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감자가 된 KFI 인정기준
- 성능시험 기술기준 고시로 촉발된 갈등
- 적법성은 있으나 적합성 없는 KFI 기술기준
- 9월 행정소송 대란 오나?
▲ 가스계 소화설비 자료사진으로 본 내용과 무관합니다. | |
가스계 소화설비시장 갈등 폭주
소방제품은 화재예방 및 대응에 주요 목적성을 갖고 있으며 유사시 단 한 번 작동하는 기기인 만큼 무엇보다도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되고 보장받아야 한다.
최근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 시장이 기존 KFI 인정기준과 새롭게 고시된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 시행을 놓고 후끈 달아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떠오른 쟁점 사항으로는 KFI 인정기준에 따른 소화농도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와 성능시험 인정기준의 고시에 따른 불명확한 경과조치로 KFI 인정기준의 폐지시점에 대한 업체 간의 극명한 시각 차이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새롭게 제정ㆍ고시된 국제 수준의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가운데 A급 화재테스트로 목재와 중합체인 폴리머(PMMA, ABS, PP)를 시험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기존 KFI 인정기준에 따른 시험항목에는 목재만 시험하고 있어 폴리머에 대한 소화성능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0년 1월 6일 고시가 시행된 이후 KFI 인정기준 폐지 시점을 2011년 8월 31일까지로 제한하면서 법적 유권 해석을 업체 상황에 맞게 이용하고 있어 설계ㆍ시공ㆍ감리 등 관련 업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KFI 인정기준 폐지일인 8월 31일까지 앞으로 약 4개월 남은 시점에서 성능시험 승인을 받지 못했거나, 아직까지 눈치를 보며 묻어가려는 업체들이 9월 이후 어떤 모습으로 대응해 나올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뜨거운 감자가 된 KFI 인정기준
그동안 국내 가스 소화설비 시장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매우 혼탁한 양상을 보이며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시장의 성장과 발전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제품이라는 것을 전제했을 때 시장 공급에만 치중했을 뿐 제품의 안정성이나 신뢰성 등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소방용품의 특성상 제품 구매력이 높지 않고 제품생산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총체적인 저가시장 위주의 경쟁구도로 업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보다는 하향 평준화된 제도에 안주하려는 세태가 현재의 결과를 낳는 주요 요인이 됐다.
특히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의 안정성이나 신뢰성을 갖기에 불충분해 보인다는 것이 새롭게 고시된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 도입과 시행 과정에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가스계 소화설비의 성능에 관한 기준이 마련된 것은 지난 2000년 10월 9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전신인 한국소방검정공사가 KFI 인정기준으로 제정했다.
소방기술 기준에 관한 규칙과 청정 소화약제의 종류 및 소화설비의 기술기준 등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구성되었는지 확인하고 설비의 성능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고자 최소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기준 보다는 국내 시장의 현실에 맞게 제정된 것으로 시험 항목은 3개 항목에 불과해 현재 새롭게 제정된 가스계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가스계 소화설비의 성능에 관한 KFI 인정 기준을 제정하는데 참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적법한 기준이 없어 업체 간의 갈등이 촉발되면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었는데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조업체 기술수준에 맞춘 KFI 인정기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뒤 2003년에 한 번 개정되고 지난해 고시가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KFI 임의 인정기준은 존치되고 있으며 오는 8월 31일 폐지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1월 6일 새롭게 제정ㆍ고시된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은 UL, ISO, 등 글로벌 스텐다드 수준으로 상향조정해 KFI 임의 인정기준과는 초등학생과 대학생을 대비할 수 있을 만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능확인시험 항목만 해도 KFI 인정기준은 방출압력 확인, B급 소화테스트, 목재 소화테스트에 불과한데 비해 성능인정 시험 항목은 KFI 인정 시험항목 세 가지를 포함한 총 16개 시험항목으로 13개 항목이 추가됐다.
▲ 기존 KFI 인정품과 성능인정품의 성능확인 시험 | |
새롭게 제정된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은 소방검정기술기준에 정립되지 않은 조항과 치수를 대상으로 국제 규격과 기준을 도입해 품질 향상을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목적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관리부 정선미 차장은 “KFI 임의 인정기준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추진해오다가 새롭게 제정하는 방향으로 귀결되면서 성능시험 기술기준 고시로 갈아타게 됐다”고 그간의 추진사항을 설명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 시장은 국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우리만의 기술수준에 맞추어 신뢰성이 낮은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가 있다.
