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6월 한 달간 전년대비 13.0% 줄어든 4만8302대(제네시스 브랜드 제외)를 판매했다. 지난 5월, 다섯 달 만에 월 5만대 선을 넘는 데 성공했지만, 다시 주춤한 모양새다.
5월에 이어 6월에도 그랜저(7919대)와 포터(6970대)가 브랜드 실적을 이끌었다. 두 차량은 전체 국산차 판매량으로 놓고 보더라도 1ㆍ2위다. 특히, 그랜저는 연말 풀체인지 모델이 공개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업 일선에 따르면 아직도 최대 5개월가량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신차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아반떼(3310대, 전년대비 -44.6%)나 단종설에 시달리는 쏘나타(4717대, -23.0%) 등 그랜저를 제외한다면 세단 전반이 부진하다.
SUV는 여전히 뜨겁다. 팰리세이드(5760대)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에 힘입어 작년보다 판매량이 늘었고, 새로 투입된 캐스퍼(4401대)도 순항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세운 싼타페(2913대)와 투싼(2864대)도 나름대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는 6월 내수 시장에서 전년대비 8.5% 줄어든 4만5110대를 판매했다. 지난 4월, 12개월 만에 월 5만대 선을 넘긴 이후 두 달 연속 4만5000대 수준에서 숨 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기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쏘렌토(5593대)다. 쏘렌토는 그랜저, 포터, 팰리세이드에 이어 전체 판매 4위 자리에 올랐다. 이어 카니발(5590대)도 비슷하게 판매되며 실적을 이끌었다. 쏘렌토와 카니발은 풀체인지 모델 출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신차 효과가 모두 사라졌지만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포티지(4513대)의 인기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비중이 높은 투싼ㆍ싼타페와 달리 스포티지와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더 높다.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각각 53.3%, 72.8%로 과반에 달한다.
반면, 세단 라인업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8(4012대)이 그나마 자존심은 살렸지만, K3(1610대), K5(2352대), K9(453대) 등이 전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기아 니로 플러스
니로(3821대, +65.3%) 판매량이 급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니로EV(931대)와 니로 플러스(939대) 출시 때문이다. 최근 유가가 고공 행진함에 따라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만큼, 니로의 흥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 캐스퍼가 태풍을 일으킨 경차 시장에서 레이(3812대, +18.3%)는 끄떡없는 모양새다. 소형 SUV 시장이 쪼그라든 가운데, 셀토스(3261대)는 페이스리프트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세그먼트 1위 자리를 지켰다.
제네시스 G90 롱 휠베이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해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던 지난 5월(1만2234대) 대비 살짝 주춤했다(1만1208대). '가장 비싼 국산차' G90(2456대)이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판매량이 늘어나며 실적을 든든하게 뒷받침했고, 기존 볼륨 모델인 G80(3630대)과 GV80(1745대)도 출시 시기를 고려하면 선방했다.
신차 효과가 희미해진 GV70(2219대, -46.4%)이 부진했지만, GV60(670대)과 GV70 전동화 모델(485대) 등 전기차가 그 자리를 메웠다.
르노코리아 QM6
르노코리아는 7515대로 깜짝 반등하며 4위에 안착했다. 부품 수급 차질로 부진했던 지난 5월(3728대)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브랜드 대표 중형 SUV, QM6가 이끌었다. 그간 적체됐던 물량이 한 번에 해소된 QM6는 지난달 4386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급등했다. 싼타페를 꺾고 중형 SUV 2위에 등극했음은 물론, 전체 판매 순위도 9위에 올랐다. 10위권 안에선 유일한 비(非)현대차그룹 모델인 데다,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것도 지난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이다.
QM6의 흥행 중심에는 LPe 모델이 있다. QM6 LPe 판매량은 2754대로, QM6 전체 판매의 6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 여파에 따라 LPG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모양새다.
XM3도 모처럼 2000대를 넘으며 기지개를 켰다. XM3가 2000대를 넘은 건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1.6 GTe 모델이 1930대, TCe 260 모델이 666대로,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한 모델 중심으로 수요가 쏠렸다.
다만, 수입 라인업이 사실상 전멸했다. 재고가 소진된 도심형 전기차 조에가 1대 판매된 것을 제외하면 르노 마스터(144대)뿐이다. 한때 QM3, 클리오, 캡처, 트위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꽤 큰 지분을 차지했지만, 가격경쟁력 등에 밀리며 부진하자 다시 국산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
쌍용차는 지난달 반등에 성공했지만, 좀처럼 5000대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6월 기록은 45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9% 줄어들었다. 수출 물량 적체 해소를 위해 해외 선적 차량 중심의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지난 5월, 7개월 만에 2000대를 밑돌았던 렉스턴 스포츠 판매량은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더 크고 비싼 칸 모델이 1149대로 기본 모델(1161대) 못지않게 판매되며 실적을 이끌었다.
티볼리(1515대)도 오랜만에 반등한 가운데, 배터리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코란도 이모션은 지난달에도 단 한대도 출고되지 않았다. 올해 누적 판매 대수는 108대에 불과하다. 사전 계약 물량 3500대를 맞출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그래도 다음 달 전망은 밝다. 쌍용차의 야심작, 토레스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토레스는 누적 사전 계약 대수가 2만5000대를 넘어선 만큼 한동안 3~4000대씩 든든하게 뒷받침할 전망이다. 업계는 토레스 생산 출고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쌍용차가 월 1만대 수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한국GM은 4433대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오랜만에 4000대선을 넘는 데는 성공했다. 한국GM이 월 4000대를 넘은 것은 작년 8월 이후 무려 10개월 만이다.
지난달, 트레일블레이저(1987대)가 오랜만에 깜짝 실적을 나타내며 스파크(1205대)보다도 많이 판매됐다. 비록, 예전 명성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5월(876대)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호실적처럼 보인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온 이쿼녹스(299대)가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볼트EUV는 단 1대 판매되며 제대로 출고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같이 출시된 볼트EV는 단 한대도 출고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은 물량 확보도 없이 성급하게 재출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볼트 EV는 출시 직전 배터리 결함으로 출시가 반년 넘게 미뤄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