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14) 유비(劉備)의 혼인(婚姻)을 제안(提案)한 주유의 계략(計略)
주유는 형주에서 노숙이 가져온, 유비의 친필 서한을 읽어보고 말한다.
"자경, 제 정신이오? 서천을 취하면 형주를 돌려준다니, 어느 세월에 그걸 기다리겠소. 십년 동안 못 취한다면 돌려 받지 못한 다는 것인데, 이런 문서가 무슨 소용이오?"
"그건 필요한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그동안 유비는 입만 열면 형주가 조정 것이며 유기 것이라고 했소. 이제 자기 입으로 형주는 우리 것이며 빌린 것이라고 인정했소. 이게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요."
"물론 쉽진 않았겠지,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유도 노숙의 공로를 결코 평가절하 하지는 않았다.
주유가 화제를 돌리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자경과 술 한잔 나눈지도 꽤 오래 되었소. 오늘은 같이 실컷 마셔봅시다. 어떻소?"
"좋소!"
노숙은 모처럼 살가운 말을 건네오는 주유의 제의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밤이 늦도록 지난 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며 술을 마셨다.
다음날, 늦은 잠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바둑을 두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병사 하나가 달려들어와 보고한다.
"대도독, 형주에 조기(弔旗)가 걸려있어 알아보니 유비의 부인이 죽었다고 합니다."
"응?... 유비의 부인이? ..."
노숙은 돌을 든 손을 멈추고 주유를 바라보더니 이내,
"알았다. 물러가라."
하고, 병사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주유를 바라보니 주유는 뭔가 골똘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공근, 왜 그러시오?"
"계책이 생각났소. 유비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형주를 되찾아 올 수 있는...."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노숙이 눈이 커지며 물었다.
"으응? 어서 말해 보시오."
"부인이 죽었다면 후처를 들일 것이오, 주공의 여동생이 혼기가 찾으니, 주공께 간언해서 유비를 데릴 사위로 삼고, 그가 동오에 왔을 때 격리시켜, 형주와 맞바꾸는 것이오."
노숙이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이며 말한다.
"그건 타당치 않소."
"왜, 유비가 거절할까 봐? 흐흐흐... 아니오, 오히려 유비가 더 간절히 원할 거요."
"문제는 유비가 아니오."
"그럼, 누구요?"
"태부인...유비가 아가씨와는 서른 살 차이가 나는데, 태부인이 윤허하실 리가 있겠소?"
"그건 기우(杞憂)요. 이 문제는 태부인께 알릴 필요도 없소. 혼인을 빙자하여 유비를 유인하려는 거지."
노숙이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한다.
그러더니,
"그럼, 주공께는 어찌 설명하실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유도 한참을 말없이 생각하더니,
"내가 주공께 상소문을 올리리다."
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노숙은 곧바로 유비의 친서와 주유의 상소문을 들고, 시상으로 돌아왔다.
손권은 상소문을 수차례 읽어 보고 노숙에게 난감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손유 동맹이 혼인으로 맺어진다면 그 보다 좋을 수가 없겠소. 그렇지만 유비는 벌써 쉰이 넘은 나이가 아니오? 내겐 누이 동생이라곤 하나 뿐이고, 어머니께서도 애지중지 하시는데, 어머니께는 어찌 설명한단 말이오?"
"주공,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태부인께서 윤허하지 않으시겠죠. 공근 생각에는 태부인께 말씀드릴 필요는 없고, 다만, 이를 미끼로 유비를 유인해 형주를 되찾자는 겁니다."
"공근이 생각이 그렇다면, 자경은 이걸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시오?"
"해 볼만 합니다."
"무력 충돌은 없겠소?"
"유비가 함정에 빠지면 인질이 되니, 유비만 있다면 관우, 장비, 조자룡은 물론이고, 공명까지도 두려워 감히 도발을 못할 겁니다."
"음!...."