이러한 배경은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 보다는 시장공급을 우선하여 제도적 굴레에서 스스로 종속되기를 원하는 소방산업 구조와 업계 기술수준을 하향 중심으로 제도를 운용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성능시험 기술기준이 제정되기 앞서 2년 전부터 업계와 충분한 의견조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제대로 성능시험을 통과한 업체는 19개 관련사들 가운데 ㈜한창 이외에는 없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시험인증부 김재현 과장은 “현재 지멘스, 히어로 화이어 엔지니어링, 에스텍시스템, 윤성기연 4개 업체만 접수를 신청해 놓고 있으며 마스테코, 엔케이, 포트텍, 화인텍 등이 준비 중”이라고 전하면서 “8월 31일까지는 약 4개 업체 정도가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KFI 인정기준과 달리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확인 시험이 대폭 상향되었다는 점을 전제할 때 오는 8월 31일까지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몇 개 업체가 인정을 받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9월 행정소송 대란 오나?
고시 시행과 KFI 인정기준 폐지 시점을 놓고 업계 간의 시각 차이가 극명한 가운데 KFI 인정기준이 폐지되는 8월 31일을 기점으로 행정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들이 앞서고 있다.
업체 주관에 맞게 유권 해석을 하는가 하면 폐지 시점 이후에도 기존의 형식승인은 존속될 것이라 주장하거나 고시가 시행되면서 KFI 인정기준을 폐지했어야 한다는 주장들로 이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작년 11월 19일 19개 가스계 소화설비 관련 업체들에게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시험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보냈다.
내용에 따르면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 프로그램의 성능시험 기술기준이 고시됨에 따라 그간 운영하고 있는 가스계 소화설비에 대한 KFI 인정과 해당 인정기준을 폐지한다고 적시했다.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 프로그램의 성능시험기술기준에 의한 성능시험(제품승인)을 받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KFI 인정과 해당 KFI 인정기준을 폐지하는 경우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치 적용에 혼선이 생길 수 있어 유지하고 있다고 성능시험 신청을 독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업체 간의 갈등과 오해를 유발시키고 있다.
갈등과 오해의 요인은 고시 부칙에 제품시험의 경과조치를
‘이 기준 시행 당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성능인정을 받아 합격된 제품에 대하여는 이 기준에도 불구하고 제품시험에 합격된 것으로 본다’고 구체적이지 않고 불명확하게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구를 업체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존 형식승인이 8월 31일 이후에도 존치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또 KFI 인정기준 폐지일인 8월 31일 이전에 선투자를 통해 성능시험 인증을 받은 업체가 나오더라도 폐지일까지 KFI 인정기준이 존치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R&D 투자가 지극히 소극적인 업계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해 볼 때 선투자한 기업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고 애초 고시 제정의 목적성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관리부 임광규 부장은 “8월 31일 KFI 인정기준 폐지와 동시에 기존 형식승인도 함께 폐지되며 9월 1일부터 효력이 상실된 KFI 인정서를 소방관서에 제출한다면 허위문서가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8월 31일 이전 설계심사를 통해 건축허가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8월 31일 이후 용도변경 등으로 설계가 수정되었을 경우 KFI 인정품은 무효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단서 조항이 따른다. 8월 31일 이전까지 건축허가 동의를 받은 것에 대해 KFI 인정기준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 소방산업과 최기영 기술사무관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먼저, 소방방재청 소방산업과 최기영 기술사무관은 KFI 인정기준 폐지와 시행 시점에 대한 문제점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답변했다.
가스계 소화설비 성능시험 시행시점을 놓고 부칙조항의 유권해석 차이로 업계가 다소 혼란스러운 양상이어서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듣고자 한다.
-> 기술기준을 개정하면서 유예기간을 부칙에 명기하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명쾌하게 정리 못한 부분을 간과했다. 화재안전기준 설치기준에 따라 적용되고 이에 맞는 성능기술기준 또는 검정기술기준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혼란스러운 것은 검증과 인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용어정리가 필요하다.
검증과 인증의 차이가 무엇인가?
