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일 : 2024.10.03(목) 담당 : 서정환 보좌관
주한 러 대사, “한·러 관계 어렵지만,
스몰스텝으로 현상유지 해야”
-국회의원 연구단체 <외평포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 대사 초청 간담회
-지노비예프 대사, ‘서방이 우크라이나 이용해 동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측 입장 피력
“한·러 관계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2일(수)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Diplomat’s lounge’에서 현재 한·러 관계와 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외평포럼>의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한 지노비예프 대사는, 외평포럼 회원 의원들과 (사)외교광장 회원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러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관한 의견과 지속 가능한 한·러 관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전략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한국이 타 국가들처럼 대러제재를 시작하고, 러시아도 한국을 포함해 대러시아 제재에 가입한 국가를 비우호국으로 분류하면서 양국의 교역량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양국 관계의 기반은 파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또 “한국 정부가 한·러 지방협력포럼과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와 같은 소통 채널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으나, 양국 지방정부 간 직접 소통과 의회간 대화가 유지된다면 향후 새로운 협력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큰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양국 간 직항노선 복구 등 ‘small step’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주는 무기와 기술, 군사 위성정보로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며 “이것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와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방 매체는 이번 전쟁을 ‘무서운 곰과 귀여운 개의 싸움’으로 비유하지만, 사실은 잠자던 곰과 그 동굴을 침범한 개, 그리고 동굴 밖에서 사냥꾼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는 비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2014년 불거진 반헌법적 쿠데타의 배후에 미국이 있고, 서방 지원을 등에 업고 집권한 네오나치 세력이 러시아어 사용금지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을 억압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돈바스 지역 등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인들이 이에 저항하고, 네오나치 집권 세력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전이 발생했다”며, "군부대를 이 지역으로 파견하여 결국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어린이 145명을 포함, 2,500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희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2022년 서방이 상호 안보 보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자는 러시아 제안을 거절하고,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민스크협정 이행 의무를 저버려 러시아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유혈사태를 끝내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편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이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과제로 삼아 개입해 러-우 평화협의를 차단하고 위기 악화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전망을 평가하며, “젤렌스키가 추진하는 평화 공식이 사실상 러시아의 항복만을 요구하는 구상이고 현재 전황은 러시아에 매우 유리하므로, 러시아가 요구하는 3대 조건(러시아와 통합을 선택한 4개 지역의 해방, 우크라이나의 나토 비가입,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인 인권 보호)이 모두 확보돼야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완전 파괴, 나토 국가 침략, 핵무기 사용 등을 목표로 한다는 소문은 거짓말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선한 <외평포럼> 대표 김준형 국회의원은 “전쟁은 색깔로 치면 흑백이고 숫자로 치면 100:0의 기술이지만, 외교는 51:49의 협상 무대이자 회색의 타협 무대인데,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평화를 불러오길 바란다”며, “한·러 관계도 스몰스텝을 유지하며 현실적인 것을 찾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