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용 회장의 개인사와 알 대장의 갑작스런 산행 사고 때문에 5월의 호암산 ~ 삼성산 산행은 부득이 아톰 형이 주도하는 비대위 체제로 진행됐다. 아톰 비대위원장, 산바람, 아브물, 꿈푸리, 뜬구름 등 다섯이 이번 산행에 참여했지만, 누구도 호암산~삼성산 구간을 등산한 적이 없어서 알 대장이 누군가의 산행 블로그 글을 그대로 따라 가기로 했다.
5월 18일 10시 반 석수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전에 먼저 도착한 산바람 '행님'을 필두로 호암산 산행을 시작했다. 1번 출구 파리바케트에서 보이는 길로 예상보다 많은 중장년층의 등산객 무리들이 같은 길로 올라가고 있길래 어떤 산이길래 등산객이 많은 걸까 살짝 궁금해졌다.
호암산 숲길 공원의 등산 안내도에는 삼성산에서 관악산으로 연결되며, 살짝 우회하는 둘레길도 있고, 삼성산 내려오는 길에 삼막사와 경인교대가 표시돼 있었다. 2000년 초반 퇴근 길에 제2경인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서울로 가는 길에 서부간선도로 막히면 삼막사 표지판을 보며 서울대 근처로 빠져 다니던 기억이 가물하다. 당시 표지판으로만 접했던 삼막사를 오늘 직접 볼 수 있다니 약간의 설레임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호암산 입구부터 심하지 않은 오르막길이 지속된다. 햇볕이 따가워 무더울 거라 예상했지만 다행히 전체적으로 수풀이 우거진 산이라 오히려 약간의 쾌적함을 느낀다.
30여분 가파른 길을 오르니 국가유산청이 발굴 중인 호암산성 터가 보인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축조한 산성이며, 북한산성, 남한산성, 하남 이성산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발굴 중인 산성터를 지나 조금 높은 곳에서 산성터를 아래로 내려다보니 수풀에 우거진 명당임을 알 수 있다.
호암산성터를 지나 호암사 방향 이정표가 나온다. 호암사 가는 길과 삼성산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뒤처진 아브물 형을 제외하고 앞선 네 명 중 누구도 호암사 가는 길을 통해 호암산 정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네 명은 부지불식 간에 호암산을 패스하고 삼성산으로 향하고 말았다.
삼성산 이정표를 지나쳐 10여분 뒤인 12시 20분경, 한적한 숲길에서 각자 가져온 김밥, 맥주, 과일로 점심식사를 하다 뒤늦게 합류한 아브물 형의 지적을 받고서야 호암산 가는 길을 놓쳤음을 깨달았다. 회장과 대장이 빠진 산행의 한계를 절감했다.
삼성산 가는길 능선 중간중간에 시흥, 광명, 금천 지역의 풍광을 구경한다. 도심을 거느린 산이라 아파트와 상업용 빌딩이 즐비하다.
옛적 명산을 찾아 절경을 읆어대던 시인들이 회색 콘크리트 세상을 바라보며 어떤 시를 지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호암과 삼성에 올라 세상을 내려보니 푸르지오 푸르노니 하이파크 높고 높다 두산 아래 캐슬이 있다 하나 힐스테이트에 견줄까만 ~~~~~
삼성산 정상에 전파기지국이 보인다. 정상의 전파 기지국가는 약간 경사진 아스팔트 길이다. 기지국 가는 길에 삼막사와 안양예술공원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지나 10여분 아스팔트 막다른 길에 기지국 출입문이 있으나, 출입 및 통행이 금지돼 있다. 기지국 출입문 약간 아래에서 내려보니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되돌아 가려다 다른 등산객에게 길을 물으니 기지국 바로 아래 삼성산 정상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단다.
그 등산객의 도움이 없었다면 삼성산 정상을 못 가볼 뻔했다. 옆길로 철조망 처진 길을 지나치니 삼성산 표지판이 보인다. 기지국을 설치하며 삼성산 정상석을 만든 듯 정상석 주변은 좁고 약간은 조악하기도 하다. 좁은 정상부에서 셀피 사진을 찍는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국기봉 가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능선이라 뙤약볕을 걸어야 할듯하다. 해서 정상 오르기 전 보았던 삼막사 이정표 길로 해서 관악역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 아스팔트 길이 가파르다. 꿈푸리 행님은 사이클로 이 도로를 왔다간 적이 있다고 한다. 대단한 체력이다. 10여분 더 걸으니 삼막사가 보인다. 서울 가는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봤던 삼막사를 드디어 영접하는 순간이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웅장한 고찰이다. 희용 회장이 있었더라면 삼막사 내력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삼막사에서 국기봉 가는 길과 관악역/안양예술회관 가는 길을 두고 설왕설래한다. 대장이 있었다면 험난한 국기봉 가는 길을 걸었으련만, 비대위원장의 탁월한 영도 아래 관악역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아스팔트 길과 계곡 길 중 건강한 할머니 등산객들이 추천한 대로 삼막사 계곡길을 내려간다.
서울 인근 산의 계곡치고는 30여분 내려가는 계곡이 제법 길고 깊다. 하산 중간에 차가운 얼음물에 탁족을 하며 벌써 한여름인듯한 산행 열기를 식혀본다.
삼막사 계곡 주차장에는 등산객과 나들이객들의 차량이 빼곡하다. 주차장에서 10여분 내려간 경인교대 정문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꿈푸리가 검색을 통해 찾아낸 관악역 근처 구지뽕 보쌈집에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1시간 10여분의 뒷풀이를 마무리한 5시 50분경 회장과 대장이 동시에 빠진 산악회 사상 초유의 비상대책 산행을 마무리하고 또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호암산 정상 가는 길을 지나치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산행을 무사히 이끈 아톰 형에게 감사를 전한다. 궂긴 일을 당한 대장의 쾌유를 기원하며 당분간은 아톰 비대위원장이 산행을 잘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