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미디어스] 무릎팍도사의 광희가 전격 하차한다.이미 마지막 촬영조차 마친 상태라고 한다.하차 이유에 대한 정확한 썰을 풀지는 않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짐작했을 것이다.무릎팍도사 내 제3의 포지션이었던 광희는 멜로드라마에서 홀로 시트콤을 찍고 있는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이미 첫 회에서부터 광희의 태도가 우려스러웠던 필자는 이대로 계속 광희의 불편한 존재감이 유지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었는데, 그것이 결국 현실화로 드러나니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왜 좀 참지 못했을까.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 번씩 촌철살인을 질러주는 패턴이었다면 그의 입지가 보다 공고해졌을 텐데, 왜 그렇게 부산을 떨었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광희의 포지션이 어느 한 사람의 캐릭터를 그대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생각나 소름이 돋았다.그렇다.나는 광희에게서 내내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그 추리닝 입은 애, 올라이즈밴드의 역할을 목말라했던 것이다.
대중에게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던 광희가 어느덧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사실 그의 깝이라기보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남자 광희의 진지함 때문이었다.육체적인 피로함보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목을 죄었던 ‘정글의 법칙- 바누아투 편’에서 드러난 마스코트 광희의 어두움과 내면적 고통은 시청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그를 다시금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늘 싱글거리던 광희의 얼굴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눈물이 감추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마치 영화적 카타르시스와도 같았다.이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광희의 질투와 매너가 담긴 남성적 매력은 시청자를 설레게까지 하였다.이런 광희였기에 일 년 만에 돌아온 국민 엠씨 강호동의 또 다른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사람들은 어쩌면 제2의 이승기가 될 수 있지도 않겠느냐며 부푼 기대를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무릎팍도사에서 광희는 시청자가 이전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했던 광희의 '깝'과 철부지만을 강요해 실망을 안겨주었다.나이가 어리고 아이돌이라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를 캐릭터로 밀고 나갔던 그는 대놓고 정우성에게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돌직구를 날려댔고 성형을 해야 할 부위를 소상하게 짚어주기도 하였다.이후로도 그의 눈치 없는 옷가게 점원 같은 진행은 계속되었다.게스트를 향해 언니- 살 좀 빼야겠는데를 외칠 것만 같은 경박한 캐릭터의 야망동자. 나는 실망스러웠다, 제3의 포지션 광희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게스트와 강호동의 대결을 지켜보다가 한 번씩 엠씨 강호동조차 긴장하게 할 만한 촌철살인을 날려주었다면 좀 좋았을까. 그래, 바로 그 올라이즈밴드처럼 말이다.
사실 무릎팍도사 시즌1에서 그 자리를 파란색 추리닝이 지키고 있을 때 나는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못했다.아니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겠다.프로그램 내의 지분이 50분의 1은 될까 싶을 만큼 때로는 채 3분의 존재감도 없었던 그의 미미한 활동력을 두고 나는 이건 직무유기요, 인력과 재능의 낭비라고 생각했다.심지어 그토록 상복 없던 유세윤을 제치면서 MBC 연예대상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올라이즈밴드의 위엄을 나는 영 못마땅하게 여겼다.입을 다물고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역할이라면 그 자리에 아무나 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자신이 고백했던 것처럼 밀려나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캐릭터를 잡기 위해 쉴 새 없이 끼어들었던 야망동자 광희의 야단법석을 상기하니 문득 들어주는 것도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무릎팍도사 한 시간 내의 분량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말없이 넘겼던 올라이즈밴드.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가 듣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릎팍도사에서 올라이즈밴드의 역할은 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한 채 게스트와 강호동의 입씨름을 지켜보다가 한 번씩 무표정한 얼굴로 촌철살인을 날리는 것이었다.그것은 게스트는 물론 유세윤이나 심지어 강호동조차 할 수 없는 올라이즈밴드이기에 가능한 순진무구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리고 시청자의 욕구를 그 한방으로 채워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간결하면서도 정확히 핵심을 관통했다.어쩌면 그것이 무릎팍도사가 지향했던 진짜 리얼리티한 토크쇼의 근간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릎팍도사만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대부분 올라이즈밴드의 캐릭터로 유지했음이 떠올라 소름이 끼쳐진다.맹한 목소리로 부르던 무릎팍도사의 로고송과 출연하는 게스트마다 '이거 나올 타이밍 되지 않았느냐'라고 되묻던 두둥두둥두둥- 액션! 하며 터지는 올라이즈밴드의 돌직구들.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고 값진 것이었는가를 돌이켜 생각하니 새삼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낮추어 생각했던 그의 존재감을 향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떠나가는 광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곧 우승민이 전격 투입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다행스럽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쩐지 미안한 일이지만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사람이 올라이즈밴드라는 사실은 뛸 듯이 반가웠다.무릎팍도사의 PD는 말한다."올라이즈밴드를 그리워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시청자의 러브콜을 반영해 그를 다시 투입시킨 것이다." 올라이즈밴드를 그리워하는 시청자가 있었기에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논란 속에서도 강호동의 프로그램이 부활하고 라디오스타마저 하차하려 했던 유세윤까지 끌어들여 3분의 2를 채웠으면서도 그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머지 3분의 1의 존재감. 그것이 대체 불가능한 누군가의 존재였다는 사실은 나를 숙연하게 한다.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자리가 그가 아니라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줄이야. 아무나가 아닌 아무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올라이즈밴드, 아니 우승민의 액션-!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 심장을 뛰게 한다."정말 예능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던 김국진의 조언이 떠오른다.
첫댓글 더 기대되는군요ㅎㅎ
광희도괜찮던데ㅜ
내면도 중요하죠~
저도 광희도 괜찮턴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