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에 기고한 前 전쟁기념관장 홍은표씨의 글]
“平和를 원하는가?, 그러면 戰爭에 對備하라!”
[歷史인가 現實인가!]
50년 전 이 땅 위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정말 참혹했다. 남북한을 통틀어 520만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생겼으며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이 전쟁을 막기 위해 UN참전 21개국 장병 3만7645명도 자유와 평화의 제단 위에 목숨을 바쳤다. 그로부터 50년, 6월은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전후 세대가 80%를 넘어서는 오늘 그 처참했던 전쟁의 기억은 이제 서서히 역사로 고형화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이산의 아픔도 계속되고 있는데 현실이 아닌 역사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휴전상태를 종전상태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한반도에도 엄혹한 세월이 지나 평화의 기운이 움트고 있지만 우리의 기대는 현실을 너무 앞서 가고 있다.
[錯覺이 부른 大戰亂]
역사는 전란을 겪다가 평정만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평한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들에게 수 없이 경고하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은 왜군의 전쟁도발 징후를 염탐하고도 터무니없이 평화를 기대하며 나라의 방비를 방치 하다 당한 전란 이였고, 1637년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고도 교훈을 되새기지 못한 민족의 비극이었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불과 20여년의 세월을 두고 독일의 야망에 대한 유럽의 안이한 기대와 착각이 부른 인류의 대참화였다. 프랑스는 난공불락이라는 마지노선을 구축해 놓고 긴장을 풀었지만 안이한 대비는 한 수간에 무너지고 독일의 프랑스 지배를 허용하는 치욕을 당했다.
전쟁사의 교훈은 평화는 단지 전쟁 후의 휴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한결같이 증언한다. 헤세는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전쟁은 언제나 있었다. 전쟁이 이 세상에서 근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화가 순간적으로 계속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갈파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CIA국장은 냉전 후의 세계를 가리켜 “거대한 용이 사라졌지만 곳곳에 독사가 득실거리는 정글”로 오늘의 세계를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독사가 득실거리는 세계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천하수안 망전필위’, 천하가 비록 평안하다 할지라도 전쟁에 대비할 것을 잊어버리면 반드시 위태롭다는 사마 법의 경고는 어느 시대나 유효하다.
[尙武의 기풍이 사라지면…]
안일하고 연약한 사회는 역사의 제물로 사라지며 과거를 모르는 민족은 반드시 과거를 반복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따라서 오늘 이 시대 우리가 늘 잊지않고 다짐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우라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방비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 가짐이다. 상무의 기풍이 사라지고 사치와 향락과 분열과 안일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평화는 존재하지 못한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전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나는 로마인입니다” 라는 말이었지만 그 강성했던 로마도 용병으로 부리던 게르만에게 멸망 당했다. 신라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천년의 역사를 구가했지만 상무의 기풍이 살아지자 마자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나라를 세우는 데는 천년의 세월도 모자라고 그것을 허무는데는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다. 국민정신의 붕괴는 멸망으로 가는 신호탄인 것이다. 우리는 불과 50년 전의 일을, 100년전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150년간 인류를 혁명의 이름으로 파괴와 재앙으로 몰고 갔던 공산주의의 열풍은 사라졌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그 잔영이 남아있다.
[對備없이 平和는 없다]
오늘날 우리는 평화의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열망하며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을 포용하고 물자를 지원하며 교류를 추진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을 돕도록 도와주는 것은 이 땅에 평화가 와서가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다.
전쟁은 이긴 자에게도 손익계산이 되지 않는 참극이기 때문에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역사를 수 백년 후퇴시킬 민족적 재앙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전쟁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며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본질을 명백히 인식할 때 평화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값비싼 비용을 들여야 하는 가를 올바로 알 수 있다. 이 세상에 힘이 없는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준비 없는 평화, 대비 없는 평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방심은 재앙을 낳는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적과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고 항상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은 현실 그대로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6.25전쟁 50년, 통일 이전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