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동우회 이정웅 이사께서 '이상희 전 시장과 두류수영장 배롱나무' 라는 제목으로 2023. 10. 25 유림신문 164호에 실린 기사를 옮겨 실었습니다. 1984년 당시 합천댐 조성 시 수몰 위기에 있던 400년 생 배롱나무를 옮겨와 이곳 두류수영장 내 식재된 내용인데 상당수 회원들은 아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유익한 나무이야기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신 이정웅 이사에게 카페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글 옮긴이 : 동우회 카페영상클럽 이태희 2015년 경 및 최근 사진 촬영(2023. 7. 27) : 이태희 ....................................................................................................................
이상희 전 시장과 두류수영장 배롱나무 유림신문 164호(2023. 10. 25) 이정웅 대구행정동우회 이사, 칠곡향교 장의
대구가 숲의 도시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역대 시장들의 노력도 조금씩 축적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대구를 "세계적인 숲의 도시'로 조성 하고자 한 문희갑 시장의 열정의 산물이고, 그 밑바탕에는 이상희 전 시장(장관 등 다양한 분야의 수장으로 활동했지만, 필자에게는 시장이 더 친숙하다)이 뿌린 씨앗이 자라 상승작용(相乘乘用)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특히, 두류공원은 두 시장의 흔적(痕迹)이 어느 곳보다 잘 남아있는 곳이다. 예술회관을 비롯한 남쪽은 이 시장이, 야외음악당과 관광정보센터가 있는 북쪽은 문 시장에 의해 개발됨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공원 내 유일한 진수공간(親水空間)인 성당못만 해도 그렇다. 다른 여느 시장들 같으면 메워 아파트나 상가부지로 팔았을 것이다. 즉 감삼못은 광장아파트, 판교지는 수성구청을 지은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주변에 나무를 심고 정자를 지어 아름답게 꾸몄을 뿐 아니라,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낙동강에서 직접 물을 끌어 쓰도록 했다.
30여 년 전 일이다. 그 후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한 것을 보면 뒷날 일어 날 도시 행정의 패러다임을 예측(?) 라도 한 것 같아 혜안(慧眼)에 머리가 숙어진다. 만약 아파트나 건설사업으로 발생하는 토사로 못을 메우고 택지를 만들어 팔았다면 대구시의 재정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리석음을 진행하지 않았다. 대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 시장은 대구수목원을 조성할 때도 유실수원 등을 만들 것을 조언해 주었고 동대구로 히말라야시다 가로수 전정(剪定)도 지나치게 짧게 하지 말고 미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보기 좋게 하라고 당부하셨다. 심지어 대구사람들의 무뚝뚝하고 굳은 표정과 거친(?) 심성을 나무를 통해 바꾸어보려고 수종 선택에도 세심한 배려를 했다. 꽃이 피는 나무와 겨울의 삭막함을 덜기 위해 난대지역의 가시나무 등 늘 푸른 상록수를 많이 심었다.
두류수영장 안쪽 선수 숙소(현재는 헐어서 조경지로 꾸몄음) 앞에는 400여 년 된 배롱나무가 있다. 원래 합천댐 수몰지구 안에 있었던 것으로 담수(湛水) 시 수장(水葬) 될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합천댐 건설 현장은 깊고 외진 오지로 오늘날과 달리 큰 차가 접근 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따라서 곧 물속에 잠길 처지에 놓였다. 이 이야기를 실무자들이 보고하자 이 시장은 미군 제19지원단의 헬기를 지원받아 건설이 거의 완료되었으나 개통을 하지 않고 있던 고속도로까지는 헬기로 운반하고, 그곳에서 대구까지는 육로를 통해 가져오려고 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계획을 경남지역의 한 언론사가 알아차렸다. 기자는 수몰지구를 관할하고 있는 경남도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관할 지역이 다른 대구시가 귀한 나무를 가져가는데 대해 경남도지사의 무성의를 크게 비난하는 보도를 했다. 급기야 경남도지사가 경찰을 동원해 대구로 오는 길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타협 끝에 2그루 중 1그루는 경상남도로 돌려주고 1그루는 가져와 심은 것이다.
이런 경위의 대강을 적은 표석이 나무 아래 있다. 그러나 수영연맹회장 유경호, 부회장, 박달식, 우진용의 이름은 각석되어 있어도 이 시장 이름은 없다. 공을 드러내지 않는 이 시장의 겸손을 이 표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수영장에 옮겨 심어 수몰 위기로부터 되살아난 배롱나무는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려는듯 해마다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배롱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7월 초 꽃이 귀할 때 피워 조경 가치가 더 크다. 경북에서는 안동의 병산서원, 대구의 하목성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많다.
현직에 몸담고 있을 때 현장을 찾았더니 주변에 있는 큰 나무들의 그늘로 사람에 지장을 받고 있어 두류수영장 관리책임자에게 개선할 것을 부탁하고 옆에 있던 다른 한 그루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옮겼다. 최근 현장을 찾으니 수영선수 숙소와 울타리를 헐어 수영장 밖에서 볼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해 접근하기는 쉬우나 나무가 종전 같지 않고 쇠약하다. 이 시장은 전공이 법학이고 행정 관료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우리 꽃 문화답사기>, <매화> 등 원예학(학學)에 대한 명저도 남겼다.
유림신문 164호(202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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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표석문
여기에 심은 이 나무는 본디 경남 합천군 봉산면 지포리 3구 골마 마을 뒷산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이름을 배롱나무인데 속칭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옮겨 심을 때는 나무의 높이가 6m, 폭은 14m였고 나이는 400년쯤 되었다고 한다.
1984년 합천댐 공사가 착공됨으로 해서 이 나무가 수몰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상희 대구직할시장은 이 아까운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앞장을 서게 되었다. 당시의 미 제19지원단 사령관이었던 프래드• E • 일림 장군으로부터 헬리콥터를 지원받아 88올림픽고속도로까지 공중수송하고, 다시 트럭으로 대구시까지 싣고 와서 대구직할시 수영연맹회장단의 후원으로 1984년 6월 8일 여기 두류공원에 옮겨 심는데 성공했다.
하마터면 합천댐의 깊은 물속에 영영 잠겨 버렸을 뻔 했던 이 나무가 숱한 사람의 정성어린 손길에 힘입어 지금 여기에서 푸른 대구를 자랑하며 힘차게 자라고 있다. 비록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왔지만 철따라 꽃을 피워 고향 잃은 사람들에게 옛 고향의 자연과 꽃소식을 말없이 전해줄 것이다. 앞으로 이 백일홍은 대구시민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푸른 대구와 함께 영원히 꽃필 것이다.
글쓴이 : 시인 정재호 세운이 : 수영연맹회장 유경호 수영연맹부회장 박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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