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제10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상하이 원정대가 드디어 출발한다. 16일 오후 2시 김포공항에 도착. 국제선 아시아나 구역에 집결한 선수단은 모두 12명.
약속시간에 거의 동시에 도착한 호돌(이창호-이세돌)콤비를 비롯해 선수단장 김인 9단, 유충식 한국기원 부이사장, 한국기원 기전사업팀 전재현 차장, 일간스포츠 박상언 차장, 관전기자 손종수 씨, 월간 바둑 이주배 기자, 바둑TV 권정 PD, 한게임 한창규 씨, 김상우 기자, 타이젬 이정환 기자.
이번 대회는 한국바둑의 ‘원투펀치’가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실험무대라는 점에서 기자들의 관심이 비상하다. 두 기사가 로비 대기석에 나란히 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꺼내든다. 이럴 때는 기동성이 뛰어난 ‘똑딱이(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제격이다.

이쪽저쪽에서 셔터를 누를 때 불청객이 뛰어든다. 상하이에서 사업을 한다는 바둑 팬이다. 이창호, 이세돌 9단을 알아보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백지를 들이민다.
“팬입니다. 제가 바둑을 아주 좋아하는데…. 사인 좀 해주세요.”
바둑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면 모두 한마음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인 단장이 은근히 부추긴다.
“사인만 받지 말고 사진도 좀 같이 찍으시죠. 거기 나란히 앉으세요.”
친절하게 옆자리까지 내주면서 도와주니 얼마나 좋아? 입이 귀밑까지 열린 팬은 용기를 내어 휴대하고 있던 ‘똑딱이(여행객의 필수 휴대품이 된 지 오래다)’를 꺼내 한 장 찍어주기를 부탁해온다.
다시 나란히 앉아 끊어졌던 화제를 이어가는 ‘호돌콤비’의 표정은 밝다. 이창호 9단은 깔끔한 검정 슈트, 하늘색 줄무늬 드레스셔츠에 노타이. 이마를 가린 특유의 더벅머리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세돌 9단은 고독한 승부사의 이미지를 풀풀 날리던 긴 머리를 짧게 쳐냈다. 스포츠머리보다 조금 긴 이 헤어스타일은 그렇잖아도 어려 보이는 그의 얼굴을 단숨에 고등학생의 그것으로 낮춰준다.
보딩이 끝났다. 우르르 3층으로 올라가 출국심사를 마치고 36번 게이트로 이동, 오후 3시 50분 아시아나 OZ3615편 비행기에 탑승. 30분 뒤 활주로를 떠난 비행기는 약 2시간 뒤 상하이 홍챠오 공항에 도착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입국절차가 상당히 간소해진 덕분에 일행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시간은 20여분 정도? 사전준비를 위해 이틀 먼저 상하이에 들어온 한국기원 기전사업팀 이한나 씨의 안내로 선수단 전용 임대버스에 승차.

▲ “또야? 제발 고만 좀 찍어! 피곤해 죽겠어~”
숙소 화팅호텔까지 약 30분을 달리는 동안 이한나 씨가 대국 장소 한국문화원과 일정이 기록된 안내문을 낭독(?)했다. 한국문화원은 화팅호텔에서 보통걸음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저녁 9시(현지시각). 일간스포츠 박상언 기자와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호텔을 나서는데 창하오 9단이 급한 걸음으로 들어서는 게 눈에 띄었다. 혹시 절친한 이창호-이영호 형제와 저녁약속을? 그게 아니라면 창하오 9단이 17일 대국자로 나설 것이 거의 분명하다. 상하이 밤거리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감이 좋다. 김포공항에서 이창호-이세돌 9단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국팀은 이미 이세돌 9단이 먼저 나서기로 결정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되면 관측자들이 ‘전략상 가장 유력한 출전 오더’라고 추천했던 바로 그 조합이 되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9시 1층 뷔페식당에서 식사중인 이창호-이영호 형제와 마주쳐 넌지시 물었더니 역시 창하오 9단과는 저녁약속이 없었다고 한다.
“엊저녁에 이세돌 사범은 저랑 같이 밥을 먹었고요. 형은 제가 사다준 햄버거로 저녁을 때웠어요.”

▲ “에헴~, 나는야 날쎈돌이. 이세돌. 카메라 포위망 탈출! 그러나 유탄 한방으로 측면 포착!”
이영호 씨도 ‘창하오 9단이 17일 대국에 나올 것 같다’며 그럴 듯한 근거를 제시한다. 창하오는 국가대항전에서 주장으로 나와 승리한 적이 없고 오히려 부장으로 출전했을 때 전승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는데 중국팀도 이 통계를 크게 신뢰하고 있으며 창하오 9단 자신도 먼저 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오전 11시. 한-중-일 3국 공동 기자회견이 시작됐는데 일본은 홀로 남은 다카오 신지 9단이 인터뷰 자리에 앉았고 한국은 이창호 9단이, 중국은 창하오 9단이 참석했다. 과연, 다카오 신지 9단의 상대는 창하오 9단일까. 아니면 얼굴조차 비치지 않은 구리 9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