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단지의 나무정리를 하고 나니...
2023년 2월 6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열엿샛날
어제를 기점으로 하여 날씨가 풀린다고 했었는데
오늘 아침도 여전히 춥다. 영하 13도의 아침 기온,
그래도 한낮엔 영상 5~6도까지 올라갈 것이란다.
날씨예보를 믿어야 하겠지? 그리고 하늘도 믿고...
추워도 괜찮으니 이제 더 이상 눈만 내리지 않으면
좋겠다. 벌려놓은 일이 잔뜩이라서 일 좀 하게...
어제는 마을 아우가 올라와 단지의 나무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중앙통로의 벚나무 몇 그루와 단지내
곳곳에 심어 기르던 느티나무, 단풍나무, 마가목,
자작나무, 주목나무 몇 그루 베어냈다. 세월이 흘러
너무나 크게 자랐다.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이
망설였다. 건물에 가깝게 심어 건물이 상하는 것이
고민의 원인이기도 했고, 나무들이 점점 노쇠화되어
보기에도 좋잖은 것이 있었고, 그늘이 지는 것 또한
나무를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어쩌면 애초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위치선정을 잘못 선택하여
심었던 것이 그 원인이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감사한 것은 내집 일처럼 힘들게 그 많은 나무를
다 베어내었고 가지를 잘라주며 고생을 마다하고
열심히 나무베기를 해준 마을 아우가 너무 고맙다.
그동안 베어낼 것인가 말것인가 꽤 많이 고민했다.
다른 나무는 모르지만 중앙통로의 벚나무는 사연이
있는 나무이고 우리에겐 처남을 추억하는 의미있는
나무이다. 22년전 우리가 이곳에 삶터를 일구면서
세 자매, 세 동서가 이주해온 것을 축하하고 기념을
한다며 처남이 선물로 심어준 나무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몇 그루는 자연스레 없어지기도
했고 나머지는 그런대로 잘 자라주어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고 기쁘게 해줬다.
관리를 잘못한 것인지 차츰 나무에 병이 생기면서
썩는 나뭇가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볼상 사나웠다.
뿐만아니라 가지가 건물쪽으로 뻗어가며 손상되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병든 가지를 잘라주며 견뎠다.
둘째네가 컴백하여 펜션운영을 재개하면서 관리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베어내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서로 의논 끝에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벚나무를 기념수로 선물했던 처남이 몇 해 전 떠나
이따금씩 벚나무를 보며 처남을 추억하곤 했지만
이제 그 벚나무 마저 베어내고 나니 마음이 그렇다.
아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허나 어쩌겠는가?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애써 마음을 다둑이며
나무정리를 해야만 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마다 사연이 스려있는 것인데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그 나무들을 베어내려니 어찌
마음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무는 애초에
심는 위치를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으로는 다시 나무를 심을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주변이 나무가 자라는 숲이고 산이라서 굳이 단지에
까지 나무를 심지않아도 되는 것이다. 있는 나무들
관리나 제대로 해봐야겠다. 어찌되었거나 나무들을
정리하고 나니 단지가 훤해진 느낌이다. 아쉽기도
하고 짠한 마음인데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으로 대신
위안을 삼아야겠다.
이제 정리를 하는 작업이 남았다. 나무는 베는 것도
힘들지만 뒷정리하는 것이 더 힘든다. 수없이 많은
나뭇가지를 잘라 옮겨놓아야 하고 통나무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한다. 그리고 이서방의 목공예에 쓸
나무는 따로 보관을 해야하고 나머지는 쪼개 장작을
만들어야한다. 그 일이 간단해 보이지만 하루이틀에
되는 일은 아니다. 온사방 너저분하게 널부러져 있는
나무들이 한동안 보기에는 좀 그렇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조금씩 정리할 생각이다. 뭐 그다지
힘들게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특히 팔과 허리가 욱신거린다. 간밤에 많이 힘들어
파스를 붙이고 자긴 했는데 아직도 조금 불편하다.
이서방에게 오늘은 하루 일하지말고 쉬자고 했더니
"이제 형님도 늙었나봐요."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이서방의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촌부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니까 말이다. 세월감이 무섭다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오늘 하루는 푹 쉬어야겠다.
첫댓글
정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무엇을 하더라도 과거의 사연이 남아있고
아픈 추억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예전에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정리하던 자료들이
1차에서 차량으로 2대를 버리고, 다시 옮길때에는
차량2대를 창 밖에 대고 자료와 책들을 쓰레기로
버리면서도 돈을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키워 놓은 소중한 나무와 추억들, 정리하면서
내일을 위한 오늘의 삶의 터전으로 삼으시면 될듯합니다
눈은 쌓여 있지만
촌부님의 작업을 보니 봄이 오는가 봅니다
소소한 일상..
참 행복해보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