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루카 1,26-38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 어머니가 되실 자격이 있다는 근거는?
오늘은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날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원죄가 없으시다는 근거는 오늘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께
이렇게 인사하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은총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후 인간에게 떠난 성령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성모님께서 은총이 가득하시니 죄가 없으시다는 뜻입니다.
물론 에덴동산에서처럼 하느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도 죄가 없다면 은총이 가득해야 옳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함께 계시고 그것으로 기뻐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가 다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총이 없는 이들은 주님께서 함께 계심이 고통입니다.
그래서 마귀 들린 이들은 주님께 자신들을 떠나주십사고 청합니다.
견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제가 되어 어떤 피정 교육에 들어갈 때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들어가시면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서 꼭 일등 하셔서 우리 성당을 빛내셔야 해요!”
장난으로 하신 말씀인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경쟁하면 누구나 느끼듯이 그곳이 지옥이 됩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면 이는 은총이 가득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은총은 곧 ‘자격’입니다. 은총을 가지지 않고 어딘가에 머무르려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려 하면
그것은 자격 없이 만나는 것입니다.
은총은 기도로 오는데 기도하지 않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말은 자신 안에 이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죽어서 주님 앞에 설 수 없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죄가 있어?”라고 이 세상에서 말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죄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격인 성령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은 은총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느님께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 은총으로 당신을 가득 채우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겸손하신 분이십니다.
내가 주님께 합당하다고 여기는 만큼 합당하지 못합니다.
저도 술을 마시고 용기백배하여 성당에 올라가
성모상으로 보았지만, 성모상이 인간의 모습으로 보일 때는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성령님이 아니면 성모 마리아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때 자격이 없어집니다.
내 힘으로 하려 하고 성령을 원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125회’에 보면 중2 남자아이인데 호흡 곤란으로 4년째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나서 그 상처 때문에 학교 가기를 거부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이것이 꾀병은 아니지만, 자신이 그런 병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싶어서 진짜 그런 병이 든 것처럼 믿어진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부모에게 이것저것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왜 부모는 아이에게 이용당하게 된 것일까요?
부모는 너무 착하고 아이가 해 달라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다 해줍니다.
아이는 부모의 이 약함을 아는 것입니다.
부모의 약함은 내 힘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이런 말 하면 죄송하지만, 교만에서 나옵니다.
권위를 내세워야만 교만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교만입니다.
금쪽 처방을 받고서도 부모는 “너는 할 수 있어”, 혹은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줍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도움입니다.
그러니 아이는 조금 따라주다가도 힘에 부치면 이내 폭발하고 맙니다.
처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았다면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입니다.
부모의 탓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가 아이에게 합당한 부모가 될 자격이 있다고 믿으면
그 순간부터 합당한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자격’이신데 그 자격을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믿기에 성령의 힘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자격이 있다고 믿을 때 자격을 잃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누구에게도 자격이 없다고 믿으셨습니다. 그래서 기도하셨습니다.
그래서 성령으로 충만하셨습니다.
이 은총을 지니셨기에 하느님께서 아드님을 맡기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자신의 힘이 아닌 성령의 힘으로 아드님을 키울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의 상징이 아브라함이 자기 종에게 온갖 폐물을 주며 아드님의 신붓감을 찾아오라고 한 이야기입니다.
레베카는 아브라함의 종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그 종에게 합당하지 못한 존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브라함의 종은 레베카를 자신이 가져온 폐물로 꾸며주었습니다.
이것이 ‘은총’이고 이사악을 만날 ‘자격’이 됩니다.
여기서 레베카가 아브라함의 종을 위해서 종과 종이 몰고 온 낙타들에게 물을 주는 시간을 ‘기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고 고백하는 이에게 하느님은 은총으로 자격을 주십니다.
따라서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만날 자격뿐 아니라 하느님을 만날 자격을 잃습니다.
자격 자체가 기도로 오시는 성령의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12월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창세기 3,9-15.20
에페소 1,3-6.11-12
루카 1,26-38
순결하며 거룩한 영혼과 육신의 소유자 마리아는 가시덤불 속에 핀 한 송이 백합화 같습니다!
