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99. 또 인터넷.
마크와 크리스가 우리 집에 와서 인터넷을 고쳐주고 간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그 때 비교적 큰 돈을 썼지만 그 덕택에 그동안 우리는 원활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일이 생겼다. 오후 세 시경, 인터넷으로 뭔가를 검색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정지되어 버린다.
화면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니까 웹페이지를 연결할 수 없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070 전화를 보니 NO signal이다. 인터넷이 안 되면 전화도 안 된다.
그 때마다 내가 겪게 되는 트라우마가 있다. 심리적인 공포가 엄습해 온다.
적막하고 막막하고 갑자기 이 세상에서 내가 혼자 고립되어 버린 느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진 것처럼 머릿 속이 진공상태가 된다. 안절 부절... 이건 여기서 생긴 또 하나의 병적 현상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이렇게 되었나? 혹시 내일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부질없이 가져보기도 한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전화 상태가 연결로 되어 있다. 너무나 반가워 컴퓨터를 켜니 인터넷이 된다. 고맙다. 행복해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5분 쯤 지났을까? 다시 안 된다. 전화기도 마찬가지다. 이후 줄곳 불통이다. 전화기를 들고 연결을 시도해 보지만 될 리가 없다.
답답하고 짜증스럽고 이제 다시 불행해 진다. Smart 회사에 전화를 해 봤자 어느 천년에 사람을 보내 줄지 믿을 수 없다.
'아차,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라고 마크가 번호를 주었지.'
뜻밖에도 마크는 내일 일찍 올 수 있다고 쾌히 대답한다. 물론 개인적인 홈 서비스라는 말도 덧붙인다. 업무 외의 개인적 알바라는 의미이다.
크리스와 마크는 언제나 짝꿍인 것 같다. 크리스는 컴퓨터 앞에 앉고 마크는 그 때처럼 지붕으로 올라간다.
이 번에는 우리 컴퓨터 공유기에 연결된 흰색 선이 낡았다며 자기가 가져온 새 것과 교체하라고 한다. 600페소이다.
품삯은 물론 따로 계산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한참인데 여전히 메리크리스마스를 들먹이며 돈을 더 달라고 한다.
돈을 썼거나 어찌했거나 너무 잘 되는 인터넷과 전화 때문에 나는 또 다시 행복해진다.
옆 집 정 사장이 찾아와서 기왕 온 김에 그 집 인터넷도 봐 달라고 한다.
그들이 컴퓨터를 고치는 동안 정 사장이 나에게 자신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다. 얼마 전 마크가 보낸 문자이다.
"인터넷이 잘 되나요? 문제가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정사장의 답신이다. " 문제가 있다. 얼마를 주면 되겠나?" "1500페소." "너무 비싸군. 다음에..."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문자를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든다. 마크가 이런 문자를 스스로 보낸 걸 보면 이상하다.
회사에서 원격으로 뭔가 조작하여 작은 문제를 만들어 놓고 와서 고치는 건 아닌가 싶다며 정사장이 의구심을 갖는다.
그 문자가 왔을 때 그 집은 이미 인터넷이 안 되는 상태인데 마크가 어찌 알고? 정 사장도 그 때마다 줄을 갈거나 부품을 갈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설마 그럴까? 정말 믿고 싶진 않다. 그렇더라도 나는 현재로선 속수무책이다.
큰 돈을 주고서라도 고쳐서 우선은 써야 내가 살 수가 있으니까.
어찌됐든 인터넷과 전화가 되니 나는 비로서 사람들 사이에 산다.
첫댓글 그렇죠
모르니 속이면 당할 수도 있죠.
그 얄팍한 기술을 가지고
속임수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전번에 칭찬의 나라였는데
이번엔 저급국가태도가 여실하게 보이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