-> 예를 들면 검증은 자체시험을 얘기할 수도 있고 의뢰시험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여러 가지 방법을 검증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인증은 법에 의해서 이뤄지는데 KFI 민간인증이 법으로 들어와 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되는 인증을 받은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부칙의 경과조치 없이도 KFI 인증을 받은 것도 검증이라고 봤다. 그런 점에서 유예기간이나 부칙에 검증을 해석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본다.
복도통로유도등의 경우 고시가 오래 전에 마련되어 왔지만 제품을 생산하지 않다가 지난해 모기업이 생산하면서 소방방재청에 질의한 회신에는 제품이 생산되면 즉시 설치해야한다고 답변한 것과는 달리 다른 양상으로 비쳐진다.
-> 제품 생산형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부칙에 유예기간을 주는 것은 바로 생산될 수 있으면 유예기간이 필요가 없다. 유예기간에는 원칙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기술기준이라도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KFI 인정기준에 따른 시험항목에서 폴리머 시험이 없어 새로 제정된 고시에 따른 성능시험에 맞춰 시험을 해본 결과 HFC-23, 125 하론카본 계열이 중합체에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KFI 인정기준에 맞춘 소화농도에서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KFI 인정기준도 목재만 시험하도록 되어 있다 보니 실제 소화능력에 의문점이 들 수밖에 없다.
-> 가스계 소화설비를 적용하는 곳 대부분 구획된 곳이며 일반 사무실에 적용하기 보다는 전기실과 같은 기밀이 요구되는 곳에 설치된다. 또 기계류인 금속재질이 많으며 중합체는 일부만 차지한다.
그럼, 목재도 실용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고시를 제정하면서 뭘 더 고려해야 했냐면 설계 프로그램이다. 성능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우선시 했다.
KFI 인정기준의 폐지일 이전에 건축허가 동의를 받았더라도 설계심사를 받지 않고 8월 31일 폐지 이후에 설계심사를 받으려면 KFI 인정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제정된 성능시험 기준에 의해 받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 원칙적으로 본다면 8월 31일 폐지에 기존 KFI 인정기준은 폐지되면서 형식승인도 함께 정리된다. 따라서 8월 31일 이후에는 새롭게 제정된 고시에 맞게 설계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일선 관서의 재량에 따라 설계심사를 인정하는 것으로 안다. 새롭게 제정된 고시로 바뀌면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명확한 지침이 있는가?
-> 필요하다면 관련 사항들을 정리해 시도 예방담당자에게 공문을 하달하겠다.
실무 정책입안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고 본다. 소방하는 사람들은 법에서 강제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일단 투자를 기피하고 싶은 것이 우선이겠지만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 또한 공사의 품질개선을 위해서라도 감리하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요구해야할 부분이다.
다음은 익명을 요구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의 전언으로 이메일을 통해 시행시점과 관련한 내용을 명확하게 개인적 소견 형식으로 밝혔다.
가스계소화설비 관계인이 혼선을 겪는 부분에 대해 “구규격에 의한 설계프로그램을 언제까지 소방관서 등에서 인정을 해 줄 것인지?”로 판단됩니다만, 이것은 건축허가시점이 기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며 이와 유사한 대부분의 사례도 허가일을 기준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착공 신고일을 기준하는 경우, 구규격 에 의한 설치비용과 신규격에 의한 설치비용 차이 때문에 많은 혼선이 생기게 되고 설비시공현장의 상황에 따라 실제 신규격이 적용되는 시기가 6월내지 2년 이상까지 지연될 수 있어 기준의 도입취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구규격에 따라 인정받은 프로그램으로 설계하여 2010년 8월 31일 이전에 허가를 받고 2010년 8월 31일 이후 착공하는 경우, 구규격의 폐지로 프로그램의 인정효력 상실에 따른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2010년 8월 31일 이전에 설계심사(개별 설계도서 심사인증)를 받아 검증한 경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허가일을 기준하는 경우 허가받은 이후에 설계변경이 요구되는 때에는 신규격을 적용하거나 해당 설치현장이 신규격을 적용하기 곤란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구규격에 의한 설계변경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이 때, 구규격에 의한 설계인정은 설계자 또는 감리자 및 관할소방서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합니다).
한편, 개별 설계도서에 대해 설계심사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하여는 신규격 또는 구규격과 상관없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일 것이며, 설계자 또는 시공자 등에게 인정받은 설계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설계한 것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부과되는 것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설계프로그램 인정서는 제출된 프로그램의 적정성을 인정한 것이지 그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을 증빙하는 것이 아님).
