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결단편 28)
아버님을 본받아 수난의 뜻길도 극복하게 하소서 아버지! 이제 저희들은 이 사망권의 세계를 초월하여야 되겠습니다. 이것을 뚫고 나가야 되겠습니다. 당신은 이 시대적 환경에서 살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적 환경을 극복하고 남아질 수 있고 미래의 전통을 현실 기반 위에 확고히 세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계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사망권을 극복하고 나아가 승리의 권을 영원히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안 되겠사옵니다.
아버지께서 그런 입장에 선 아들딸들을 찾기 위해 사망권에서 얼마나 얼마나 몸부림쳐 나오셨는가를 생각하게 될 때, 아버지 앞에 부름받을 수 있는 아들 중의 아들이 되고 딸 중의 딸이 되겠다고, 당신의 영광의 나라에서 당신이 기뻐하시며 내세울 수 있는 아들이 되고 딸이 되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야 되겠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께서 온 피조세계를 상속해 주고 너 때문에 내가 있고 너 때문에 내가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하실 수 있는, 당신의 사랑을 몽땅 상속받고 기뻐할 수 있는 저희 자신들이 되어야겠사옵니다.
그런 자녀들이 나올 때까지 참아 나오시는 당신의 수고로움이 오늘날까지 저희들의 배후에 엉클어져 나왔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이 그러한 수난의 대가를 치르고 찾아오셨는데, 찾아진 저희들이 이렇게 무가치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신의 모습을 이 천지간에 내놓을 수 없고, 눈을 들어 산을 볼 수 없고, 호수를 볼 수 없고, 땅을 볼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한때가 있어야 되겠사옵니다.
자기의 손을 펴 가지고 한 포기의 풀도 한 줌의 흙도 만질 수 없는 부끄러운 자신인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되겠사옵니다. 천세 만세 한을 품고 나온 아버지 앞에 그 한을 풀 수 있는 길이 무엇이옵니까? 이렇게 부족한 저희들을 거름 삼아서 그 한을 메울 수 있는 길이 있거든 그 길이 죽음길이라도 찾아가야 되겠사옵니다. 그 길이 신앙길을 가는 사람들의 전통적인 길인 것을 저희들은 미처 몰랐습니다.
거룩하신 성상이 분부하시는 노정을 옷깃을 여미고 목이 쉬도록 통곡을 하며 따라가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당신보다 앞서서 눈물을 거두고 당신보다 먼저 편한 자리에 섰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 이상 경거망동한 일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줄 아는 저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참고 견디고 극복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내가 참아야 하겠고 나를 극복해야 되겠습니다.
나아가 가정을 극복하고 환경을 극복하는 주체가 되지 않고서는 당신 앞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무릎을 꿇고 밤을 새워 가면서 아버지 앞에 나는 망하더라도 민족이 소원하는 한때를 갖게 허락해 달라고, 개인들을 대신할 수 있는 당신의 아들이 나타나게 해달라고 하소연할 수 있는 저희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되겠사옵니다.
또 그럴 수 있는 가정이 나타나야 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당신 앞에 정성들이는 무리가 되어야 할 것이 여기 모인 통일의 무리인 것을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누구보다도 수난길을 달려가서 누구보다도 최후의 승리를 결정하는 영웅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참부모님의 성호 받들어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7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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