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어른들도 사랑하는 무등터전.
2013년 처음 공간을 소개 받고 몇 명의 학부모와 찾았을 때는 계절도 나뭇잎을 떨구는 때였고 지금 강당으로 쓰는 공간은 오랫동안 비워져 있고 유리창도 금이 가 있어서 왠지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다. 같이 간 분들은 넓고 나무들이 함께해서 맘에 든다고 했지만 사람의 온기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 내게는 그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공간을 알아보며 일곡동에 있는 교회의 꼭대기 빈 공간을 임대하자 혹은 수북면 오정리에 땅을 사서 컨테이너를 놓자는 의견 등이 있었다. 하지만 2,500평의 넓은 터, 오랜 세월 자라온 나무들, 본관동이야 좁긴 하지만 일단 보증금 4,000만원과 월세 10만원의 저렴한 세 덕분에 학교터전으로 당첨. 무등 입학은 하지 않았지만 입학을 고려하고 있었던 당시 푸른별 7세 아이의 삼촌의 친구 분의 아버님의 별장이었다는 인연으로 이 공간을 만나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공간을 얻기 위해 그 친구 분이 운영하는 광주 시내 대인동에 있는 의원을 절실한 마음으로 방문했던 때가 생각난다(이때 당시 2학년 입학예정 이시우엄마랑 동행했었던 걸로 기억한다.).이 공간을 잘 수리하고 관리하며 쓸 테니 이사 걱정 없이 오래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계약서에 그 내용을 반영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걱정 말라고 , 파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도 좋다고 하셨다.^^ 거의 무상에 가까운 계약 조건으로 임대하면서 더는 고집할 수 없어 그 말 꼭 지켜달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주인이 바뀌고 월세가 남미 어느 나라의 인플레이션급으로 치솟았고 덕분에 영구터전에 대한 의지를 세우는 하나의 동기가 되기도 했다.
처음 학교의 모양을 만들 때 지금 6학년들이 쓰는 교실이 본래 창고여서 난방이 안 되어 있어 보일러관을 깔고 현재 부엌 옆 창고로 쓰이는 공간을 교실로 만들기 위해 방2개로 되어 있던 것을 트는 공사를 했다(그런 이유로 그 곳은 문이 2곳에 있다.). 아이들에게 해로울까 싶어 몇 몇이 돌아가며 보일러를 틀고 환기를 시키느라 당번을 서고 각 공간들을 어설픈 솜씨로 해면스펀지로 찍어가며 라주어 페인팅도 하고 새로운 학교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다들 열심을 내었다. (강당의 라주어 페인팅이 남아있는데 많이 어설프진 않아 보인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강사선생님이 쓰는 작은 공간이 4학년 교실로 쓰였다. 정확하지 않지만 5명 정도 되었으니^^ 매우 친밀하게 지내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 6학년 교실이 13명의 1학년이 쓰는 공간, 맨 처음 개학 시에 2,3학년 5명이 합반으로 현 부엌 옆 창고가 교실로 쓰이면서 본관동과 부설동 안에서 복닥거리고 있었다. 라주어도 하고 이곳저곳 손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꾸 드나들자 아이들이 머물만한 공간이 되어갔다. 2학년 이시우엄마가 친정에 있던 피아노도 갖다놓고 폐업하던 유성아빠의 한의원에서 이런 저런 필요한 물품들을 골라 갖다놓았다. 유성아빠에겐 가슴 아픈 기억이겠지만 대기실 의자는 아직도 부엌 냉장고 옆에서 자리를 잘 잡아 버티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학부모들이 많은 것들을 보태가며 공간을 채워갔다. 그리고 그 당시에 학부모들은 아직 재능이 미개발된 상태로 이 학교에 들어왔기에 교실에 필요한 가구와 책상들은 용일이네라는 목공방에서 일괄로 맞춰서 들였는데 다음해 도현이가 입학하고 난 후 용일이네와의 거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14년 3월 무등의 첫 입학식이 옹삭시런 공간에서 이루어졌지만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이들에겐 큰 꿈이 함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해 2월 10일에 21년도 신입생을 낳느라 그 입학식을 함께 하지 못했다.
부엌 옆 창고 라주어 페인팅 전 밑칠하기
외벽색 선택을 누가했더라..
현재 6학년 교실의 과거
교사실 옆 화장실과 보일러실 공사
부엌 옆 방 2개의 방을 하나로 만드는 공사
첫댓글 냉장고 옆 의자에 그런 사연이^^ 새 학사로 이사가더라도 챙겨가요. 1편인거보니 2.3…..10편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ㅎㅎ 난 태경이 키우느라 다음 변천사는 민혁아빠와 도현아빠를 비롯한 여러 아빠들이 더 잘 아실 듯..
이사를 간다고하니 다들 기분이 그런가봐요
지금터전의 시작부터 지켜봐온 유성이네는 더욱 그럴듯ᆢ
2편 3편 기다릴게요~
ㅇㅇ 기분이 진짜 그래요.. 무엇보다 감사의 마음이 젤 크다는..
어느 것 하나 그냥 만들어지는 건 없다는데.. 누가 보면 무모해 보였을지도 모르는 선배 부모님들의 이 '맨 땅에 해딩' 으로, 이제는 누구도 떠나고싶지 않은 아름다운 터가 되어 있네요. 새 터전이 오롯이 마련되면 우리 고마웠던 이 터전에 뜨거운 안녕- 을 하기로 해요.
놀라운 무등의 비포~~
언제나 감사한마음이였지만,,, 날것의 무등의 터를 보니,,, 선배님들에게 더욱 감사해집니다 ㅠㅠ
이렇게 공유해주시니 너무 좋아요, 누군가의 시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무등이 있을수 있는거지요^^
후편도 기다리고있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