손권은 입 속으로 생각을 감추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며칠 후, 유비는 미 부인에 이어 감 부인을 잃고 외로이 지내는 중에 이날도 공명과 더불어 한담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문득 동오에서 사신이 왔다고 알린다.
"동오에서 사신이?... 사신이 무슨 일로 왔을고?..."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비 곁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보아하니, 사자는 형주 문제로 온 것 같습니다."
"설마, 오후가 거절하는 것은 아니겠죠?"
"허! 모르지요..아, 이렇게 하십시오. 사자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분쟁이 일기 전에 승낙부터 하십시오. 그리고 사자를 객관에 쉬라고 보내시면, 제가 처리하지요."
의논이 끝나자, 공명은 문밖으로 나가 숨고, 유비는 동오의 사신 여범(呂範)을 불러들였다.
유비가 차를 한잔 대접하며, 궁금한 어조로 물었다.
"여 선생, 오후께서 형주 문제에 관해 무슨 말씀이 있으셨소?"
그러자 여범이 지극히 공손한 표정과 어조로 입을 열어 말한다.
"아뢰옵니다. 형주 문제는 이미 윤허하셨습니다. 황숙께서 서천을 취하시면 형주를 꼭 돌려주시되, 더 이상 식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아!... 오후께 감사드리오."
유비는 비로서 안심하며 동쪽을 향하여 예를 표해 보였다. 여범은 유비의 예가 끝나자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로 유비에게 말한다.
"헌데, 제가 온 것은 다른 문제 때문입니다."
"말씀하시오."
"황숙께서 얼마전 상처를 하셨다고 하기에, 마침 좋은 혼처가 있어 중매를 주선하려고 이렇게 왔는데, 어찌 생각하시는 지요?..."
유비가 겸언 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나는 주거가 부정한 떠돌이 신세요, 망처(亡妻)도 고생만 하다가 불행히 떠났는데, 또 누구를 고생시키려고 혼인을 하겠소."
"아내가 없다는 것은 집안에 대들보가 없는 셈이니, 황숙같은 당대의 영웅이 어찌 인륜을 저버리려 하십니까? 오후의 누이 동생은 어질고 아름다운 현모 양처 감입니다. 양가가 혼약을 맺을 수 있다면, 감히 조조도 남쪽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으, 윽! ...크,윽 ~! 큭,큭! ..."
차를 한 입 입에 물다 말고 이런 소리를 듣게 된 유비는 들 숨에 찻물이 들어가서 사래를 일으켰다.
"어휴!... 차가 뜨겁군요." (아이구 깜짝이야!...)
유비는 이렇게 당황한 모습을 감추며 말했지만, 문 밖에서 듣고 있던 공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 선생, 그 말씀은 정말 의외군요. 아...내 나이가 이미 쉰이 넘었고, 머리가 반백인데..오후의 누이 동생은 묘령에다 <쮸쮸 빵빵>일 텐데...어찌 이 몸과 어울리겠소?"
"오후의 누이께서는 여자이기는 하나, 기개만은 사내입니다. 평소에도 천하 영웅이 아니고서는 출가는 않는다고 하셨죠. 지금, 황숙께서는 명망도 높으시고, <숙녀는 군자의 짝>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찌 나이에 고하가 문제겠습니까?"
"여 선생, 헌데, 이번 혼사건은 오후의 의지인 가요?"
"그렇습니다. 오후의 이 결정은 황숙과 연합해 조조에 대항하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한 마디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지요."
"네, 그렇군요."
유비는 <아이 좋아라> 즉각 대답한다. 그리고 이어서,
"알았소, 알았소, 오후께 감사할 뿐이오. 그러면 선생께선 객관에 가셔서 좀 쉬시구려. 내일, 대답을 드리도록 하겠소, 어떻소?"
하고, 말하면서,
"손건, 어서 선생을 모시게!"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손건이 들어오자 여범이 듣지 못하게 별도로 당부한다.
"선생을 <최>극상으로 대접해 드리라구, 알았지?"
하고, 말해 놓고 돌아서며, <싱글벙글> 입이 찢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