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결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였다. 전국적으로 3백51만여명이 여기에 참여으며, 이것은 4가구당 1가구꼴로 평균 65g(17.33돈)을 내놓은 셈이다.
국회에서도 동참하였는데 총 13kg이 모였다. 당시 국회의원 총원이 288명이었으니 1인당 약 45g(12돈)을 모은 셈. 물론 전 국민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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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인 안 받아 헐값 자초
금모으기운동은 지난 2월 말 주택은행·국민은행 등 5개 금융기관이 금모으기 업무를 중지한 데 이어 4월 말 농협중앙회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운동이 시작된 지난 1월5일부터 걷힌 금은 약 2백27t이다. 1월에 가장 많은 1백65.65t이 걷혔고, 이후 줄어들어 2월에는 53.96t, 3월 5.38t, 4월 8백kg이 모였다. 전국적으로 3백51만여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4가구당 1가구꼴로 평균 65g을 내놓은 것이다.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다.
모인 금은 대부분 팔렸다. 금 수출액은 1/4분기 수출액(통관기준 3백23억2천만달러)의 약 7%인 22억달러다. 대수롭지 않은 액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금 수출액을 빼면 1/4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났을 뿐이다. 수출증가분의 대부분을 금 수출액이 차지한 셈이다. 환율이 올랐음에도 부진한 수출 실적을 금모으기운동이 메운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겉모습에 비해 실속이 알차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출업무를 맡은 재벌그룹 7대 종합상사들이 앞다퉈 한꺼번에 금을 팔기 시작했다. 공급량이 많아 값이 떨어졌고, 국제금평가기관인 LBMA 등을 통해 국제공인을 받지 않고 서둘러 파는 바람에 국제시세보다도 낮은 헐값에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이중의 손해를 본 것이다.
게다가 LG금속·고려아연 등 국내 제련업체들의 처리능력 부족에 따라 상당량의 금 제련작업이 해외업체를 통해 이뤄졌다. 제련에 따른 부가가치가 외국업체에 넘어간 것이다. 또 수집된 금은 모두 금덩어리 형태의 지금(地金)이나 주물덩어리(잉곳)로도 수출됐다. 국내 세공업체에 맡겨 장신구로 가공해 팔면 수출가격의 30%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는데도 이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제시세는 온스(약 30g)당 2백90∼3백달러에 거래되는데, 수집된 금의 20%가 세공을 거쳐 수출됐을 경우 2억∼3억달러를 더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원료를 얻기가 어려워진 국내 중소 세공업체의 80%가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다. 귀금속기술자 2만여명 중 50%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일부는 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게다가 살아남은 업체들은 환율이 올라 비싼값에 외국에서 금을 사오고 있다. 2백t이 넘는 금이 아무런 산업효과도 낳지 않고 밖으로 흘러나간 것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대량의 국부가 외국으로 유출된 것이다.
금모으기 운동 중에도 금 수입 계속
금모으기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제값을 받지도 못했다. 순금의 순도를 실제보다 2∼3% 낮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종합상사들은 금을 모으고 수출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를 금액으로 계산하면 5백억∼6백억원이나 된다. 2백20여t을 모으고 수출하는 데 이렇게 많은 돈이 드는지 의문이다. 실제 수집·수출비용의 차액이 어디론가 흘러갔다고 추론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금 수출업무를 맡은 재벌그룹 종합상사들이 금모으기운동이 한창인 때에도 금을 수입해 팔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금을 수출한 해외업체로부터 수출가격보다 0.2∼0.5% 높은 값으로 사들였다. 올해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대우·현대·LG 등 7대 종합상사들이 수입한 금은 약 10억달러에 이른다. 1월과 2월 각각 7천5백만달러, 1억1천만달러, 3월 3억9천6백만달러였다. 4월에도 (주)대우가 2억6천만달러, 현대종합상사 6천1백만달러, LG종합상사 5천7백만달러, 삼성물산 6백만달러 등이 약 4억달러의 금을 수입했다.
이들이 금 수입을 위해 도입하는 무역신용은 월 3억∼4억달러에 이른다. 이를 통해 연이율 11∼12%에 6개월까지 외상거래를 한다. 반면 금을 수출하면 바로 달러를 손에 쥘 수 있고 이를 원화로 바꿔 국내 금융기관의 고금리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적지 않은 이자수익을 낼 수 있다. 해외업체들로서는 종합상사들에 비싼값에 팔았다가 싼값에 되사들이는 셈이다.
결국 금모으기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모은 상당량의 금이 싼값에 팔려 비싼값으로 다시 들어왔다가 헐값에 다시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번 국부가 유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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