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46년을 사형수로 복역한 올해 88세 노인을 상대로 열린 재심에서 다시 사형을 구형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검찰은 22일 시즈오카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심 결심 공판에서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의 유죄가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어" 입증될 수 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고 일간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하카마다의 변호인들은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주문했다. 줄기차게 동생의 무죄를 주장해 온 누나 히데코(91)는 이날도 동생의 무고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것은 "절차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변호인단의 무죄 주장이 너무도 강력해 난 우리 승리를 확신한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시작한 재심의 선고를 9월 말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 복서 출신인 하카마다는 1966년 시즈오카현 시미즈에서 자신이 일하던 된장제조회사의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방화한 혐의로 기소돼 1980년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뒤 2014년 3월 27일 사형 집행 정지 및 재심이 결정돼 풀려날 때까지 46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는 세계 최장기 복역 사형수로 기네스에 등재됐다.
하카마다는 체포 직후 혐의를 인정했지만 첫 재판부터 폭행 등 경찰의 강압적인 심문 때문에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누나 히데코는 1981년부터 재심을 청구하기 시작했지만 대법원은 27년 만인 2008년 3월 특별항고를 기각했다. 히데코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음달 2차 청구를 신청한 끝에 시즈오카 지방법원의 재심 결정을 이끌어냈다. 검찰이 범인의 옷에 묻었다고 주장했던 혈액 유전자와 하카마다의 것이 일치하지 않았는데 재판부는 수사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8년 도쿄고등법원은 원심을 파기 환송했지만 대법원이 2020년 그의 상고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에 다시 심리할 것을 명령했고, 고법은 지난해 3월 곧바로 재심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아직도 사형제와 집행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일본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죄수는 107명이나 됐는데 이 나라에서는 교수형으로 집행된다. 사형수 대다수는 처형 직전에야 형이 집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른 아침, 형장으로 향하기 몇 시간 전에 알게 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몇몇 사형수는 "어떤 경고도 받지 않은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사형 제도에 대해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2019년 정부 설문조사 결과 9%정도만이 사형제 폐지에 찬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