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햅쌀 두 포대를 가져다주는 바람에 졸지에 월동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직전에 쌀통을 목까지 채워놓았거늘 아끼바리를 먹을 요령으로 한 포대를 풀어
넣었더니 만 땅이 되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연탄하고 살통을 채우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아내와 이혼 얘기가 오가는 바람에 코가 쑥 빠져서 이틀째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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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어찌나 극성이던지 4시가 안 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바탕 파리소탕
작전을 치렀습니다. “니들은 다 죽었어.” 나는 왜 가는 곳마다 파리 떼가 극성인지
모르겠습니다. 남양주에서도 파리와 전쟁을 했는데 이곳에서도 하루면 평균 30마리를
쳐 죽이고 있습니다. 제가 뜰 뜨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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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니 파리가 모르겠지요? 파리만큼이나 눈치 없는 여자가 제 아내입니다.
8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이혼하잡니다.
“이젠 뭔가를 결정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 그동안 시간도 많이 흘렀고 더 이상 이렇게
사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고 같이 법원가자(아내) “ ”어쩌자고?(나) “ ”협의 이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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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나) “ ”필요한 서류 알려줄게(아) “ ”알았어(나) “ ”혼인관계증명서 1통 가족관계
증명서 1통 등본 준비해서 월, 수, 목 오전 10시나 오후 2시 중 언제가 괜찮은지 말해줘
내가 직장에 말을 해야 하니까(아) “ ”생각해보고 문자 줄게(나) “ ‘알았어, 빠른 시일 내에
하자 결정은 이미 한 거잖아 그리고 30분 전에 도착해. 교육받아야 하니까 참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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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서울 서부지방법원이야 기다릴게(아) “ ”난 아직 결정 못 했어 일주일 내로 생각
해서 알려줄게(나) “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 앞에서 하자 했잖아(아) “ ”화가
나서 그랬어(나) “ ”8년을 기다렸는데 일주일쯤이야(아)ㅋ" “내가 그렇게 밉냐?(나)”
“더 이상 아무 얘기하기 싫어(아).” “합의 이혼을 하려면 좋은 것만 할 수 없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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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 얘기야? 합의 이혼이든 강제이혼이든 일단 서류를 접수해야 하니까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자(아). “ ”서류는 내가 5년 전에 이미 당신에게 가져다준 것으로 기억해.
당신이 아무 사인이 없어서 이혼할 마음이 없는 줄 알았어. 당신이 날 너무 외롭게 하니까
화가 난 것이지 당신과 이혼할 생각은 그때 이후론 안 해봤어. 나는 당신이 우리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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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났고 애들 생각해서 이혼서류에 도장 찍지 않았나보다고 생각하고 나도 당신의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지낸 것뿐이야. 나 4년 전에 교소도 다녀온
이후로 와신상담했지만 재기가 쉽지 않았고 그 후로 한 번 더 교도소에 다녀왔어.
뭐 막장을 살다보니 이런 것은 견딜 만 했는데 외로움과 당신의 냉소에 우리 가족들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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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쌓고 4년 만에 가게 된 거야. 구질구질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아. 난 내 꽃 같은 세월
10년을 그냥 산 것은 두 딸내미들에게 상흔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내가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이 이유뿐이야(나). “ ”애들은 오래 전부터 이혼을 나한테 말했어.
애들 때문이라면 걱정할 것 없어 그리고 예전 얘기는 서로 하지 말자. 아님 애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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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탄회하게 애기를 해봐(아) “ ”기어코 이혼하자는 말이야?(나) “ ”어(아) “
“알았어, 기다려 일주일 가지곤 안 될 거야(나). ”날짜? 알았어. 그럼 2주 기다릴게 끝(아) “
“미안해. 생각해보니 일주일 가지고곤 힘들 것 같아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잘 생각
해야지......, 오늘은 당신이 이혼하고 싶다고 한 것 것만 접수 할게. 너무 열 받지 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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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말귀를 왜 그렇게 못 알아들어? 2주 후에 연락 줘 나 그리고 열 안 받아(아)”
아직도 파르르 떠는 것 같은데 당신이 분쟁조정위원도 아니고 1주든 2주든 왜 당신이 통고를
하냐고? 합의이혼 하고 싶으면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나) “ 2016.10.16.sun.19;07-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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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에스더랑 밤새 얘기 할 때는 에스더가 아빠랑 살고 예주는 엄마가 필요한 시기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지금 내 생각은 복잡합니다. 달라진 것은 그때는 없었던 아내에 대한 연민이
눈곱만큼 이나마 생겼다는 것인데 아내는 반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무릎 꿇고
빌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주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만(2년) 있다가, 두 딸들과 내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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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조건이면 이혼에 동의하겠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할 만큼 했습니다. 만약에 내가
아내와 다시 합친다고 해도 과거의 고집 센 아내와 사는 나는 내 인생을 접고 사는 것입니다.
