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로 애경사비 전달하여 환경보호에 기여하자
전 한국연구재단 수석연구위원 이상대
우리 민족은 전통을 중시해 오고 있으며 이을 계승하고 있다. 쉬운 사례로 옛날부터 애경사가 발생하면 온 동네가 참여하여 즐거움과 슬픔을 나누어 왔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미풍양속이지만 그 내용이나 방법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해 오고 있다.
어릴적 시골에서 살 때 초상이 나면 온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을 접대하며 상주와 같이 슬픔을 같이 하면서 장례를 치렀다. 이웃 주민들은 자신의 집에서 보관중인 각종 식재료를 가져오고 3일 동안 본인의 일처럼 나서서 돕기도 했다. 상부상조로 온 동네가 참여하므로 마치 초상은 축제 같기도 하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농수산물과 노역으로 애사 경비를 지원하는 방법이었다.
경사인 결혼식에도 축하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 보다는 이부자리 등 혼수를 준비하는데 참여하여 제작하면서 필요한 노역을 제공하거나 음식을 장만하는데 힘을 보태곤 했다. 결혼식도 별도의 예식장이 아닌 혼주의 집에서 이루어지므로 경비도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단지 참여하여 축하하고 같이 놀아주면서 음식을 먹기만 하였다. 지금처럼 봉투에 돈을 담아 전달하는 문화는 아니었다. 또한 축의금이나 조의금의 과다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물품으로 하다 보니 모두 공개되고 재사용이 가능한 바구니나 가마니 등이어서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과거에는 들판은 푸르고 하늘이 높은 천고마비의 화려강산이었던가 보다.
얼마전 라디오를 통해 들은 이야기이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행사를 치루고 나면 성의 표현을 위해 사용한 봉투가 수없이 배출된다고 한다. 단 한번 사용한 봉투는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였기에 소각장으로 가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봉투는 나무를 가공하고 손질하여 인간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변경하려다 보니 많은 전력과 화학약품이 사용되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이제는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도 애경사비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때가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즈음은 애경사 고지시 계좌번호를 포함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고 있다.
처음에는 계좌번호가 기술된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받을 때에는 상당히 오해하고 곡해를 했다. 마치 애경사를 이용하여 수입을 얻으려는 행위 같았기 때문이다. 애경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할 경우에는 제3자에게 부탁하여 봉투를 전달하기도 한다. 대신 전달하는 사람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금융기관에 가서 돈을 찾아야 하는 등 피해를 준다.
만약 애경사비 전달이 주 목적이라면 금융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종이 낭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혼주는 봉투를 개봉하여 성의를 표한 사람 이름을 정리할 필요도 없다. 구좌에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조금을 받은 혼주나 상주는 받은 현금을 예탁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되므로 분실의 우려도 전혀 없다.
지금은 최첨단의 IT시대이다. 기존의 사고와 일의 형태가 눈 깜작할 사이에 변하고 있으므로 전통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기에 편리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백년 자란 나무들을 벌목하여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요즈음 톡톡히 돌려받고 있다.
언제부터 애경사비를 봉투에 담아 전달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를 대체할 만한 전달 수단이 있으니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청첩장과 부고장에 계좌번호를 명시하여도 문제가 없음을 서로 이해하고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이용하면 좋겠다.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시민의 의식 변화가 요구된다. 시민운동을 통하여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로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첫댓글 찬성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