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심란한 증세가 고달프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유행한다는 MBTI 를 살펴보니 INFP에 가깝다. 조용, 내향, 감정적이란다.
어느 연예인이 나는 그런 거 몰라!, 나는 A형이야 해서 웃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갔다.
T라느니 F에 가까운 I 라느니 저희들 끼리 떠드는 소리를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맞는 소리를 하는 건 지도 모르겠으니 나도 그냥 A형이 편하다.
소심해서 싫은 소리를 못하거니와 쓸데없이 책임감은 투철해서 내 할 일에 전전긍긍이다.
그러면서도 아니다 싶을 때는 냉정하게 돌아선다.
몇년 전에 어릴 때부터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를 떼어냈다. 일방적으로 손절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같은 동네라 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졌는데, 그때도 나는 쑥맥이라 혼자 멀뚱멀뚱 외롭게 다녔다. 입시를 치렀던 시절이라 동네 친구가 없었다. 그 친구는 활달해서 친구가 많아 보였는데, 스스럼 없이 말을 부치고, 방과후에는 교실로 찾아와 같이 가자고 기다리고는 했다. 그렇게 '찍혀서' 둘이 친한 사이가 되었다. 중.고를 졸업하고 각자 길은 달라졌지만 그애는 변함없이 우리집을 들락거리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인 양 했다.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도 친구네 집을 가 본 일도없고 형편이 어떤지도 몰랐다.
우리 집을 지나 친구네 집을 가기에 매번 우리집은 거쳐가는 휴게소였다.
쌀쌀맞은 내 성격 탓에 동생도 일하는 아이도 그애를 좋아하고 따랐다. 어느 날 인가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내방에서 동생들을 데리고 밥을 먹고 있었다. 동생들을 얼러서 밥상을 차리게 한 행위가 거슬렸다. 뭐지? 했던 당혹감.
결혼을 하고 지방에서 살았는데 서울에 올 일이있어서, 친구네 집에 전화를 했더니, 그 동생이 '언니네 집에 간다고 했는데요?' 그랬다.
내 핑계를 대고 어디롤 갔던 걸까?
그날도 불쾌한 기분이 들어 그애의 진심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친구도 결혼을 했는데 희한한 일은 고등학교 동창의 남편이 친구의 남편하고 죽마고우였다. 부잣집 재취로 간 비밀을 나는 그애의 부탁으로 누구에게도 말을 옮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 친정 식구들도 모른다고 했다. 일찍 이혼해서 혼인신고가 안 되있던 호적상 총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잘 살면되지였지만, 일부러 없는집 딸을 들였던 사정이니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집살이. 친정 아버지가 월급날이면 직장 문앞에서 기다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부잣집에 갔으니 가만히 계실 분은 아니었다. 지지고 볶고 시끄러운 사연도 많아서 딱하다 싶었다.
친정오듯이 내집으로 와서 늘어지게 자고 가거나 아이를 데리고 와서 냉장고를 뒤져 마음대로 꺼내 먹여도 내색을 않았다. 속으로는 뭐 저런 애가다 있나? 이해가 가지를 않았는데 워낙 친한 척을 하니 성격이 저렇구나 했었다.
이런저런 구질구질 치사한 사연들이 쌓여 피곤하다 여겨지니 안 보는 게 편했다.
곪아터진 날은 아들의 결혼식 날이었다. 솔직히 알리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않았는데. 친구들을통해서 결혼식날 얼굴을 내밀었다.
정말 기분이 뜨악했다. 반갑지 않은 얼굴?
너스레도 질려서 짜증이 치밀었다.
얼굴 비추고 식사하고 가겠거니 했는데. 일가친척 행세로 줄줄 따라 다녔다. 친정동생이 xx언니 때문에 나는 식구들하고 밥도 못먹었어. 나이가 몇인데 누구야, 누구야하면서...
(동생은 교과서에 나왔던 이름이라 대중앞에서 불리는 걸 질색합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사돈댁 가시는거 보고, 아이들 신혼여행가는 살펴주고...마음도 몸도 바쁘고, 멀리에서 와준 남편 친구 부부들에게 인사도 가고싶은데(근처 커피 숍에 있더라구요) 이 친구 딱 달라붙어서 갈 생각은 1도 없이 오만참견 다하면서 나는 너하고 이렇게 친하지? 라는 듯...
결국 돌아오는 차에 동승하더니 즈그 집에 내려달라고 하고서야 떨어져 나갔지요.
값싼 속셈이 차를 얻어 타려고 그랬구나....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아졌습니다.
