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eng Srun/Phnom Penh Post) 이번 시위의 조직자로서 과거 S-21에 수감됐다 생존한 인물인 쭘 메이 씨가 일요일(6.9) 프놈펜의 '프리덤 파크'에서 개최된 항의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기사작성 : Vong Sokheng 및 Shane Worrell
1만명 정도의 규모로 추산되는 시위대가 어제(6.9) 프놈펜의 '프리덤 파크'(Freedom Park)에서 집회를 갖고, 야당인 '캄보디아 구국당'(CNRP)의 껨 속하(Kem Sokha, 껨 소카) 부총재 겸 총재 권한대행이 '뚜올슬렝 학살박물관'(Tuol Sleng genocide museum: 과거 'S-21 보안감옥')과 관련하여 '발언한 내용'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시위가 개최되기 전까지, 캄보디아 정부는 어떠한 대중적 시위도 "독립성을 지닌 것"이란 점을 홍보하는 데 역점을 둬왔다.
하지만 현장에 배치된 경비병력들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현수막이나 피켓을 드는 방법을 설명했으며, 무전기를 든 남성들이 시골주민들 소유의 트럭을 타고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안내하는 등 정부의 주장을 무색케 만들었다. 또한 경찰 관계자 한명도 당국이 이번 시위 참가자들을 위해 교통편과 음식, 그리고 생수를 제공했다는 점을 확인하여, 이번 집회에 다양한 차원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사진: Pha Lina / Phnom Penh Post)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 Vireak Mai / Phnom Penh Post) '프리덤 파크'에 모인 야당 부총재에 대한 항의시위대.
이번 시위는 '뚜올슬렝의 극소수 생존자들' 중 한명인 쭘 메이(Chum Mey, 83세) 씨가 주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껨 속하 부총재를 겁쟁이로 묘사한 피켓을 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껨 속하 부총재가 고문센터였던 '뚜올슬렝'이 베트남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 말한 것에 대한 사죄를 요구했다. 쫌 메이 씨는 연단에 올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살아있는 한, 나는 역사를 다시 쓰려는 자를 용납할 수 없다. 껨 속하의 발언은 진실이 아니다."
하지만 껨 속하 부총재는 정부측에서 녹음내용을 재편집하여 맥락에 벗어나도록 만든 것이라면서, 그같은 비판을 부인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립경찰'의 끗 잔나릿(Kirt Chantharith) 대변인은 어제 본지와의 회견에서, 지방 당국들이 시위대에게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그들의 시위참여를 독려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번 집회에 동원된 트럭의 수가 정확히 몇대나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 100대는 될 것 같고, 관계 당국에서 식품, 식수, 화장실을 마련했다."
시위대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번에 개최한 대규모 시위가 정치적인 목적도 아니고 정부로부터 사적인 이익을 보장받은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시위 목적은 껨 속하 개인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그가 가진 의도는 '민주 캄푸치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국호)의 고위 지도자들이 저지른 죄를 경감하고, 캄보디아 역사의 진실을 또 다시 왜곡하려는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껨 속하가 뚜올슬렝 교도소로 가서, 그 희생 영령들에게 분향한 후 사죄를 올리는 것 뿐이다. 그게 무엇이 어렵단 말인가? 어찌하여 껨 속하는 그같은 일을 거부한단 말인가?"
(동영상) 야당 부총재에 대한 항의시위 현장을 보도한 '자유아시아방송'(RFA) 크메르어판의 보도화면. 야당의 입장(무 소쿠 의원) 및 얼마 전 물대포 세례를 받았던 철거민 시위대 관련 평가도 들어 있다.
하지만 야당의 무 소쿠(Mu Sochua) 의원은 본지와의 회견에서, 껨 속하 부충재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므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껨 속하 부총재는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난 내용을 부인한다."
무 소쿠 의원은 지난 달 껨 속하 부총재가 껌뽕 짬(Kampong Cham) 도에서 해당 발언을 했을 때, 자신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집회를 마친 시위대 대표단은 뚜올꼭(Tuol Kork) 구에 위치한 CNRP 중앙당사를 방문했다. 쭘 메이 쎄는 이곳에서 무 소쿠 의원을 비롯한 CNRP 관계자들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무 소쿠 의원은 해당 단체가 시위를 할 권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일당을 받았다는 소식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프놈펜 광역경찰청장인 쭈온 소완(Choun Sovann) 경찰 중장이 쭘 메이 씨가 CNRP 당사를 방문하는 일에 도움을 준 것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대우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찰 총수는 자신이 어떤 일방에게만 편파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권단체 '애드혹'(Adhoc)의 짠 소웻(Chan Soveth) 선임조사관은 본지와의 회견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참가자들에게 음식, 식수, 교통편이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유형의 데모는 이전에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관방부'(=국무회의 사무처) 대변인인 파이 시판(Phay Siphan) 차관은 본지와의 회견에서, 정부는 이번 집회에 어떠한 "후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국가 예산에서 돈을 써야만 한다. 우리는 그러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해준 일은 집회기간 중 국민들에게 안전조치를 제공해준 것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프리덤 파크'에서 만난 시위참가자 침 사모운(Chim Samuon, 50세) 씨는 프놈펜의 로쎄이 게오(Russey Keo) 구 주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거주하는 동사무소 공무원이 시위 참가를 권유해서 이곳에 나왔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강제로 오라고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껨 속하 부총재가 뚜올슬렝의 영령들에게 사죄하라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이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한편 쭘 메이 시가 회장으로 있는 '민주 캄푸치아 시대의 피해자 연합회 "끄샘 끄산"'(Association of Victims of Democratic Kampuchea [Ksem Ksan])은 '토요일(5.8) 성명서를 발표'하여, 쯤 메이 씨가 주도한 이번 시위와 거리를 뒀다. 이 성명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쭘 메이 씨의 이번 행동은 본 연합회의 정신에 반한다. 본 연합회의 목적은 사법적인 법정을 통해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를 찾고, 그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조국을 단결시키고, 국가 분열을 초래하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하는 것이다."
어제 프놈펜의 시위는 전국적인 시위들 중 하나였다. '리카도'(Licadho), '애드혹'(Adhoc), '공동체 법률교육센터'(CLEC) 등 캄보디아 국내 인권단체들은 어제 전국적으로 벌어진 집회에 참석한 총 인원이 12,500명에서 3만명 사이일 것으로 추산했다.
무 소쿠 의원에 따르면, 껨 속하 부총재는 어제 껌뽀웃(Kampot) 도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겜 속하 부총재의 지역구인 껌뽕 짬 도에서는 3천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항의집회를 가졌다.
집권 '캄보디아 인민당'(CPP)은 수요일(6.5)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야당 의원들을 국회에서 퇴출'시켜, 그들의 의원자격 정지 및 세비동결을 결정했다. 또한 금요일(6.7)에는 <크메르루주(Khmer Rouge) 정권기의 만행을 부정하는 행위 처벌법>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해외에 망명 중인 CNRP 지도자 삼 랑시(Sam Rainsy) 총재는 토요일(6.8) '성명서를 발표'하여, 야당에 대한 위협이야말로 "내전을 위한 사전 조건"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제도적 쿠테타"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