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특집/박중훈-정진영 '황산벌' 연기대결
“아따! 빨리 거시기해불자.”(계백) “계백이, 갸가 무섭데이.”(김유신)
박중훈(38)과 정진영(39)이 해묵은 지역감정의 불씨를 스크린에 지핀다. 다음달 17일에 개봉될 예정인 코믹 역사물 ‘황산벌’(이준익 감독·씨네월드 제작)을 통해서다. 1300여년 전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이 지금처럼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하에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박중훈과 정진영은 각각 백제와 신라를 상징하는 장수 계백과 김유신으로 변신해 색다른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2001년작 ‘세이 예스’ 이후 2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한 박중훈에게 사극 출연은 처음이다. 자신의 연기 스타일과 외모가 고전물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86년작 ‘됴화’에서 남사당패를 연기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번도 수염을 붙이거나 상투를 틀어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황산벌’의 출연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이유는 영화 속 계백 장군이 자신을 위한 ‘맞춤 배역’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욱일승천하는 신라의 공격 앞에 존망이 위태로운 백제의 용감무쌍한 대표장수 계백이 황산벌 전투를 앞두고 느껴야만 했던 죽음의 공포와 인간적인 외로움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내 모습이 나도 궁금하다”며 웃는 박중훈은 “대책 없이 웃기고 넘어졌던 기존의 코믹 연기와 다소 달리 하겠지만 만만치 않은 폭소를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겨울에는 미국에서 ‘찰리의 진실’ 이후 두번째 할리우드 영화 ‘비빔밥’(가제)을 촬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