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신문] 960호, 2020년 3월 14일 토요일
감사성찬례 잘 드리고 중보기도 열심히 하던 중, 대구 신천지에서 집단 감염자가 나오면서 대구 전체가 긴급 상황에 처하고, 교회 또한 주일 전례를 거행해야 할지 말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뉴스를 살피고 다른 종교단체의 대응을 살피면서 신자회장님과 관할 천제욱 신부님, 주교님과 밤늦도록 상의했습니다. 주교님이 주일 감사성찬례 중단을 관면했습니다. 서대구교회는 먼저 2주간 전례를 중단하고, 성당과 부설 카페 이용도 잡정 중지시켰습니다.
교회로서는 크게 아쉬운 일입니다. 교우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수요 감사성찬례가 부활하고 저녁 성무일과가 안정되기 시작하던 참이있으니까요. 새로 문 연 카페는 주민들과 교무들에게 큰 사랑 속에, 소모임도 많아지고 있었고, 청년들과 교우들의 성경 및 신학 공부도 활발해지기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전부터 교회는 혼자 사는 할머니들을 위해 야채 나눔을 해왔습니다. 교우들과 야채 배달을 마지막으로 하던 날, 할머니들께 당분간 못 볼 수도 있으니 몸조심 하시라고 당부드렸습니다. 교우들에게도 당분간 교회 출입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봉사자 교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새로 출근하기로 한 장애인단체에 확진자가 출입했고 본인도 그날 그곳에 잠시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 후 질병관리본부에서 그 교우에게 연락이 왔는데, 확진자와는 역학 관계가 전혀 없다면서 일상 활동을 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이제 나의 문제이자 교회의 문제가 된 순간입니다.
대구 신전지와 서울 *목사에 대한 비판이 TV와 인터넷에 흘러넘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교회의 예배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교회는 세상에 큰 죄인이 되고, 모든 선한 활동마저 제약을 받기 시작했고, 목회자와 신자들의 신앙과 활동이 모두 위축돼 버렸습니다. 그나마 교회와 사회단체가 감당해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든 활동 또한 중지됐습니다. 노인들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고, 장애인을 돕는 봉사자들 활동이 멈추고, 노숙인 돌봄서비스가 사라졌습니다. 이주노동자들 일자리가 제일 먼저 사라졌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봉사가 끊어졌습니다. 공무원들은 코로나 대응 하기도 역부족이고, 봉사자들 또한 안전 때문에 활동이 멈추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사람들은 다 안에 꽁꽁 묶여 있습니다.
저 또한 목회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합니다. 교우들과 함께할 코로나19 기도문을 여러 신부님들과 의논해서 만들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협력해서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나서야겠구나, 성공회가 작은 걸음을 먼저 내딛는 게 좋겠다 싶어, 관할신부님과 교무국장님과 주교님께 상의드렸더니, 교무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긴급 구호 자금이 왔습니다. 그 씨앗 자금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대구경북 목회자 모임에서도 본격적으로 소외계층 지원 활동에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대구경북기독인연대가 꾸려져서 저와 목사님들이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함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 중이고, 쪽방 방역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생필품을 모아 이주민, 독거노인, 장애인들에게 긴급 구호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안전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은 지속됩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여전히 출근을 하고, 많은 상인들이 야채와 생선을 팔고 있고, 동네의 작은 슈퍼와 미용실도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 또한 서로의 안전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우리들의 삶속에 늘 친교로서 계속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을 위해 묵묵히 기도하고, 봉사하는 이들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고, 좋은 말씀과 새로운 예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는 세상에 대한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향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있기 전까지 교회는 조금씩 조금씩 더 추락할 듯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성공회는 작지만 건강하고 정직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순수한 신앙 선배들의 역사가 존재합니다. 성서와 이성과 전통을 핵심으로 여기는 성공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충실하고, 세상의 사람에 응답하며, 역사의 전례를 빛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는 성공회의 목회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
- 생필품 : 대구 서구 통학로 2길 8, 성공회 서대구교회 애은성당 카페 에버그린
(마스크, 손소독제, 쌀, 공기밥, 라면, 김, 캔음식 등 생필품)
- 후원금 : 신한은행 100-013-334223, 대한성공회유지재단
- 문의 : 박용성 부제 010-3763-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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