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철모르는 놈’ 말이 있는데
나이에 비해 어린 짓을 하거나,
속이 안 든 사람을 보고 우리는 ‘철모르는 놈’이라고 합니다.
철이란 곧 계절을 말하고,
계절을 세분한 것이 절후 이므로
철모른다는 말은 곧 절후를 모른다는 뜻과 같습니다.
이처럼 철을 모른다는 것은 곧 절후를 모른다는 의미요,
이 말이 속없는 사람을 지칭하게 된 데는
그만큼 절후를 아는 일이 옛날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이었기 때문입니다.
24절후의 ‘절節’은 그 달을 시작하는 날이고,
‘후候’는 절로부터 15일 뒤 날을 가리키는 데,
정월의 절후는 입춘과 우수요,
2월은 경칩과 춘분,
3월은 청명과 곡우,
4월은 입하와 소만입니다.
5월은 망종과 하지가 있고,
6월에는 소서와 대서,
7월에는 입추와 처서,
8월에는 백로와 추분,
9월에는 한로와 상강,
10월에는 입동과 소설,
11월에는 대설과 동지요,
12월에는 소한과 대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절후를 지칭하는 글자들을 유심히 보면,
이것들이 모두 춘하추동 사계절과 기후,
농사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봄이 시작하는 1월에는 입춘,
여름이 시작하는 4월에는 입하가,
가을이 시작되는 7월에는 입추,
겨울이 시작되는 10월에는 입동이라는 절기가 들어 있어서
춘하추동 앞에 입立字만 붙이면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 됩니다.
봄이 되는 입춘 절에는 일 년이 시작되는 날이라
입춘날이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든지,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등의 문구를 한문으로 써서
(팔 문門중의 길한 문의 하나)
벽이나 대문 문지방 등에 붙여왔는데,
이 입춘방立春榜은 단순한 귈귀라기 보다는
가난한 농민들이 한 해의 농사에 거는
간절한 소망이 깃든 부적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입춘방 가운데에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이라는 재미있는 문구도 있습니다.
뜻을 풀이해 보면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는 내용인 데
얼마나 가난에 한이 맺혔으면
이런 문구를 문지방에 써 붙였겠습니까?
산과 같은 신 수명과 바다 같은 큰 부를 기원하는
‘수여산부여해壽如山副如海’라는 입춘방도
오래살고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단적으로 드러낸 문구라 볼 수 있고,
이런 소박한 문구를 써 붙이는 풍습은
입춘이 봄이 시작하는 날이므로
한 해의 희망적으로 시작해 보려는 의도에서 발생한
민속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민속도
이제는 절집 안에서나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거의 잊혀져버린 과거의 유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절기 얘기를 하다가 보니 입춘 얘기가 나왔는데
절기 중 가장 혹독한 인내가 필요 한 절기가
바로 동지절 일 것입니다.
서민들은 겨울을 보내려면 가장 힘들 것입니다.
금년 같은 경우가 더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난방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올 해는 난방비로 인하여 더 많은 예산이 지출되어야 하는 데
정부에서는 갈수록 난방비를 올리고 있으니 참 답답한 실정입니다.
토굴에 살림살이에서도 난방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한 쪽 골방에는 그나마 온돌이라고 하여도
옛날에는 여기저기에 나무 구하기 쉬었지만
요즘은 나무 땔감 구하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사람들은 시골에 정작 불 때면서
낭만을 찾으며 세컨 하우스도 준비하지만
정작 땔감 구하기 어려운 실정을 모르고
막연하게 시골 살이를 꿈꾸죠.
요즘은 시골 살아도 나무 함부로 주어 올 수도 없고
자신의 산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나무를 벨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에는 폐목을 구해야 하는 데
폐목은 자칫하면 시커먼 연기를 유발하니
폐목도 함부로 싣고 와서 불 땐다는 것도 말이 안되죠.
올 겨울은 또 난방비를 줄여야 할지
서민들의 고민은 더 팍팍하리라 봅니다.
‘수여산부여해壽如山副如海’라는 입춘방처럼
이렇게 소박하게 살 수 있는 겨울이 될 수 있도록
정부 각 부처에서도 서민들을 위한 복지가 잘 되어
서민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복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오늘 드리는 따끈따끈한 말입니다.
2024년 10월 29일 오전 06:20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운월야인雲月野人 진각珍覺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