적합성 보다는 적법성 우선하고 있어
KFI 인정기준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다양하다. 먼저 법적으로 적법성은 갖고 있지만 제품의 신뢰성을 따져볼 때 적합성이 떨어지는 기존 설치물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의 상황을 조명해봤을 때 소방방재청이나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생산업체, 설계시공감리업체 등 책임을 논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국가 기관에서 명시한대로 제조하고 생산해 설치했고 제품의 성능이나 신뢰성이 우선시되기 보다는 적법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KFI 인정기준에 의해 설계심사를 받아 건축허가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8월 31일 이후 설치되는 KFI 인정품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앞선다. 이미 관련 규정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형식승인서를 관서에 제출한다고 해도 허위문서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공사가 시행되면 처음 설계된 도면대로 백퍼센트 맞게 시공되는 사례는 없다. 공사가 시행되는 가운데 용도가 변경되거나 설계가 수정되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다만 관할 소방서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행정 절차상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제된 객관성 보다는 경험에 의한 개인적 주관이 앞설 수 있어 또 다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8월31일 이전에 승인을 받은 업체들은 KFI 인정기준이 폐지될 때까지 손가락만 빨고만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명확한 답변 보다는 업체가 필요에 의해서 받은 것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이어서 제도의 시행 단계부터 새로운 성능시험 인정기준을 도입한 목적과 의미가 무색해 보인다.
선투자하고 남들 보다 먼저 개발에 성공한 기업에게 선점 효과라는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시장정서를 놓고 비쳐봤을 때 향후 어느 기업이 제품 개선과 기술 개발에 열의를 보일 것인지 의구심을 낳는다.
화인텍의 박성수 팀장은 “8월 31일 KFI 인정기준 폐지로 자사가 보유한 5개 형식승인서가 없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판을 뒤엎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안정된 시장진입을 위해 고시 시행 이후 제일 먼저 소신 있게 시험을 신청하는 열의를 보였다.
박 팀장은 또 소화농도와 관련해 “할로겐 화합물의 경우 KFI 인정기준으로 폴리머를 끄지 못하기 때문에 소화농도가 많이 높아야 하며 안전율을 감안해도 어렵다”고 전하면서 “HFC-23의 불이 꺼지는 소화농도는 13%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스계 소화설비 시장의 경쟁이 심하다 보니 설계업체들이 설계를 하지 않아도 제조업체에서 설계해 넘기기 때문에 설계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저하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받을 때 사용하는 설계 프로그램과 실제 설치되는 설계 프로그램이 다르다는 것이다.
에스텍 이운용 팀장은 자사 브랜드인 애니파이어 신청을 마감하고 시험이 진행중이어서 늦어도 8월 이전에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KFI 인정기준 폐지와 적용시점에 대해 불소급의 원칙을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고시를 적용하게 되면 배관 거리가 짧아져 저장실을 추가로 설치되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고 전하면서 설계변경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들었다.
불 안꺼지는 KFI 가스계 소화설비
▲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에서 A급화재테스트의 폴리머(중합체) 시험 | |
KFI 인정기준으로 중합체인 폴리머에서 불이 꺼지지 않는 소화설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기존 KFI 인정기준에는 A급화재시험에 사용되는 재료로 목재만 있을 뿐 폴리머는 없었기 때문에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인데 간략하자면 적법성은 있어도 적합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치대상이 전기실인 경우 대부분의 재질이 금속류와 중합체인 폴리머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에 대한 취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급 화재시험에서 목재만 사용되어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무려 10여년간 이러한 기준에 맞추어 제품을 인정하고 현장에 설치해왔으며 관련 법령이 새롭게 제정ㆍ고시된지 1년 5개월이 된 지금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소방제품은 화재예방 및 대응에 주요 목적성을 갖고 있으며 유사시 단 한 번 작동하는 기기인 만큼 무엇보다도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되고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이 지난 현재 새롭게 제정된 고시에 따른 시험결과에서 대부분 가스계 소화설비들이 중합체인 폴리머 시험에서 충족하지 못했으며 소화농도를 높여야만 소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시험인증부 김재현 과장은 “과거에는 중합체 시험이 없었으나 새롭게 제정된 고시에는 A급 화재소화시험에 중합체를 시험하도록 되어 있다”고 전하면서 “예전처럼 방출압력 시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배관거리와 노즐의 최소압력 등으로 시험을 하다 보니 소화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 업체들이 이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팔았거나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팔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엘엔피 박지웅 대표이사는 “가스계 소화약제 및 소화설비 대부분 고가의 중요 자산을 방호하는데 사용되는 화재진압설비로 신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4월 국내 청정소화약제 및 소화설비에 대해 총체적으로 자료들을 비교 분석해 가스계 소화설비 종합평가표를 작성했다.