잘난 사람들도, 나보다 못한 인간들도 50세 60세가 되도록 잘만 살더이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 먹고 아이들의 효도를 받으면서. 아, 인생무상 삶의 회의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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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창조해 가시는 하나님의 신비롭고
지혜로운 경륜을 모른 바 아니지만, 그래도 악역도 절망도 이제는 그만 하고 싶습니다.
살면서 늘 경험하는 것이지만 주의 뜻을 거슬러 마음 가는 대로 살 때 나는 짐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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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보는 내 눈과 마음이 결국 티 핑 포인트가 되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나는 정녕, 하나님께 은혜로 받은 것만이 진짜라는 것을 아는 놈인가?
사랑하는 내 딸, 에스더, 예주야 보고 싶구나.
2016.10.18.tue.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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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로부터 이혼 통고를 받은 지 이틀이 지난 것 같습니다. 라운드를 다녀오던 매형이
전화가 왔습니다. “밥 먹었어?” “예” “등심 사왔는데” “알았어요. 갈게요.”
이것저것 디 프레스 되는 것 같아 밥 한 술 뜨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틀렸습니다.
등심 3팩에 전어 한 사라를 알 콜과 함께 폭풍 흡입하다가 아내의 이혼 통고를 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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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의견은 아이들 둘 데리고 이혼하랍니다. 매형은 직접 아내를 만나 부닥쳐서 해결
하랍니다.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그런저런 얘기뿐입니다.
막내로부터 큰 매형 음주 쓰리 아웃과 오빠의 이혼 반대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지금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뭘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 자존심이 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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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문제는 내가 집을 나와서 8년 동안 생긴 자존심이 아니라, 결혼생활17년을 살면서
쌓여진 것들입니다. 결혼해서 아내와 잠자리 딜 하던 일과, 설교 전 500만원 대출 폭로로
믿음의 교회를 떠나오던 일이 떠올랐고, 4년 전 집에 들어갔을 때 두 달 동안 내게 보인
냉소와 내 책 모두를 버린 일들이 오롯이 상흔으로 남아있는데 이 것을 문 퉁 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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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인정하기가 싫은 것입니다. 나는 17년 동안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4년 전에 아내의 이혼요청에 동의 한 것인데 아내가 동의해주지 않아서
저도 암묵적으로 이혼 생각을 접었고 다시 4년이 흘렀습니다. 아내가 이혼을 또 요구합니다.
우선 심심하면 이혼을 거론하는 아내의 저의가 궁금합니다. 내가 부끄러움 없이 살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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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에도 아내는 심심찮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시집살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부모님들과 식구들 앞에서 아내에게 무릎 꿇고 빌었습니다. 제발 함께 살아달라고.
저는 명절을 제외하고 아내를 어머니께로부터 피난을 시켰고 내 힘이 닿는 선에서 보호했습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니 아내도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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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4년의 시간이 지나 미움도 애정도 사그라지면서 내 대신 가장이 되어준 아내가
한편으로 불쌍하기도 합니다. 피차간에 죄 값은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재혼할 남자가 생겨서 이혼을 요구한다면 당장 이혼에 동의하고 합의 이혼을 해줄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혼요구를 철회하기 바랍니다. 나, 이혼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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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을 이기고 질서를 만드신 주님께서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영생의 통치를
받게 하신 것을 감사합니다. 주님, 혼란스럽고 비방하고 포악한 것이 인간의 실체이고
나인 것을 고백합니다. 아내의 서운 한 것들을 들춰내지 않고 내 들보를 보겠나이다.
이혼의 갈등가운데서도 내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고 새롭게 하여 주옵소서.
2016.10.19.wed.악동
첫댓글 누군가의 고견을 듣고 싶네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