피정 센터에 와서 평생 안해보던 일을 참 많이 합니다.
눈만 뜨면 하는 일이 화장실 청소요 이불 빨래, 쓰레기 분리 수거요 장작 패기입니다.
어제는 건장한 청소년들이 우르르 놀러온다고 해서 하루 온 종일 쓸고 닦고를 반복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숙소를 셋팅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다음 주에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희 공동체를 특별 방문하신다면, 우리는 그분을 어디에다 모실 것입니까?
그 특별한 손님을 아무 방에나 모시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집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특실, 가장 넓고 쾌적한 방에 모실 것입니다.
물론 몇 사람이 며칠간 달라붙어 침실이며 화장실이며, 번쩍번쩍 광채가 날 정도로 깨끗히 청소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 특별한 손님에 대한 합당한 예우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바라보니 조금 이해의 폭이 생겼습니다.
교황님을 위한 거처 마련에도 그렇게 공을 들이는데, 하물며 하느님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육화강생하시는 과정에서 그분의 거처는 너무나도 당연히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거룩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은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머무실 첫 거처이자 지성소로서의 합당한 장소였던 것입니다.
성모님의 원죄없이 잉태되심은 우리 교회 공동체를 위한 하느님의 배려이자 구원계획의 성취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없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기를 원하십니다.
이런 면에서 성모님은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자 새로운 교회의 모델인 것입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에 대한 대한 초기 교부들의 표현이 참 아름답습니다.
“요아킴과 안나의 거룩한 딸인 마리아는 성령의 신방에서 티 없이 살았기에 하느님의 신부가 되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강생을 위해 마리아의 영혼을 준비시키셨습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무죄한 몸이 거처하실 수 있도록 가꾸어진 순결한 나무입니다.
순결하며 거룩한 영혼과 육신의 소유자 마리아는 가시덤불 속에 핀 한 송이 백합화 같습니다.”
마침내 1854년 12월 8일 비오 9세 교황님께서 원죄없이 잉태되신 교리를 장업하게 선포되었습니다.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보존되었다.”
과거 왕가에서는 왕의 부인이나 왕자의 부인을 간택할 때, 엄청난 숫자의 후보 규수들을 점지해놓고,
그 가운데서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평판이 좋은 가문의 여인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인들, 가장 깨끗하고 흠없는 여인들 가운데서
심사숙고해서 선발한 것입니다.
건강하고 지적이며, 흠없는 왕손을 얻기 위해 그 어머니 역시 건강하고 흠없는 여인이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세속의 왕의 어머니가 될 여인도 그렇게 세심하게 준비시키는데, 하물며 만왕의 왕,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분을 아무런 준비없이 선택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심사숙고 끝에 당신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여인을 고르셨는데, 가장 잘 준비된 분, 아무런 흠도 티도 오점도 없는 순결하신 분,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분을 선택하셨는데, 바로 나자렛의 마리아였습니다.
무염시태 교리는 너무나 큰 신비와 베일 속에 가려진 알쏭달쏭한 교리이기 때문에 인간의 입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을 교리라고 합니다.
무염시태 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머릿칼보다 많은 일상의 죄 속에 깊이 파묻혀 살아가다보니, ‘원죄없이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죄를 좀 덜짓는다면, 우리가 좀 더 자주 고백소에 들어가면, 좀 더 순결하게 살아간다면 무염시태 교리는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자주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좀더 하느님 안에 머무르며, 좀 더 하느님과 일치하며, 좀 더 하느님께 순종하며 살아간다면 무염시태 교리는 좀더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세상 사람들이 무염시태 교리 앞에 고민하고 갈등하며 의혹을 품다보니 마침내, 1858년 성모님께서는 프랑스 루르드에 직접 발현하셔서
무염시태 교리를 당신 입을 통해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1858년 2월 11일 부터 7월 16일까지 총 18번에 걸쳐 벨라뎃다 성녀에게 발현하셨는데, 마지막 발현 때 이런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 벨라뎃다야,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자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2022. 12. 08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루카 1,26-38 (예수님의 탄생 예고)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홀로
이루실 수 있는
당신께서
굳이
저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니
비록
보잘것없지만
저를 당신께 맡기나이다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