그가 작성한 종합평가표에서 해외공인기관이 인증하고 있는 가스계 소화설비의 소화농도 기준과 국내 기준을 비교해 볼 때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엘엔피 박지웅 대표이사가 작성한 가스계 소화설비 종합평가표의 내용 가운데 표를 수정 편집했으며 원문은 동일한 것임을 밝힙니다. | |
HFC-23과 HFC-125의 경우 해외공인기관이 인정해준 A급 화재 설계농도를 살펴보면 HFC-23을 생산하고 있는 KIDDE는 UL에서 18%의 설계농도로 승인기준을 삼았고 HFC-125를 생산하는 SHT는 UL에서 8%로 승인을 받았다.
반면 국내 KFI 인정기준을 받은 HFC-23과 HFC-125는 A급 화재 소화농도가 각각 10.33%(에스텍)와 5.4%(엔케이텍, 포트텍)~6.0%(린데코리아)로 여기에 안전율 1.2배를 적용한 실제 설계농도는 각각 12.39%와 6.50 ~7.2%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FC-23과 HFC-125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듀폰의 가이드라인에 최소의 소화농도에 대한 기준은 각각 12.6%(설계농도 15.12%), 6.7%(설계농도 8.04%)로 명시되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 국한된다.
이에 대해 듀폰의 이인배 차장은 “듀폰사가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며, KFI 인정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업체들이 인증을 받은 것”이라고 밝힌 반면 국내처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해외사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깐깐한 성능기술 기준
새롭게 제정된 고시에 따라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인증을 받고 있는 업체들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시험항목이 13개 추가되면서 과거처럼 대충 설계 프로그램을 맞춰 인증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 한국소방기술사회 이택구 가스계소방기술부문위원장(소방기술사ㆍ㈜유에스엘 대표이사) | |
한국소방기술사회 이택구 가스계소방기술부문위원장(소방기술사ㆍ㈜유에스엘 대표이사)는 가스계 소화설비의 신뢰성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단적으로 신뢰성에 대한 잣대를 설계 프로그램의 브랜드가 내수용인지 국제적으로 상용화된 것인지를 놓고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제조업체가 임의로 설계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느냐와 수정이 불가능 하는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한국소방안전협회에서 열린 CPD 교육에서 이택구 소방기술사는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 시행과 관련해 총체적으로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성능기술기준의 주요 내용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에는 설계 매뉴얼에 포함되어야할 내용을 일반적인 설계 가이드라인 이외에 유량계산원리, 배관비, 각 배관 규격별 최소 및 최대유량, 최소 및 최대 설계방출시간, 분사헤드 선정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KFI 인정기준과의 차이를 구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KFI 인정 설계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는 “기존의 KFI 인정 시스템의 소화농도로 현재의 성능인증 설계프로그램의 소화농도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A급 소화농도에서 그러하다”고 지적했었다.
일부 약제의 경우 목재의 소화농도 값보다 크고 전기실, 전산실 등의 화재는 중합재료가 연소물질이기 때문에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상향된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기대를 비쳤다.
과거에는 최대 배관 소화시험을 했으나 지금은 21℃에서 노즐의 최소설계압력, 제한된 방출시간 범위에서 시험을 하기 때문에 정밀성이 요구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KFI 인정 시스템은 3개의 정해진 시험실과 제조업체의 구성한 임의배관과 배열에 맞춰 설계 프로그램이 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현재의 성능기술기준 시스템은 유량시험을 할 때 제조자가 제시한 20개 모델 가운데 5개 이상을 시험관이 임의로 선정해 유량시험을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은 전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방출시간 측정과 관련해 분사헤드로부터 소화약제가 방출되기 시작해 방호구역의 가스계 소화약제 농도값이 최소 설계농도의 95%에 도달되는 시간을 KFI 인정기준에서 청정소화약제 소화설비는 10초 이내, 비활성기체 소화설비는 60초 이내에 방출하도록 규정해왔다.
