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대한 단상(斷想. 짧은 생각)
자유, 구속과 속박의 반대말이다. 남에게 구속되지 않고 자기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자유다. 누구든 자유를 갈망한다. 야생의 늑대는 자유를 갈망하기에 좀체 꿩처럼 길들지(순치. 馴雉. 꿩 치) 않는다. 누구나,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고 훨훨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삶이 고달픈 사람들은 때때로 구속될지언정 고달프지만 않았으면 하고 산다. 요즘 자유를 외치는 자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대한민국의 정체가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자본주의 등이니 자유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누구는 틈만 나면 자유대한민국을 외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자유주의는 ‘17~18세기에 주로 유럽의 신흥 시민 계급에 의하여 주장된 시민적ㆍ경제적 자유와 민주적인 여러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사상이나 운동. 로크, 루소, 벤담, 밀 등이 주창하였으며, 미국과 프랑스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개인의 인격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자발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상. 개인의 사유(思惟)와 활동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가능한 한 자유를 증대시키려고 하는 생활 방식이다.’이라고 되어 있다.
자유주의의 역사적 배경은 모든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다. 여기서 시민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시민이 아니라 자본가나 지주다. 시민혁명 당시 영국의 시민은 신흥 자본가나 지주들이 의회파를 구성하고, 왕과 귀족의 연합인 왕당파와 싸워서 승리했다. 시민혁명에서 시민을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자본가와 지주의 경제적, 정치적 활동 등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것이 자유주의의 유래다. 참고로 시민혁명에서의 승리가 있었기에 산업혁명도 가능했다.
자유주의에서 유래되거나 파생된 것이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주장하는 민족주의다. 자본주의도 자본가의 자유다. 자본주의가 정도를 넘어 극도로 친자본적인 것으로 변질된 것이 신자유주의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였다.
글의 요지는 오늘날 자유를 외치는 자들이 말하는 자유는 세상 모든 사람의 자유라기보다, 그들만의 자유다. 여기서 그들은 지금 누구보다 더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작 자유가 고픈 사람들은 여러모로 가진 게 부족하여, 자유보다 배가 더 고픈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유를 갈구할 시간도 여유도 여력도 없다. 삼면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그 흔한 바다에 가서 갈매기의 자유로운 비행을 볼 틈도 짬도 제대로 없다.
입으로는 자유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 드나? 법치, 법치하는데, 진정한 법치주의는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동등)한 것이다. 내 멋대로, 내 임의로, 법을 필요한 것만 찍어다 붙이는 게 법치가 아니다. 법원 앞에 기울어진 저울을 본 적이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대한민국은 정말로 법 앞에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고 여기시는지요?
‘자유는 피 값이다.’는 말이 있다. 무수한 분들의 육체적 정신적 희생으로 쟁취한 것이다. 자유는 누가 거저 주지 않는다. 프랑스 국기의 파란 색은 자유를 상징한다. 프랑스대혁명은 시민혁명이다. 군주제 국가에서 자유는 군주(君主. 왕. 황제)만이 갖고 있었다. 시민혁명으로 왕과 싸워 왕으로부터 자유를 시민들이 되찾은 것이다. 지금 북한엔 군주적 독재자 김정은에게만 무소불위(無所不爲.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부스러기 자유가 있을 것이다.
독재자 양민 학살자였던 이승만이 총재로 있었던 정당이 자유당이다. 웃픈 일이다. 이승만의 자유는 그 자신만의 자유다. 이승만은 미국의 호가호위(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를 받으며, 독재로써 자유를 누리다가 말년에 탄핵(파면) 되었다. 모든 사람이 국가의 주인이고, 모든 사람이 주인으로 대접받고 사는 게 진정한 자유다.
내 자유는 내가 사수(死守. 목숨을 걸고 지킴)한다. 독재자들은 호시탐탐 나와 우리의 자유를 강탈하려 한다. 자유를 외치는 자들에게 유념하라.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당신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그들만의 자유일 수 있음을. 독재자나 독선자는 내 입은 자유로이 열고 남의 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틀어막으려는 자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내 자유만큼이나 남의 자유도 동등하게 여기는 사람이 거목이고 위인(偉人)이다.
최우창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