 무리가 소박하면서도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앨버타 주의 주화인 야생장미 덩쿨 사이로 할미꽃처럼 피어나 고개 숙인 꽃,
보라색 별초롱을 달고 있는 꽃, 우유색으로 피어나던 하얀 꽃,
가만있자 그 선배가 올려준 꽃이 그때 그 우유색 꽃을 닮아있네.
백과사전에는 스노우드롭 꽃의 이름이 여러가지 실려있다.
그리스어가 어원인 갈란투스는 우유라는 뜻의 갈라와 꽃이라는 뜻의 안토스와의 합성어이다.
그렇다면 그때 내가 보았던 우유색으로 여러 송이 꽃을 피우고 겸손되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산언덕의 그 꽃 이름이 스노우드롭이네. 한자어로는 설강화라고 한다.
설강화라, 눈설에 내릴 강이면 겨울에 내리던 눈천사들이 겨울을 떠나가면서 아쉬움에 보낸 눈꽃들일까.
우리는 요즈음 기나긴 캘거리의 겨울을 지내면서 언제쯤 봄이 올까 학수고대하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면 아직도 쌓인 눈이 마당 가득하다.
지하실에 내려놓았던 화병에서 개나리 진달래 조화를 대문 가에 옮겨 내놓고 언젠가는 올 새봄을 기다리는 중이다.
화면 가득 피어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들판의 스노우드롭 아니 설강화가 이곳 캘거리에 눈처럼 피어나는 날을 기다려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인디언 마을 산이 뿌예지는 것을 보니 한바탕 눈이 오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