하지만 새로 제정된 고시에서 10초 방출방식은 설계값 ±1초, 60초 방출방식은 ±10초를 두어 각각의 기준 값에서 오차범위가 크게 벗어나면 안되는 시험조건을 적용하고 있으며, 각 분사헤드로 정확한 시간에 균등하게 방출되어야만 한다.
과거처럼 소화약제가 멀리 나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는 것이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택구 소방기술사는 “기존 KFI 인정시험시 시험실의 조건은 노즐 1개~2개를 배치하여 1개실에 대한 방출량 측정을 했는데 비균등배관에 대한 분사 헤드별 방출량 측정을 않았고 현재의 성능인정품의 경우 3개 이상의 분사헤드에 대해 비균등 배관 방출량 시험을 거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방출은 신속하게 분산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가급적 균등배관방식에 가깝게 설계하는 것이 필수이지만 과거에는 도달과 종료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제조업체의 시스템은 전혀 균등배관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이며, 특히 할로겐화합물 시스템들은 균등배관을 해야 설계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운영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에서는 소화약제 방출시 각각의 분사헤드에 소화약제가 도달되는 시간의 최대편차를 1초 이내로 두고 있으며 이산화탄소와 불활성가스를 제외한 소화약제의 방출이 종료되는 시간의 최대편차를 2초 이내로 하고 있다.
또 분사헤드의 최소설계압력을 제시해야 되는데 약제가 방호공간의 대기에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혼합을 이룰 수 있는 압력값 중 최소갑을 의미하며 최소노즐설계압력 미만의 값이 계산되면 경고메시지와 계산오류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배관의 높이를 구하는 것도 인증시험의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먼저 배관의 높이를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곳의 편차를 두도록 했으며 프로그램 유량계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용기로부터 첫 번째 티분기 지점까지의 거리를 배관체적비로 수용해야만 된다.
이와 같이 정밀한 기술검증 과정을 통해 인정을 받기 때문에 무엇 보다 검사원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으로 시스템이 안착될 때까지는 보다 안정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제언이다.
㈜한창의 박희동 상무이사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 운용을 위해 상당한 기간 전문성을 키워온 것으로 안다”며 “시스템이 안착될 때까지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실무 담당자가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객관성을 가지고 임한다고 해도 합법 판정의 객관성을 유지하기에는 남다른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은 구 KFI 인정기준과 다르게 판가름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다.
㈜한창은 지난달 1일 업계 최초로 가스계 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에 합격해 인증을 받았다.
박희동 상무이사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인증을 받았지만 과거보다 기술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소화약제도 더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성능은 향상되었지만 필요 약제량 증가와 짧은 배관길이로 코스트가 상승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 위한 여건 조성되어야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프로그램 성능시험 기술기준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탄탄하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에 따른 파생될 문제점들에 대해 간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소방산업은 법과 제도에 종속되어 있다는 맹점을 갖고 있어 법의 잣대가 어느 기준에 맞추느냐에 따라 소방산업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산업의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국민안전 수준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소수의 인력만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설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과위주에 의해 법과 제도를 양산하면서 적법성을 갖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적합성이 결여되는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충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부재라는 일차적인 현안이 제기된다.
소방기술 전문가와 행정 전문가의 소통, 각 부서간의 소통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유기적인 조직운영이 가시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절된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책임 소재 또는 민원제기 등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시각이다.
우선적으로 화재안전기준의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용어부터 정리해 정책의 일원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사물이라도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각각 달라질 수 있고 제도의 용어가 누구나 알기 쉽게 명확해진다면 민원도 비례적으로 최소화될 수 있다.
아울러 국제 수준의 기술기준 제정으로 관련 업체들의 기술력을 상향시켰다고 자축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가 성장ㆍ발전한 만큼 시장에서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산업 정책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가 해외시장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설치되는 소방시설용품들 대부분 외산제품을 적용하는 것이 현재의 풍토이다.
따라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해 해외공인기관이나 보험사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술원에서 KFI 성능인증을 받더라도 해외공인기관에서 동일하게 인정받은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