곰곰 생각하니 어릴때 부터 다소 모자랐던 나를 유효적절하게 이용했구나 생각이 드니 사람에 대한 환멸이 스멀스멀. 그래서 그날 이후로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질기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하더니 이제는 지쳤는지 소식이 없네요.
정리를 늦게한 아둔함이 씁쓸합니다.
잘 한 걸까요,.....
첫댓글
아주 잘하셨습니다
저도 하늘바람님과 비수무리~
내성적이고
참는성격이고 사명감 투철하고~
근데 또 아닌건 아니라서~냉정할땐 무척냉정하고
저도
친구 잘라낸적 저도 있어요
맨날 억~억~대고ㅡㅎ
몇십억 부자라는데 돈자랑하도해대서ㅡㅎ
근데 또 밥은 함밥집같은데만 다니고ㅡㅎ
안맞아도 너무안맞아서요
친구도 어느정도는 예의도있어야되지않을까. 하네요
하도 친구하고싶다하여 친구했는데
너무 안맞으니...친구는 안되겠더라구요
문자먹고
전화도먹고
자연스레 안만나는데
그래도 문자 전화가와요ㅡㅠ
3탄도 기다려요~^^
비슷한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네요^^
제 친구도 돈.돈.하면서 점심이라도 먹으면, 내가 밥 살게. 이따 니가 커피 사~하면서 못을 박아요. 어련히 살 텐데...
손해(?)볼까봐 안달하는 느낌이라 정이 뚝뚝뚝!! ^0^
소설읽는 기분이예요. 신문, 잡지등에 글 기고하셔도 되겠어요.
한국 신문기사들이 강하고, 험악한 용어를 머리기사에 내다보니 피하게 되는데... 하늘바람님의 글에서
한글의 자랑스러움, 기대를 다시 회복합니다. 적절한 어휘, 문장력이 아주 뛰어나세요.
이런 저런 참견, 잔소리... 정신 건강을 헤쳐요. 잘 끊으셨습니다.
3 탄 기다립니다.
국민학교
전학 첫 날.. 아무도 모르는 데.. 오후에 누군가 집 밖에서 제 이름을 불러서 놀라 뛰어나갔지요. '친구하자는 구나.'.. 히며 잦은 방문 이후에 알게 된 것.. 이 친구 다녀간 후..
나중에 집안의 물건, 지폐가 없어지고...
민희님도 할 말이 많은 스토리좀 들려주세요
타고난 도둑x이었네요.^^;
가끔 그런 도벽있는 사람들 있어요.
타고 난 재주~^^;;
왜 그럴까요?
정신병일까요....
저도 그런 친구 손절 사십년 모임하면서 울거먹은 친구 뒷바라지인양 했던 여럿이가 뿔이나서 해체
친구라고 다 친구는 아닙니다
그래서 몇년사이에 거의 동강내고 편하게 그림이나 그리는 내맘대로 일상을 보냅니다
온냐요
득이 안되서 버린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그 친구로 인해 늘 머리가 복잡하다면 과감히 가세질을 하는게 맞아요
당할만큼 당해줬음 이제 그만!
노후에 친구 없어도 내 하고픈것 하면서 사는것이 속 편하다고 어느 스님도 누누히 말씀하시더만요
마리님의 선택이 따봉.!
나혼자 노는 최고의 비결.
저는 용기가 쪼매 부족해서...혼자 어디 가고 밥 먹고...이런 거 잘 못해서 혼자가 서툴러서 '놀기'에 지장이 많습니다.
생긴대로 외롭게 살지요 머~~^.^
@하늘바람 (54년. 서울)
꼴랑한 그림한다고 일주일에 두번 나가니 가서 하루살이 밥먹고 놀다오고 그렇게 보냅니다
좋은것은 이사온후 바로 위 언니랑 심심하면 놀고요
스트래스로 깊은잠 못자던 때도 있었것만
지금은 자면 아침에 눈뜨니 ㅂ국잡니다
하느리 언니 어덯게좀 해봐요
다 필요없는 어설픈 친구 관계로 더 스트래스 받지 말길 바래요
평생을 거치면서 이용했다는거네요.
손절이 정답인듯 합니다.
잘 하셨다구요.
관계를 끊는다는것이 쉽지않은 일이나
소모적인 관계는 없느니만 못하지요.
저도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나름 뚜렷해서
비상식적인 인물은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라
크게 마음 다치는일 없이 이 평생을 살아온듯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ㅋㅋ
엉아 까꽁
인사 땡깁니다
약은 사람들은 천성이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가 마무리가 좋지 않더군요. 저도 어려서는 묠랐다가 어른이 되어서 깨닫고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